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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Dec 30. 2018

미디어는 현실을 반영한다

< 방송문화진흥회 > '21회 좋은 방송을 위한 시민의 비평상' 우수상

※ 이 글은 < 방송문화진흥회 > '21회 좋은 방송을 위한 시민의 비평상'에서 우수상을 받은 글을 토대로 사진만 추가로 첨부한 글입니다. 사전에 동의 없는 인용 및 재가공은 저작권에 저촉을 받게 됨을 알려드립니다.



오늘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오르내린다. 술 취한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을 때, 그 당시 상태가 심신 미약이었다는 이유로 형량을 감경해주는 ‘주취감형(酒醉減刑)’ 판결에 사람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형법에 저촉이 되지만, 나이가 10세 이상 14세 미만이라 처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촉법소년(觸法少年)’ 규정에 시민들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 교육, 의료 등 우리 사법부의 판결을 두고 한 시민이 문제제기를 하면,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수 만 명이 ‘동의’를 표현한다. 20만 명 이상이 공감하면, 청와대는 이러한 시민들의 문제제기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 ‘미디어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듯 ‘법(法)’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최근 방송가에 쏟아지고 있다. KBS <마녀의 법정>, JTBC <미스 함무라비>, MBC <검법남녀> 등 2017년 작년부터 2018년 올해까지 법원을 무대로 다양한 드라마가 방송이 됐다. 과거에도 이러한 법정 드라마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지상파에 머무르지 않고, 최근 몇 년 간 케이블에서도 주로 다루는 단골 소재가 됐다. 이 드라마들은 단순히 인기를 얻고 끝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방송 이후 드라마에서 다룬 사건과 관련하여 사회적 관심과 문제제기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바야흐로 법정 드라마가 대세인 시대에, 우리 사법부의 판결에 물음을 제기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드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그 흐름을 이어받으면서 동시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프로그램 있다. 똑같이 ‘법’을 다루지만 뉴스보다 더 깊이 있게, 기존 드라마보다 더 큰 카타르시스를 전달하고자 했던 예능화 된 교양 방송이 있다. “사법부가 내린 판결을 검증하겠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힌 MBC <판결의 온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글은 ‘시즌2’를 기약하며, 지난 8월 10일 이후 종영된 <판결의 온도>의 한계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돌아올 때 어떠한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MBC <판결의 온도>는 그동안 금기시 되어 왔던 사법부의 판결을 검증하겠다는 당찬 포부가 느껴지는 프로그램이었다.



국민 ‘목소리’와 ‘감정’의 부재(不在)
    


MBC <판결의 온도>는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되는 우리 사법부의 판결을 검증한다는 취지로 2018년 3월 15일 첫 파일럿 방송을 했다. 첫 시청률 3.4%(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그 기세를 몰아 6월 22일 정규편성이 됐다. 첫 방송에서 정규편성까지 제작진에 주어진 시간은 약 3개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제작진은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됐던 사법부의 판결이 어떤 점에서 문제인지를 드러내고자 했다.


MBC <판결의 온도>는 여러 법조인이 방송에 출연, 일방적으로 대중에게 지식을 전달하던 SBS <솔로몬의 선택> 류의 프로그램과 종합편성채널의 여러 토크쇼에서 법률가에게 의존하며, 우리 법 체계를 지적했던 관행에서 벗어나고자 한 노력이 돋보였다. 특히, 섭외에서 두드러졌는데 법조인뿐만 아니라 전직 스포츠 선수, 시사평론가, 시민단체 대표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 동일한 법을 두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의 생각을 전달하고자 했다.


