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ndevoy Jan 07. 2019

진실, 그것을 믿었다

2018년 MBC <PD수첩>에 대하여

사필귀정(事必歸正)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가기 마련이다”는 뜻이다. 이 말은 방송에도 적용이 된다. 2018년 한 해 동안 MBC <PD수첩>이 보여준 모습이 그렇다. <PD수첩>은 2018년 1월 4일 “큰 칼 쥐었으니 큰 도둑 잡겠다”라고 자신이 밝힌 포부를 스스로 증명하려는 듯,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사회에 거악(巨惡)에 대해 이야기했다. 방송 당시 높은 시청률과 매회 방영 이후 높은 화제성을 보였던 <PD수첩>의 지난 한 해는 어떠했을까. 2019년 기해년 새해가 밝은 지금.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 곁으로 다가서야 할까.


2018년 1월 4일 MBC <PD수첩>제작진은 기자간담회에서 탐사보도에 대한 의지와 포부를 드러냈다.



베었다. 2018년 MBC <PD수첩>의 모습은 ‘거짓’을 베어낸 한 해였다. <PD수첩>은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이야기들을 전달해주었지만, 2009년 비극적으로 생을 달리 한 고 장자연 씨의 사건을 재조명한 점이 가장 돋보였다. 2회에 걸쳐 고 장자연 씨의 죽음과 관련 소문만 무성했던 이야기, 무엇이 사실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던 여러 논란에 대해 다뤘다. 이 과정에서 한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제대로 밝히기는커녕 덮기에 급급한 언론, 사법부, 경찰 수사의 미흡한 점을 꼬집었다.


고 장자연 씨 사건만 그랬을까. 아니다. MBC <PD수첩>은 장자연 사건에 이어 우리 사회 여성이 처한 현실을 과감 없이 보여줬다. 작년 8월 7일 ‘거장의 민낯, 그 후’라는 이름으로 우리 영화계의 몰지각한 현실과 인권 유린의 실태를 낱낱이 드러냈다. 외부적으로 세계적인 거장으로 알려졌던 인물이, 내부에서 여러 여성을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인터뷰를 토대로 자세히 밝혔다. 국내외적으로 양성평등에 대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대두됐던 2018년 지난 한 해, 그렇게 <PD수첩>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며, ‘거짓’을 베어내 ‘진실’을 드러냈다.


2018년 7월 24일 MBC <<PD수첩>은 故 장자연 사건을 재조명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송곳


베기만 한 게 아니었다. 날카롭게 찌르기도 했다. MBC <PD수첩>이 우리 사회의 ‘정직한 목격자’ 임을 외치며, 우리 사회에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 지난 9월 11일 방영됐던 ‘한국전력의 일회용 인간들’ 편이 특히 그러했는데, 조성현 PD는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의 호소와 절규를 무시하는 한국전력의 안이한 대응을 지적했다. 협력업체에 제대로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한국전력의 부도덕함도 아프게 꼬집었다.


예외가 없었다. 2018년 MBC <PD수첩>은 송곳 같은 질문은 성역(聖域)을 넘나 들었다. 그동안 많은 부조리로 개혁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던 종교계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특히 그러했다. 작년 5월 1일에 방송됐던 ‘큰스님께 묻습니다’ 편과 10월 9일에 전파를 탔던 ‘명성교회 800억의 비밀’ 편이 특히 그러했는데, <PD수첩>은 예리한 질문으로 문제의 핵심을 찔렀다.


지난해 5월 1일 MBC <PD수첩> ‘큰스님께 묻습니다’ 편은 성역(聖域) 없는 질문이 돋보인 방송이었다.


MBC <PD수첩>은 불교계의 최고 수장이 학력을 속인 것도 모자라 처와 자식을 감추며 거짓을 일삼는 민낯을 상세히 드러냈다. 염불을 드리고 수양해야 될 절간에서 스님들끼리 도박을 저지르고 여성을 성폭행한 범죄도 세상에 공개했다. 다른 어떤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취재. 그래서일까. <PD수첩>의 ‘큰 스님께 묻습니다’ 편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재물이나 권세나 명예를 지나치게 탐하지 말라”는 불가의 가르침이 오히려 스님들에 의해서 철저히 부정되고 있다는 점을 자세히 보여줬다.


