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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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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Oct 22. 2018

네버랜드를 찾아서

장애인식개선 프로젝트 MBC < 우리동네 피터팬 >

3년 전 “시각장애인은 놀이기구 안전에 위험을 준다”는 이유로 놀이동산 측이 사람을 막아선 소식이 있었다. 며칠 전 생활고를 못 견딘 20대 장애인이 빚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분신한 사건도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무관심이 만연한 사회. 전해오는 시점만 다를 뿐, 가슴을 먹먹해지게 하는 장애인들의 소식은 대부분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사고’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전달됐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냉대가 오늘도 예외가 아닌 현실에, 차별을 없애기는커녕 잘못된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한 분위기에, 여기 이러한 흐름을 거부하며 도전장을 내민 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1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내며, 시청자 곁으로 다가선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이 그 주인공이다.


전지적 ‘장애인’ 시점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은 설명한다. 멀리 있는 것 같고, 막상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우리동네’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준다. 방송은 장애인들이 신체적인 제약, 세상으로부터의 편견에서 벗어난, 마치 동화 < 피터팬 > 속의 주인공 피터팬처럼 훨훨 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려 냈다. 동화 < 피터팬 >의 주된 무대이자 배경이었던 꿈과 행복이 가득한 이상적인 공간 ‘네버랜드’처럼, 장애인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와 조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나타낸다.


그냥 나타내고 보여준 것에 그치지 않았다. 가장 먼저,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은 철저히 장애인의 시선과 입장에서 접근했다. < 우리동네 피터팬 >은 사회적 유명인사나 다양한 전문가들이 출연하여, 장애인들 문제를 진단하던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장애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를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은 신현오 씨를 통해 장애인이 창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샤르코 마리 투스’ 이름부터 생소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장애인 신현오 씨의 경우가 특히 그러했다. 샤르코 마리 투스는 2500명 중에 1명 꼴로 손과 발의 근육이 서서히 위축되는 희귀 질환인데, 방송은 이러한 장애를 겪고 있음에도 신 씨가 왜 ‘창업’을 하려고 하는지, 창업 이유와 과정을 자세히 보여줬다.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에서 신 씨는 자신과 같이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렵다는 우리 사회 현실을 지적하며, 장애인도 일반인처럼 여행도 가고 싶고, 맛집도 쉽게 방문할 수 사업을 시도하려고 한다는 점을 말했고, 방송은 이 창업 과정을 장애인과 호흡을 맞추며 잘 드러내 주었다.
     

또한,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은 우리 사회 속 장애인이 창업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로부터 장애인이 겪는 차별과 냉대, 무시 그리고 아픔을 그려냈다. 방송은 “비장애인도 창업하기 힘든 현실에 장애인이 무슨 창업이냐”며 반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27살 청년에게 사회경험이 전혀 없어서 지원하기 힘들다”는 어른들의 볼멘소리를 전달해주었다.


여기에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은 ‘인식’의 차이를 드러낸 냈는데, 이 점이 방송에서 가장 돋보였다. 비장애인에게는 작은 ‘턱’에 불과하지만 장애인에게는 큰 ‘언덕’이 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도로 사정을,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힘든 공공장소의 화장실 문제를, “장애인에게 왜 여행이 필요하냐”며 이런 창업을 왜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여주며, 장애인의 시점과 입으로 우리 사회의 그릇된 인식을 보여줬다.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은 우리 시대 장애인이 겪는 현주소를 장애인의 시각으로 자세히 전달했다. (사진: 출연자 신현오 씨)


우리도 할 수 있다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은 앞서 창업에 나선 신현오 씨 사연을 전반부로 구성하고, 후반부에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꼭지로 구성,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노동을 하기 힘든 현실을 상세히 보여줬다.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과 그 가족들이 방송에 실제로 출연, 노동의 현장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과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와 이를 지켜보는 장애인 가족의 사연을 사실적으로 전달해주었다.


방송은 지적장애 2급인 김현승 씨와 자폐적인 특성을 띄고 있는 이관태 씨가 노동의 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단순히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적장애인들이 반복적인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비장애인보다 더 정확하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자폐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철저하게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설명하며, 일반인보다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여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꼼꼼히 짚어줬다.

  

그렇게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은 깨버렸다. ‘장애인이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냐’라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비장애인이 장애인보다 우월하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방송은 깨져버리고 허물어진 잘못된 인식의 자리에, 앞으로 우리 사회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어떻게 하면 함께 할 수 있는지 새로운 가치관을 선사했다.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은 노동의 현장에서 장애인들의 장애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팅커벨


동화 < 피터팬 >에서 ‘팅커벨’은 ‘피터팬’을 언제나 기다리며, 피터팬을 도와주는 조력자다. 지난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에서도 이러한 ‘팅커벨’처럼 장애인을 도와주는 다양한 조력자들의 모습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피터팬(장애인)을 도와주는 팅커벨(조력자)들의 이야기는 작게는 집에서, 크게는 일터와 사회에서 시작해, 장애인들과 함께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제시했다. 그동안 미처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전달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진심’을 말해주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식에게 닥쳐온 장애에 그동안 부모로서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을 전달하는 대목이 특히 그러했다. “나중에 밥은 먹고살겠냐”라며 세상의 힐난과 무시에 부모로서 많은 것을 도와주지 못했음을 설명하는 부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세상의 우려와 잘못된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장애를 가진 아들이 ‘정직원’이 된 그날의 감격과 기쁨을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선사하며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이야기도 충실히 다뤘다


길라잡이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은 보여준다. 창업하기 어려운 이 세상에 취업률이 오르기는커녕 나날이 하한가를 치고 있는 이 현실에 '장애인'이 취업과 사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구체적으로 나타냈다. 자고 일어나면 취업률, 고용률 관련 수많은 자료들이 쏟아지지만, 그 숫자와 지표가 말해주지 않는 우리 사회 장애인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방송은 우리 사회 속 장애인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을 자세히 보여주며, 동시에 장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결과만 보여주는 우리 세태를 아프게 꼬집는다.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며, 지금 이 시각에도 어딘가에서 장애인들이 어떤 노력과 힘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멈추고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려고 하는지를,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임을 강조하며,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말해 준다.


그래서 앞으로의 방송이 더욱 기다려진다. 수요일 오후 1시라는 시청하기 힘든 편성시간이 매우 아쉽지만, MBC < 우리동네 피터팬 >가 지금까지 보여준 장애인들의 노력과 땀, 의지를 보면 앞으로 우리 사회 장애인들이 펼칠 이야기가 기대 된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만들어 가는 방송.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은 그래서 꿈과 희망을 간직한 네버랜드이자 동시에 네버랜드를 찾아 떠나고 싶은 이들의 길라잡이가 돼 줄 방송이다.


MBC < 우리동네 피터팬 >은 기부, 나눔, 공유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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