특히, 첫 파일럿 방송인 ‘2,4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사건’이 그러했다. MBC 라디오에서 수년간 ‘경제’ 분야 이슈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진우 씨가 출연, ‘횡령’의 기준을 정확히 어떻게 잡을 것인지, 다양한 경제 이론과 가설 제시하며 남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여기에 독일 출신 방송인인 다니엘 린데만 씨의 입을 통해, 독일의 유사한 사례를 소개하며, 우리의 실정과 비교, 사법부의 지난 판결을 검증하고자 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국민의 법 감정’과 ‘사법부의 판결’ 사이의 온도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송의 취지와는 달리, 지난 정규방송에서는 정작 판결에 대한 현재 우리 국민의 관심과 의견이 적절히 제시되지 못했다. 방송은 2017년 있었던 ‘초등학생 휴게소 방치 사건’과 1972년 발생한 ‘정원섭 목사 재심 사건’을 다뤘는데 현시점에서 왜 중요한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법 감정과 사법부의 지난 판결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 것인지 방송은 알려 주지 않았다. 그렇게 MBC <판결의 온도>는 총 10회 방송에서 국민의 감정과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조사 결과, 수치, 데이터 등의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는데 소홀히 했다.


그래서일까. MBC <판결의 온도>에서 다룬 주제는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없었음에도, 첫 파일럿 방송에서 기록했던 3%대 시청률은 정규편성 이후 줄곧 1%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이러한 모습은 현재 대중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제작진이 힘주고자 하는 목소리만 강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첫 방송 이후 세간의 관심을 이끌었던 ‘화제성’도 방송이 거듭될수록 잠잠해졌고, 시즌1이 끝날 때까지, 시청률 2%를 단 한 번도 넘지 못한 채 결국 방송은 종영이 됐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고려해 볼 때,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건 “국민의 목소리와 감정”을 전달하겠다는 기획의도가 정작 본 방송에서 부재(不在)했기 때문이었다.



장고 끝에 나온 악수(惡手)


MBC <판결의 온도>는 그동안 있었던 사법부의 판결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확인한다는 당찬 취지가 돋보인 프로그램이다. 삼권이 분리된 우리나라에서 사법부의 ‘3심’에 만족하지 않고, 방송에서 ‘4심’을 하여, 현재 우리 사법부의 판결과 시민들이 느끼는 법 감정의 온도 차를 ‘다양하게’ 드러내고자 했던 방송이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다르게, 파일럿 방송 2회, 정규편성 8회, 총 10회에 걸쳐 방영했던 MBC <판결의 온도> 시즌1은 정작 ‘단조로운’ 시각만 제시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파일럿 방송에서 유치원에서 아동학대를 겪은 피해자의 어머니가 출연, 그 피해 실태를 알렸던 2회 방송을 제외하고, 평균 연령 40 ~ 50대로 보이는 전문직 남성 10명이 출연했다. 현직 변호사, 시사평론가, 기자 등으로 구성된 이 연령대의 남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풍부한 경제력과 높은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특정 계층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사법부의 지난 판결에 ‘다양한’ 분석을 제공하겠다는 기획의도를 무색하게 하는 출연진 구성이었다.


MBC <판결의 온도> 출연진


정규편성돼서 크게 달라졌을까. MBC <판결의 온도>는 파일럿 방송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던 50대 진행자 김용만 씨를 송은이 씨로 교체했다. 파일럿에서 사법부의 문제를 꼼꼼히 지적하며 열띤 토론을 펼쳤던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가 있던 축에는 MBC 임현주 아나운서가 대신 앉아있었다. 두 번의 파일럿에서 각각 남다른 시각을 보여줬던 독일과 이탈리아 출신인 다니엘 린데만, 알베르토 방송인이 있었던 자리엔 일본인 사유리 씨가 고정을 꿰찼다. 그렇게 정규편성은 기존 ‘남성(XY)’ 출연자에서 ‘여성(XX)’ 출연자로 성별과 연령대를 바꿔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MBC <판결의 온도>는 제작진은 한 가지 사실을 놓쳐버렸다. 성별에 집착한 나머지, 세 명의 출연자를 단순히 ‘여성’으로 바꾸는데 머무르고 말았다. 본 방송에서 여성 방송인인 사유리 씨는 우리 사법부의 판결을 보고, 기존 다른 방송에서 보여줬던 독특한 생각과 엉뚱한 언변을 살려, 방송에서 ‘재미’를 선사하고자 했다. 예능화 된 교양 이른바 ‘쇼양’의 취지를 살리려는 시도였으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사유리 씨의 특이한 언행은 판결문에서 드러난 가해자의 잘못을 가리고, 피해자의 아픔을 공유하는 것을 방해했다. 여기에 여성 진행자인 송은이 씨와의 만담으로 파일럿에서 다니엘과 알베르토가 보여줬던 ‘냉정한’ 판단과 ‘따듯한’ 조언을 사라지게 했다.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펼치는 열띤 토론을 저해하기도 했다.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에서 MBC 임현주 아나운서의 교체도 마찬가지였다. 서장훈 진행자는 첫 정규방송에서 임 아나운서로 이렇게 소개했다. “그동안 방송가에 있었던 불문율을 깬, 지상파에서 안경을 쓰고 뉴스를 처음 진행한 여성 아나운서”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언급은 제작진이 정규편성에 앞서, 앞서 지적한 40 ~ 50대 남성 위주의 출연에서 벗어나 성비를 맞추려는 행보로 보였다.