날카로운 질문은 불교계에서 멈추지 않았다. MBC <PD수첩>은 개신교의 민낯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신도들이 낸 성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목사와 그 가족의 부도덕함을 보여줬다. “가장 낮은 곳에 임하라”는 예수의 말을 섬기기는커녕 오히려 가장 높은 곳에 서서 거짓을 일삼는 종교인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018년 MBC <PD수첩>은 우리 사회 개신교의 현주소를 보여주고자 했다.


오로지 ‘진실’을 알기 위해 달리고 달렸다. MBC <PD수첩>은 우리 사회에서 철옹성 같은 사법부의 권위에 과감 없이 질문했다. 지난 7월 10일 ‘양승태의 부당거래’ 편에서 <PD수첩> 홍세정 PD의 물음이 단연 돋보였다. <PD수첩>은 에둘러 가지 않고, 직진하며, 그동안 꽁꽁 감춰왔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있었던 부패한 권력의 속살을 자세히 보여줬다.


제대로 찔렀을까. 질문은 받은 임종헌 전 차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MBC <PD수첩>은 비록 직접적인 답변을 얻지는 못했지만, 시청자는 알 수 있었다. 제작진의 질문에 줄행랑치는 임 전 처장의 뒷모습에서 무엇이 가짜이고 진짜인지를. 진실을 좇는 제작진의 열정에 방송 이후 수많은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관련 영상은 다양하게 편집되어 대중에게 전파됐다. 이 모든 건 MBC <PD수첩>이 ‘송곳’ 같은 질문으로 예리하게 찔렀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2018년 7월 10일 MBC <PD수첩>의 끈질긴 취재에 대중은 열광했다.


감동 그리고 앞으로


2018년 한 해 동안 MBC <PD수첩>은 우리 사회 다양한 부조리에 다뤘다. 철옹성 같았던 사법부의 권위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했으며, 신성시되던 종교 분야의 부패를 우리 사회에 낱낱이 공개했다. 그동안 범죄의 특성상 밖으로 알리기가 쉽지 않았던 성폭력 문제를 피해자의 시각과 입장에서 전달하기도 했다. 여기에 노동, 교욱, 부동산 등 우리 일상과 가장 밀접한 내용을 다루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사실 무겁다. 매주 화요일 밤에 MBC <PD수첩> 매회 방송을 보고 나면 예외 없이 마음이 무거워진다. 특히, 지난 7월 10일 ‘양승태의 부당거래’ 편히 그러했다. 이날 방송은 무거움에 먹먹함이 더해져 울컥거리게 했다. 홍세정 PD의 끈질긴 취재로 방송 이후 세간에 많이 회자가 됐는데, 그 이후 부분에서 오히려 더 큰 의미로 남다르게 다가왔다.


남다른 감동을 선사한 주인공은 서정문 PD였다. ‘양승태의 부당거래’ 편에서 서 PD는 고문 후유증을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피해자와 이어폰을 나눠 끼며, 피해자를 고문한 적이 없다는 경찰의 음성을 같이 확인했다. 이러한 모습은 피해자를 취재 대상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가 권력 앞에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는 시민과 적극적으로 교감하려는 시도로 읽혔다.


2019년에도 MBC <PD수첩> 이 시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 인터뷰 모습은 다른 회차에서 볼 수 없었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동을 선사했다. 2018년 7월 10일 자 방송은 그렇게 높은 화제성과 함께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그래서일까. 바라본다. 2019년에 MBC <PD수첩>이 시민과 ‘직접’ 소통하고, 우리 사회 약자의 아픔을 같이 나누려는 노력을 지금처럼 더 자주 보여줬으면 한다. 시민과 함께 방송, '진실의 힘'을 믿으며, 가짜들이 판 치는 세상에 진짜를 알려 주는 프로그램으로  올 한해도 달렸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리메이크(remake)가 필요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