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100분 토론> "성 평등인가 역차별인가" 편
토론(討論)은 논쟁(論爭)의 장(場)이다. 논쟁은 글자 그대로 논리로 싸움하겠다는 얘기다. 서로 다른 주장, 또는 같은 주장 내에서 달리하는 바를 부딪혀 보겠다는 거다. 그래서 MBC <100분 토론>은 100분간 논리로 싸움을 하겠다는 무대다. 지난 2월 12일 방송, "성 평등인가 역차별인가"라는 주제로 출연자들은 치열하게 논(論)하고, 쟁(爭)했다. 그 내용은 어떠했을까?
토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전제'다. 전제는 왜 이 주장을 펼치는지, 왜 이 입장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것인지를 알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토론의 시작점이자 첫 단추이며, 논리가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다. 이날 스튜디오에 출연한 출연자들의 전제를 중심으로, 이들이 예를 든 사례와 주장을 살펴봤다. 1시간 10여분 진행된 방송을 통해 출연자 섭외가 어떠했는 지를 따져봤다.
방송 섭외에서 중요시되는 것이 많다. 그중에 제일은 출연자가 방송에서 말을 잘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특히, 토론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언변은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 중요한 요소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로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고, 반대로 위기의 순간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출연자의 말은 시청자로 하여금 몰입하게 한다. 출연자의 말솜씨는 그래서 중요하다. MBC <100분 토론>이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틀린다. 김지예 변호사는 전제가 늘 틀려서 상대방에게 공격권을 준다. 공격수는 이날 같이 출연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다. 이 최고위원은 방송 내내 김 변호사 보이는 논리의 작은 틈을 헤집고, 들어가 파헤쳤다. 김 변호사가 반복되게 틀렸던 이유는 이러했다. 토론 내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통계에 기댄 실수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김지예 변호사는 토론 내내 "역사상 유례가 없다"라는 단정적인 어조의 주장과 "전례가 없다"라는 부연 설명은 했는데, 사실 이러한 설명은 토론에서 되치기 당하는데 아주 좋은 구실이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러한 주장과 의견, 사례 제시가 역설적이게도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아보면 정말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위험한(?) 전제 설정로 그렇게 쉽게 다른 출연자에게 반박당했다. 논리가 막히니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불안한 전제 설정과 함께, 김지예 변호사는 너무나 자주 '오류'를 범했다. '이준석이 하니깐 나도 한다'는 피장파장의 오류와 아전인수식 논리 전개는 금일 방송에서 불필요했고,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말 꼬투리를 잡으면, 똑같이 말꼬리를 잡고, 비판을 받으면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래서 너무나 쉽게 걸려들었다. 김 변호사는 토론 내내 이준석 최고위원의 도발에 아주 쉽게, 논리 정연하게 말하기는커녕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는 이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이날 같이 출연한 정영진 시사평론가의 비판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모습에서 더욱 그러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제가 틀린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이었다. 토론에서 인신공격은 늘 있는 일이다. 새로울 게 전혀 없다. 그런데 이 방법은 일장일단이 있다. 인신공격으로 상대 토론자의 감정을 자극해 실수를 유발, 나의 논리로 토론을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상대방 주장을 기각하지 못한데 이어, 도덕적 책임까지 감수해야 한다. 꼭 써야 할 때, 자주 쓰지 말아야 하는, 정말로 써야 할 때, 딱 한 번만 써야 하는 전략. 하지만 김지예 변호사는 잘못된 전제 설정, 비효율적인 사례 제시, 다양한 오류를 저질러 시종일관 상대방 출연자들에게 논리에서 밀렸다. 반대편 출연자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같은 축에 앉아 있는, 의견을 같이 하는 다른 출연자의 지지도 못 이끌어 냈다.