하지만 성(性) 차별에 앞섰던 MBC 임현주 아나운서로의 교체는 결국 ‘자충수’가 됐다. 특히, ‘고(故) 신해철 의료사고’, ‘진경준 전 검사장 뇌물수수 사건’, ‘양심적 병역거부’ 주제에서 더더욱 그러했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문 의료인과 법조인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판결에서, 앞서 양성평등 문제에서 그녀가 걸어온 길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녀가 ‘여성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고 방송을 진행하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을 깬 점은 높이 살만하고, 마땅히 응원해야 될 일이지만, 정작 정규방송에서는 이러한 행보를 볼 수 없었다. 방송과 전혀 무관한 일, 특히 양성평등 문제와 동떨어진 이슈에서 그녀의 존재는 방송 분량 면에서 한없이 작아지기만 했다.


MBC 임현주 아나운서로의 출연진 교체는 큰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MBC <판결의 온도>의 파일럿에서 보여준 장점은 전직 판사, 현직 변호사, 시사평론가, 기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나의 판결을 두고, 자신의 ‘전문성’을 토대로 판결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성별에 집착한 나머지 정규편성에서 보여준 전문가 교체는 파일럿에서 돋보였던 열띤 토론 과정을 소홀히 하게 했고, 재미와 웃음을 추구한 나머지 시사적인 메시지 전달을 약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사법부의 입장을 대표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의 팽팽했던 균형은 정규편성에서 결국 깨져버렸다. 어렵고 복잡한 판결을 쉽게 설명해주는 ‘전문성’ 대신 ‘성별’에만 신경 쓴 변화는 파일럿 방송의 장점을 퇴색시켰다. 3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에 보여준 준 프로그램의 변화는 결국 장고 끝에 나온 ‘악수(惡手)’였다.



사이다가 주는 불편함


“당신 딸이 당했어도 그런 판결을 내렸겠어요?”, “판사들이 세상 물정 모른다”, “로봇이 판결하는 게 낫다” 지난 10번의 방송에서 나온 말들이다. 출연자들은 전직 판사 출신 법조인에게 이와 같은 말을 던지며, 우리 사법부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러한 ‘사이다’식 발언은 청량감을 주며, 국민의 상식과 감정을 무시하고, 오로지 육법전서에 적힌 대로만 생각하는 사법부의 답답함을 뚫어주는 듯 한 느낌을 선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전직 판사 출신 출연자를 꾸짖는 시원시원한 발언들은 당장 듣기에는 좋은 느낌을 줄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판사들은 나쁘다”, “사법부가 잘못했다”는 공공연히 감정을 드러내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사법부가 이상하다’고 미리 답을 정해 놓은 이러한 태도와 발언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넘어 혐오로 비치게 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러한 대다수의 발언이 한때 소송가액이 170억에 달했고, 방송에서 그동안 직접 자신이 백여 건의 송사에 휘말렸으며, 이로 인해 법원과 판사에게 시달렸다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말한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였기에 단순히 볼 수 없는 부분이었다.


