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장금이 보고있다> 시청 후기
23:27분. 방송을 보다가 시계를 올려다봤다. MBC 좀 너무하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에 이런 방송을 하다니’ 라면 위로 계란이 풀어지는 장면에서 시선이 강탈됐다. 삼겹살 굽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시각과 청각도 모자라 라면이 익고, 삼겹살이 구워진 모습에 저절로 미각이 자극됐다. 매주 목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MBC <대장금이 보고있다>를 보며 벌어진 일들이다. 다이어트해야 하는 다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방송에 나온 족발을 보며 시킨 배달이 어느새 도착해 후각을 마비시켰고, 같이 배달 온 치킨의 따스한 온도가 피부로 전달됐다.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대장금이 보고있다>의 지난 방송은 어떠했을까.
백문불여일식. MBC <대장금이 보고있다>는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먹는 게 낫다’는 것을 표방한다. 오로지 먹는 게 낙(樂)이고, 먹기 위해 사는 신동욱(한산해 역), 이열음(한진미 역), 김현준(한정식 역) 삼남매의 침샘 자극, 먹부림 예능 드라마다. 드라마에서 신동욱은 절대 ‘미각’을 지닌 소유자로, 이열음은 절대 ‘후각’을 가진 연예인 지망생으로 등장한다. 김현준은 절대적인 ‘손맛’을 지닌 1인 쿡방(요리와 방송의 합성어)의 대표주자로 소개된다.
MBC <대장금이 보고있다>는 드라마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신동욱, 이열음, 김현준 삼남매는 조선 중종 때의 실존 인물이자 대장금의 후예로 등장한다. MBC 대표 드라마 <대장금>에서 소개된 인물인, 의녀로서 임금의 주치의를 맡았던 바로 그 사람 말이다. <대장금이 돌아왔다>는 먹거리로 병을 다스리고 사람을 고쳤던 역사 속 대장금의 모습이 현재의 먹방과 쿡방이 대세인 시대에 맞닿아 있다고 설정한다. 사람을 살리는데 의술 못지않게 음식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가짜 맛집이 판을 치고, 먹거리에 대한 여러 안전사고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불안감이 고조되는 시대에, MBC <대장금이 보고있다>는 시종일관 어떻게 음식 재료를 선정하고, 요리로 만들어야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나날이 맛있는 음식에 대한 갈증이 높아지는 이 세상에, 드라마는 단순한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확인하며 보여준다. 이 곳에 가면 반드시 이 음식을 먹어야 하고, 똑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이렇게 음식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매우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MBC <대장금이 보고있다>의 선혜윤 담당 PD는 입장을 밝혔었다. 방송에서 소개되는 모든 내용은 “실제로 제작진이 직접 찾아가 먹어보고 확인한 것만 방송한다”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남의 말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몸소 겪어보고 검증이 끝난 것만 보여준다는 포부는 방송에서도 충분히 드러났다. “사실인 것만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다짐은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묻는 이 시대의 요구에 호소력 있게 다가섰다.
“아이돌은 구멍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하고, 극의 흐름을 깨버리는 연기와 표정이 반복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이들이 펼치는 연기 아닌 연기, 다 만들어진 드라마에 재를 뿌린다는 이른바 ‘발연기’가 제공될 때, 대중들의 반응과 댓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장이다.
그런데 없다. MBC <대장금이 보고있다>엔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 출신인 유리(복승아 역), 비투비 소속인 이민혁(민혁 역)이 등장하지만,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연기력 논란이 없다. 유리와 민혁은 연기력 논란으로 드라마의 구멍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극의 흐름을 전개시키고, 틈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소녀시대 유리(복승아 역)는 자동차 영업부의 신입사원으로 등장, 신동욱(한산해 역), 김현준(한정식 역)과 삼각관계를 펼친다. 사회 초년생이 겪는 좌충우돌 모습을 보여주면서, 로맨스의 정점에 서 있는데, 앞으로 세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진행되게 할지 궁금증을 갖게 하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실제처럼 드라마에서 아이돌 역할로 출연하는 이민혁(민혁 역)도 이열음(한진미 역)과의 알콩달콩한 로맨스로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배가 시킨다.
MBC <대장금이 보고있다>는 ‘예능’과 ‘드라마’의 결합이라는 신선한 장르다. 출연자들의 빛나는 명품 연기로 드라마처럼 보이게 하지만, 동시에 예능 프로그램처럼 매 회마다 웃음을 빼놓지 않고 전달하고 있다. 그 중심엔 두 사람이 서 있는데, KBS 코미디언 출신인 김기리(원빈 역)와 MBC 공채 개그맨 출신인 정이랑(이나영 역)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인물은 사소한 재미부터 큰 웃음까지, 맛깔난 연기로 <대장금이 보고있다>에서 웃음을 담당하고 있다.
자동차 영업팀 부장인 정이랑(이나영 역)은 매주 다양하게 옷차림을 바꿔가며 등장한다. 때로는 메릴린 먼로와 캣우먼으로, tvN <미스터 션사인>에서 배우 김태리가 연기한 고애신 등으로 매회 변신해, 짝사랑하는 신동욱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를 한다. 이 과정에서 김기리와의 예기치 않은 러브라인으로 큰 웃음을 선사하는데, 두 사람은 매주 식욕을 자극하는 방송에 '빅 재미'를 선사한다.
MBC <대장금이 보고있다>는 지금까지 매주 목요일 밤 11시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시청자에게 선사하고 있다. 신동욱, 이열음, 김현준 삼남매가 나타내는 맛의 표현은 시청자의 오감(五感)을 자극한다. 유리와 이민혁, 정이랑과 김기리의 연기는 이들이 아이돌과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점을 잊게 할 만큼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먹방과 쿡방, 예능과 드라마, 로맨스가 등장하는 <대장금이 보고있다>는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한 편의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방송. 그래서 앞으로 이 방송이 더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