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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Dec 21. 2018

1970년 11월 13일

MBC <뉴스데스크> '바로 간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1970년 11월 13일.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신의 몸에 직접 불을 놓아, 서울 평화시장 앞에서 분신(焚身)했다. 그의 이름은 전태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자신도 극심한 가난한 시달리고 있었지만, 전태일은 ‘시다’라고 불리는 13~17세의 어린 소녀들이 초과근무수당도 받지 못한 채,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에 온 몸으로 저항했다.

    

故 전태일의 지난 외침은 3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2016년 5월 서울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19세 청년이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했다. 지난 12월 11일에는 故 김용균 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10번 넘게 보수를 요청하며 작업 중지를 요구했지만 번번이 묵살당했던 자신의 노동현장에서, 한 젊은이는 자신의 목숨으로 기계를 멈춰 세웠다.


청년들이 안타까운 죽음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이러한 시대적 맥락과 흐름을 짚은 방송이 있다. 악순환되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죽음과 희생을 멈춰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뉴스가 있다. ‘죽음의 외주화’로 불리는 안전하지 못하는 노동 환경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MBC <뉴스데스크>의 ‘바로 간다’가 꼭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MBC <뉴스데스크> ‘바로 간다’는 지난 9월 27일 ‘죽음의 알바’로 불리는 택배 알바를 잠입해 취재했다.


근로계약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택배회사는 법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근로계약서 1부는 반드시 노동자에게 주게끔 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회사는 작성된 서류를 전부 가져간 뒤 노동자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관리자는 어떻게 서류를 작성해야 되는지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의례적으로 물어보는 질문만 가득한 근로계약서를 나눠 준 뒤 그저 가져갈 뿐이었다. 일을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벌어진 위법들. 첫 번째 위반 사례였다.


무의미한 질문만 나열되어 있다. 사측이 근로계약서라고 제시한 서류엔 어떤 항목이 중요하고, 반드시 정확히 기입해야 하는지 어떠한 설명도 들어볼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택배회사가 내놓은 서류는 하얀 것은 종이이고, 검정 것은 글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노동자가 서류에 찍은 도장만 진짜 의미가 있을 뿐, 그 밖의 다른 것들은 전부다 허례허식이었다.

MBC <뉴스데스크> ‘바로 간다’는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 우리 노동현장의 현주소를 낱낱이 고발했다.


“너 3일 하면 죽어”


쏟아진다. 밀려들어온다. 마치 ‘빨리감기’를 한 것 같은 속도로 다양한 크기의 택배들이 컨테이너벨트 위를 달리고 있다. 물밀 듯이 밀려오는 택배에, 화장실을 갈 시간도, 물 한 모금을 마실 시간도 없다. 4시간을 일하면 30분 이상 휴식을 주게 된 법은 당연히 안 지켜지고 있었고, 쉴 공간도 제대로 마련해 주지 않아, 노동자들이 몸을 기대는 곳이 쉼터가 됐다.


14만 원. 주간 최저임금에 연장근로와 야근수당이 더해졌다. 시작시간만 있을 뿐, 정해진 퇴근 시간도 없이 12시간을 넘게 일하고 받은 돈이었다. 오전 8시 30분. 전날 오후 4시에 시작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한 노동자가 말했다. “너 다시는 여기 오지마, 3일 일하면 죽어” 지난 9월, 숨 돌릴 틈 없는 작업 속도로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목숨을 거뒀음에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MBC <뉴스데스크> ‘바로 간다’는 3일 이상 일하면 죽을 수 있는 택배 물류 노동의 실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밥과 물


한 곳만 그런 게 아닐까. 다른 데는 안 그러는데 MBC가 한 택배회사만의 문제를 성급하게 일반화시키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뛴다. MBC <뉴스데스크> ‘바로 간다’는 이러한 우려가 쓸데없다는 것을 다른 택배 물류 회사에서 직접 아르바이트를 뛰며 보여줬다. 택배 분류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처한 가혹한 노동현장의 모습을, 한 군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것이 우리 노동 풍토임을 드러낸다.


다른 택배회사도 그렇다. 아니 더하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제대로 일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로, 비인간적인 대우가 극에 달한다. 8시간 30분을 일했는데도, 밥 한 끼는커녕, 제대로 물도 주지 않는다. 다른 어느 때보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해 여름, 택배 물류회사는 고장 난 선풍기를 줄 뿐이다. 이 낡은 선풍기도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가 쓰러져서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자판기 커피로 끼니를 때우며 받은 6만 5천 원. 모든 게 근로기준법 위반이었다.


MBC <뉴스데스크> ‘바로 간다’는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안전’보다 ‘돈’


소화기가 단 한데도 없다. 방화벽이 내려와야 할 자리에 택배가 쌓여 있기 일쑤다. 약 1,000명이 일한다는 물류 창고 안에 종이 박스와 스티로폼이 가득한데, 적절한 화재 예방 교육도 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비상계단의 위치도 알려주지 않아 이를 모르는 노동자들이 태반이었다. 창고에서 노동자들에게 알려주는 건 딱 하나였다. “속도를 내라”, “빨리 하지 않으면 조치하겠다”라는 경고음뿐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일용직 근로자 채용 시 1시간 이상 안전교육을 해야 한다”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택배 물류 창고는 단 5분 교육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이곳은 짧게라도 했지만, 대부분 안 하고 있는 곳이 태반이었다. 안전교육을 실행하지 않는 건 교육시간이 작업시간을 침해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안 다치는 것이 이상하고, 스스로 위험을 피해야 하는 상황. MBC <뉴스데스크> ‘바로 간다’는 “‘속도’와 ‘안전’은 반비례한다”는 씁쓸한 사실을 자세히 보여줬다.


MBC <뉴스데스크> ‘바로 간다’는 노동자들의 ‘안전’보다 ‘돈’을 중시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꼬집었다.


MBC <뉴스데스크>가 가야 할 길

 

1970년 故 전태일의 죽음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2016년 5월 구의역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다가 사망한 청년의 죽음을 아직도 아파하는 시민들이 있다. 2018년 지금. 故 김용균 씨의 죽음에 우리 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세상은 언제나 누군가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억하고, 함께 아파하고 슬퍼한다.


2018년에서 1970년 11월 13일을 바라본다. 故 전태일 열사가 서울 평화시장 앞에서 자신의 몸을 불태워 가며 이루고자 했던 꿈을 떠올려 본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말은 의미한다. 새롭게 법을 만들어 달라는 얘기가 아니라, 지금 있는 법을 제발 잘 지켜달라는 얘기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문장은 “노동자는 사람이다”라는 아주 당연한 진리임을 말해 준다.


MBC <뉴스데스크> ‘바로 간다’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경고했다. ‘죽음의 외주화’에 대해,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여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노동현장의 현주소를 꼬집었다.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우리 노동자들의 현실을 고발했다. 2018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MBC ‘바로 간다’가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에 세운 수많은 이정표들을 이어보니 하나의 '길'이 만들어졌다. 바로 '사람을 살리는 길' 이 길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MBC가 걸어가야 할  길이다.


※ 아래 주소로 가면 MBC '바로 간다'를 기사 전체를 볼 수 있다.


http://imnews.imbc.com/issue/shortcut/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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