더욱이 사법부에 대한 노골적인 감정의 표출은 사법부의 판결을 같이 고민해보자는 전직 판사의 출연을 무색하게 했다. 전직 판사 출연자가 국민의 법 감정에 다가서려는 노력과 시도는 고려치 않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는데 머물렀다. 더욱이 이 출연자가 사법부를 대표해 나온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다른 출연자와 진행자들은 기어이 사과성 발언을 받아내며, 미안하다는 의사표현을 끝까지 확인하고자 했다. 이러한 상황은 사법부의 구조적인 문제를 자세히 드러내기는커녕, 한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려는 모습으로 비쳤으며, 기존 사법부에 대한 불만족을 다른 이에게서 대신 얻으려는 행동으로 보였다. 사이다를 마시면 일시적인 시원함을 주지만, 계속해서 마시면 불편함을 주는 것처럼, 이러한 사이다성 언행은 순간적인 청량감만 주었을 뿐,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비효율적이었다.


'사이다'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발언들은 합리적인 비판을 저해하고 비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인간의 온도


어떤 하나의 일이 사회적으로 문제 되는 지점이 있고, 문제 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 이 지점의 경계를 우리는 흔히 ‘과도기’라고 부른다. 현재 우리 사회는 그 경계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뉴스에서 단독, 특종, 속보라는 이름으로 ‘탄핵’과 ‘파면’이라는 사법 농단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현재는 검찰과 대법원으로 대표되는 철옹성 같았던 사법부의 권위가 끊임없이 추락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다.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정치적 이슈나 재벌이 연루된 사건의 경우, 구속영장 실질심사부터 판결에 이르기까지 해당 판사의 이름, 학력, 나이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판결을 검증하겠다”는 MBC <판결의 온도> 등장은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판결의 온도>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이어받아 야심 차게 시청자 곁에 다가섰었고, 지금은 시즌2를 기약하며 잠시 물러서 있다. 전진을 위한 잠시간의 휴식. 앞으로 방송이 어떻게 돌아올지 알 수는 없지만, 다시 시청자 곁으로 다가설 때, <판결의 온도>가 반드시 놓치지 말고 향해야 될 부분이 있다. 37.5도. 바로 ‘인간의 온도’다.


그동안 우리 사법부의 판결이 국민에게 동의를 얻지 못하고, 상식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건,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평등’과 ‘인권’ 수준에 정작 우리 사법부가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가해자에게는 한 없이 유리하기만 하고, 피해자에게 불리하기만 한 법률, 대기업 총수의 횡령과 배임, 정치인의 불법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일반시민과 경제적으로 풍족치 못한 이들에게 내려지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식의 법원 결정은 사법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게 함과 동시에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MBC <판결의 온도>는 현재 우리 사회가 중요시 하는 부분을 제대로 짚은 방송이었다.


여기에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해 있다. 양성평등에 대한 목소리, 성소수자 문제와 난민 허용을 둘러싼 논란 등은 그 어느 때보다 ‘인권’ 문제에 있어서 법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법부의 판결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며,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어떤 면에서는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시즌2로 돌아 올 MBC <판결의 온도>에서는 지금처럼 어렵고, 복잡한 판결을 쟁점만 간추려 설명해 주면서 동시에 우리 헌법에서 명시한 ‘평등’과 ‘인권’ 가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사법부의 판결을 다루는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출연자 섭외에 있어서 제작진의 남다른 고충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하지만 다가올 시즌2에서는 지난 방송을 반면교사 삼아, 특정 ‘연령대’와 ‘남성’ 위주의 출연은 피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가 출연하되, 시대적 흐름에 귀추를 주목하며, 기존 MBC <판결의 온도>에서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던 여성과 어린이, 장애인과 노년층 등 우리 사회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판사 출신 법조인 개개인에게 잘못을 꾸짖기보다는, 이 판결이 왜 내려졌는지, 우리 사법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데 지금 보다 더 많은 비중을 둬야 할 것이다. 그래야 방송의 궁극적인 목표인 국민의 ‘법 감정’과 ‘판결’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 나아가 그동안 우리 국민이 느끼기에 한 없이 차갑기만 했던 ‘판결의 온도’에서 벗어나, 현재 우리 시대가 중시하는 ‘사람’에 가까운 ‘인간의 온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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