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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Dec 28. 2018

리메이크(remake)가 필요해

MBC <여성토론 위드>에 대하여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사회는 사회적 갈등으로 대립과 반목이 사회 전 분야에서 심화됐다. 보수(保守)를 참칭(僭稱) 한 두 번의 정권을 거치며, 인권, 노동 등 이전까지 중요시되던 가치들이 이 시기를 거치며 오히려 등한시돼버렸다. 그동안 활발히 다뤄졌던 일들이 무시돼버리며 방치됐는데 방송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송가에서 우리 사회 아픈 곳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던 토론 프로그램이 이 시기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지금까지 제자리를 찾지 못하며 주춤거리고 있다.


그래서 살펴본다. 우리 사회 갈등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지금, 남다른 기획이 돋보였으나 지금은 볼 수 없는 MBC 토론 프로그램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시대를 앞서 갔던, 2014년에 폐지되어 지금은 볼 수 없는 방송인 MBC <여성토론 위드>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양성평등과 여성, 인권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져 가는 지금 우리 시대에 딱 맞는 프로그램이자 “여성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당차게 밝히며 시청자들에게 다가섰던 <여성토론 위드>의 지난 모습은 어떠했을까.


2011년 11월 28일. MBC <여성토론 위드>는 생방송으로 이정민 아나운서의 진행 속에 첫 토론을 시작했다.

시대를 앞서 갔던 방송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그러했다. 당시에도 우리 사회는 ‘양성평등’에 대한 목소리가 대두됐었다. 지금처럼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과거에도 난무했었고, 이 과정에서 차별을 겪는 여성의 이야기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했을까. MBC는 꺼내 들었다. MBC <여성토론 위드>는 기존 남성 중심의 토론문화와 시각전달에서 벗어나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했다. 방송은 연애, 결혼, 출산, 육아, 교육으로 이어지는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고통과 애로사항을 전달하고자 했다.


MBC <여성토론 위드>는 육하원칙에 따라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양성평등이 이뤄져야 하는지를 다뤘다. 집 안팎을 가리지 않고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폭력과 차별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맥을 짚어냈다. 방송은 마치 한의사처럼 우리 사회에서 여성을 둘러싼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며, 앞으로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는지 구체적인 처방전을 내놓았다.


2011년 MBC <여성토론 위드> 내용 중 일부. 방송에 소개된 당시 여론조사 결과는 2018년 지금 현 시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이 과정에서 MBC <여성토론 위드>는 탈피했다. 기존 남성 중심적인 토론문화에 경종을 울리고, 이전보다 여성의 목소리와 시각을 우리 사회에 전달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기존보다 좀 더 현실적인 토론을 하는데 중점을 두려고 했는데, 이를 위해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 스튜디오에 출연하였다.


그래서 넘어섰다. 단순히 여성이 여성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 사회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다. 여성이냐 남성이냐는 ‘성별’을 넘어, 오로지 전문성을 무기로 다양한 전문가들이 출연하여 우리 사회 여성이 처한 현주소를 되짚어 봤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제대로 꼬집으며, 구체적인 담론을 만들어냈는데, 여성 혐오엔 남성 혐오로, 성차별엔 성차별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대응이 난무하는 2018년보다 시대를 앞서서 건전한 토론의 장을 구성했다.


2011년 방송에 출연 ‘우리 사회 여성의 고달픈 삶’에 대해 전문성을 보여줬던 진선미 변호사는 2018년 지금 여성가족부 장관이 됐다.

시대적 흐름에 부합했던 방송

     

이게 다가 아니다. MBC <여성토론 위드>은 여성 이슈만 다룬 게 아니었다. 지금도 논란이 됐지만, 과거에도 논란이 됐던 사회적 문제에 구체적으로 다가섰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측의 의견을 들어보며, 토론을 통해 절충안을 찾고자 했다. ‘낙태죄 찬반’ 논란이 대표적이었다. 방송은 2018년 최근 우리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낙태죄 문제를 2013년에 이미 심도 있게 다뤘다. 당시에도 우리 사회는 지금처럼 이분법적 사고에 따라 양쪽으로 의견이 갈려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었는데, 방송은 토론을 통해 여성과 삶과 직결된 ‘낙태죄’ 문제를 다각도로 접근했다.


‘촉법소년’ 논란도 마찬가지였다. MBC <여성토론 위드>는 14살 미만의 미성년을 형사 처벌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2018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문제를 무려 4년 전에 이미 상세히 살펴봤다. 청소년 범죄가 나날이 흉포해지고 있고 그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법에 저촉되는 기준을 내리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과연 능사인지를 따져봤다. 처벌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토론을 통해 다가섰다.


2013년 류여해 씨는 MBC <여성토론 위드>에 출연해, ‘낙태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밖에도 MBC <여성토론 위드>는 여성의 문제를 다루는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 전반의 중요한 이슈를 살피는데 소홀히 하지 않았다. 과거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가장 골칫거리인 ‘집값’ 문제가 그러했으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논란, ‘기초연금’ 지급 기준 갈등 등의 이슈도 자세히 다루고자 했다. <여성토론 위드>는 그 당시 우리 사회가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지점을 짚어 내며,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다.


리메이크(remake)


리메이크(remake)는 “기존에 이미 발표되었던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을 새롭게 다시 만드는 작업”을 의미한다. MBC <여성토론 위드>를 보며, 새로운 시도로 시청자에게 다가서는 것도 좋지만, 기존에 좋았던 것들을 다시 활용하는 리메이크가 MBC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여성과 평등, 인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요즈음을 되돌아볼 때, “여성들을 위한 소통과 공감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편성됐던 <여성토론 위드>의 재작업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방안이다.


MBC <여성토론 위드>는 2011년 11월 28일부터 2014년 11월 10일까지 총 124회에 걸쳐 방송됐다. 일반 사람들이 시청하기 힘든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에 전파를 탔다. 그래서일까. 2019년 세밑에서 MBC에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시청하기 힘든 시간대라도 상관없다. 연애, 결혼, 출산, 육아, 교육의 관심이 드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양성평등에 대한 의식과 여성차별에 대한 비판 의식이 우리 사회에 고조되고 있는 모습에, <여성토론 위드>가 리메이크되어 과거처럼 우리 사회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달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2011년 우리 사회 여성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했던 MBC <여성토론 위드>는 2018년 지금 다시 내놓아도 손색없는 토론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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