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ndevoy May 14. 2018

MBC <판결의 온도>  정규편성을 위한 조언

오늘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오르내린다. 미성년자 성폭행 형량을 올려다는 시민들의 요구, 주취 감형에 대한 우리 사법부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문제제기는 다른 어떤 이슈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겨레>는 지난달 20일까지 등록된 청원 16만 8554건 가운데 2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158건을 분석해보니, 절반 이상인 52.5%(83건)가 법·제도 개선을 요구했고,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내용은 사회권적 기본권 보장과 관련된 것으로, 59%인 49건이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법 감정과 사법부의 법리 사이의 온도 차이를 극복하겠다는 MBC <판결의 온도>가 지난 3월 15일 파일럿 방송을 했다. 사법부의 판결을 검증해보겠다는 남다른 발상, 복잡한 판결의 내용을 쉽게 설명해주는 출연자 구성은 일회성으로 끝나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도였다. 이 글에선 <판결의 온도>가 정규편성으로 거듭나야 하는 두 가지 이유와 함께, 정규편성이 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단점을 살피고, 그 극복 방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 출연자 섭외의 장점: 다양한 시각을 전달    

 

총 2회 파일럿으로 방송한 MBC <판결의 온도>는 우리 사법부의 법리와 국민들의 공감대가 차이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여, 약 50분간 우리 사회를 들썩였던 지난 사건과 판결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판결의 온도>는 법조인이 일방적으로 대중에게 지식을 전달하던 과거 지상파 프로그램과 종편 문법에서 벗어나 전직 스포츠 선수, 시사평론가, 외국인 등의 사람들이 출연,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고자 했다.      


첫 회인 ‘2,4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사건’이 특히 그랬다. MBC 라디오에서 ‘경제’ 분야 이슈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진우 씨가 출연, ‘횡령’의 기준을 정확히 어떻게 잡을 것인지, 다양한 가설 제시를 통해 남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여기에 독일인인 다니엘 린데만 씨의 입을 통해, 독일에서 있었던 유사한 사례가 결국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를 비교하여, 우리의 판결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 지를 부각했다.     


MBC <판결의 온도>는 2018년 3월 15일 첫 방송을 했다.  40~50대 남성 위주의 출연자 구성이었다.


■ 출연자 섭외의 단점: 출연자의 성별과 연령대의 아쉬움   

  

MBC <판결의 온도> 기획의도는 현재 우리 사법부의 법리와 현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느끼는 ‘보편적 법 감정’의 온도 차를 드러내고, 이를 극복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다르게, 출연자들의 성별과 연령대가 편중되어 다양한 의견을 전하는데 아쉬움을 남겼다.


아동학대를 겪은 피해자의 어머니가 출연, 그 피해 실태를 알렸던 2회 방송을 제외하고, 방송 출연진의 구성은 평균 연령 40 ~ 50대인 전문직 남성이었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높은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특정 계층인 점을 고려해 볼 때, <판결의 온도>는 다수의 목소리가 아닌 특정 계층의 의견을 전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인상을 주었다.      


출연자 섭외에 있어서 제작진의 남다른 고충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하지만 우리 주변 평범한 이웃들의 법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선 ‘남성’ 위주의 지금의 섭외는 지양해야 한다. 무조건 남성 출연자로 구성하지 말고 여성 출연자를 등장시키라는 얘기가 아니다. 스튜디오에 남성이 출연하더라도, 여성들의 목소리가 날로 날로 높아지는 우리 시대에 여성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 우리 시대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고, 성 평등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요구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볼 때, 앞으론 다양한 계층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을 섭외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성별과 연령을 넘는 것이 그 첫 단계일 테다.    



 내용 구성의 장점: 시청자를 배려하며, 쟁점사항을 간단명료하게 설명

     

판결은 어렵다. 복잡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판결의 세세한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 MBC <판결의 온도>에서 다룬 2개의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에 있었던 판결이고, 한 때 세간의 주목과 관심을 이끌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복잡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제작진은 사건을 중요한 쟁점별로 나눈 뒤, 곧바로 토크를 진행했다. 제작진은 논의해야 될 주제를 명확히 했다. 불필요한 이야기로 토론이 진행되는 것을 사전에 막으며, 꼭 알아야 할 쟁점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사건에 있어서 무엇을 파악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했다. 그래서 <판결의 온도>를 통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쉽게 전달이 됐다.    



 내용 구성의 단점: 불필요한 10분 ‘시간을 달리는 법’     


MBC <판결의 온도>는 프로그램 끝부분에서는 ‘시간을 달리는 법’이라는 꼭지를 구성했다. 약 10여분 동안 과거와 현재의 우리 법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시간을 달리는 법’은 앞서 패널들이 약 50여분 동안 열띠게 토론하던 내용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전하는데 그쳤다.


왜 굳이 앞선 토론과 전혀 상관없는 과거와 현재의 법을 살펴보고자 했을까. 과거와 현재를 법을 왜 비교해야 하는지 이유 제시도 불분명했다. ‘시간을 달리는 법’ 꼭지는 그래서  어떠한 의미도, 메시지도 전달을 해주지 못했다. 따라서 정규편성이 목적이라면, ‘시간을 달리는 법’이라는 불필요한 10분 대신 앞서 있었던 출연자들의 토론을 더 이어가거나, 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프로그램의 취지가 시민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법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본 방송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지만 논의된 판결과 관련하여 일반 시민들을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시도가 필요하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법에 대한 인식을 잘 드러내기 위해 인터뷰와 여론조사를 제시하는 데 비중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그래야 <판결의 온도>가 대중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설 수 있을 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