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왜곡된 기억> 후기
책 <왜곡된 기억>은 대한민국 남성들이 자랑하는 그 흔한 군대 이야기가 아니다. 군대와 징집이라는 소재를 다뤘지만, 그 흔한 군부심에 가득 찬 넋두리가 아니다. 20대에 징집된 청년이 전설의 육방(6개월 방위의 줄임말)이라는 군 복무를 하며 겪게 된 우리 사회 만연한 차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욕한다. 때린다. 욕하면서 때린다.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고 한다. 음담패설은 부지기수이며, 부조리가 횡행한다. 어디에서? 바로 군대에서. 책은 들어갈 땐 '대한의 자랑스러운 건아'라고 한껏 치켜세우지만, 들어가자마자 개XX라고 육두문자를 날리며, 제대할 때까지 그 모습을 유지하는 우리 군의 어두운 단면을 나타낸다.
그래서 공감이 된다. 책 <왜곡된 기억>을 읽으며 여러 번 기시감이 들었다. 3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군대는 늘 제자리에 있구나, 지금 세상이 4차 산업이다, 5G다 하고 있는데, 저자가 경험했던 군 복무 시절이 내가 군 복무하던 시절과 전혀 다름이 없음을, 우리 군대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시쳇말인 쌍팔년도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느끼게 했다.
책은 군대에서, 육방(6개월 방위)에 대한 경험담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는 고작 6개월밖에 안 한 군 경험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이 사실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부조리가 우리 군에서 저질러질 수 있는지, 나아가 이보다 더 긴 군생활을 한 대다수의 군인들이 얼마나 많이 부조리에 노출될 수 있는 지를 가늠하게 한다.
고민에 고민. 책장을 넘기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한다. 지은이가 직접 겪은 군 경험들은 보며, 나라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를 얻게 될 것인지 따져보게 된다. 저자 보다 더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내렸을까. 내릴 수 있었을까. 지은이의 철저한 자기 경험과 가감 없는 성찰 때문에 이 책은 단순 에세이를 넘어 선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솔직한 고백은 군대라는 장소를 겪어본 이들의 감정과 향수를 자극한다. 복무를 경험한 사람들이 시쳇말로 "군 복무했던 곳으로 오줌도 누지 않는다"는 현실에, 왜 이럴 수밖에 없는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거리를 던져 준다.
결국 이 책은 넘어선다. 단순히 군 복무를 경험한 이들이 술자리에서 술안주로 던지는 무용담과 허세가 아니라, 부조리가 만연하고,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빈번한 군대에서 '만약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라고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래서 읽어야 한다. 군 복무 경험의 유무를 떠나, 지금 우리 군대를 개선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꼭 읽어 봐야 한다. 앞으로 군 복무를 앞둔 사람들이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책 <왜곡된 기억>의 저자가 말하는 경험과 성찰이 진실에 가장 가까운 '사실의 기록'이자, '군대'라는 외부와 격리된, 특수한 성격의 비밀스러운 집단에서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한 사람의 솔직한 고백이자 반성이기 때문에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