김지예 변호사의 전제가 불명확하고, 비논리적 내용, 감정과잉적인 모습은 출연자 섭외가 잘못됐음을 드러냈다. '여성'과 '차별'이라는 현재 우리 사회가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주제에, 고작 이 정도 설명과 분석, 사례 제시를 하는데 머물렀다. 시청자가 보고 싶은 건 내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고집이 아니라, 왜 내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냐는 힐문이 아니라, 나와 다른 주장과 의견을 가진 이를 설득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을 분석해 전달하며, 기존 논의에서 외연을 더 넓히는 것이다.
결국 필패(必敗). 김지예 변호사는 필승 카드가 아니라 필패 카드였다. 왜 나 온 건가. 왜 나왔을까. 말을 업으로 삼고 있는 변호사인데, 논리 정연한 모습은 시종일관 보여주지 못했다. 수준 낮은 토론 자세는 덤이었다. 방송을 보며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소송을 하게 된다면, 이런 변호사에게는 절대로 맡기지 않아야겠다'는 느낌이 떠올랐다. 김 변호사는 그렇게 치열하게 이성적인 논리로 부딪혀야 했는데, 방송에서 감성적으로만 다퉜다.
의문이 일었다. 왜 제작진이 이런 인물을 섭외했는지 생각의 꼬리가 이어졌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검색했다. 김지예 변호사의 경력을 살펴봤다. 그녀는 그동안 종편에 자주 출연했다. 맞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잊힐만하면 단골로 제재를 받는, 그 종편 토론 프로그램들 말이다. 김지예 변호사는 종편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끄럽고, 인신공격적인 발언을 MBC <100분 토론>에서 반복했다.
아무리 봐도 이날 제작진의 출연자 섭외가 부적절했다. 김지예 변호사가 제일 잘못된 섭외였다. 토론의 질적인 면을 고려해 볼 때 더욱 그렇다. 김 변호사는 토론자로서도 실패, 여성 문제 전문가로서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 점도 문제, 끝까지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하다가 그친 점, 상대방의 주장의 문제점을 짚어내어 이를 논리 정연하게 반박하거나 기각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여줬다.
그래서 김지예 변호사는 1순위다. 토론자 섭외에 있어서 배제되어야 할, 첫 번째 대상이다. 금일 다뤘던 여성과 인권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앞으로 첫 번째로 빠져야 할 인물이다. 앞으로 제작진은 출연자 섭외에 있어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사소한 실수를 놓치지 않는다. 넘어가도 될 부분인데, 아주 작은 부분일지라도 상대방의 논리적 비약과 허점을 정확히 꼬집어 낸다. 그렇게 꼬집으며 비틀고 들어가 결국 소리를 지르게 만들고 K.O를 받아낸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방송에서 반대편 측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인 김지예 변호사의 비논리적인 부분을 짚고, 최태섭 작가가 제시하는 통계 수치와 표본의 오류의 대표성과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한 모습이 그러했다.
이날 방송 주제는 여성 할당제 도입이 성평등을 위한 방식이냐, 아니면 오히려 역차별이냐 아니냐였다. 김지예 변호사는 단순히 양적인 면을 고려해 여성의 사회적 비중을 늘리고, 진출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할당제 도입이 무조건 필요하다고 했다. 대다수의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상층부에 있는 여성의 비율이 적으니,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보장하자는 논리를 폈다.
반면에 이준석 최고위원은 강조했다.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이날 같이 출연하 정영진 문화평론가와 함께, 단순히 비율 맞추기 위해 여성과 남성의 고위직 수치를 50 대 50으로 기계적으로 맞춰서는 안 된다고 했다. 숫자에 함몰되어, 정량적 평가에 치우여 여성(XX)과 남성(XY)의 비율에 집착하는 것이 차별을 없애기는커녕 오히려 다른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음을 지적했다.
2 대 1. 이준석 최고위원은 시종일관 반대 편에 앉아 있는 김지예, 최태섭 두 명의 주장을 끊임없이 반박하고 기각하면서, 같이 출연한 다른 출연자의 도움 없이 홀로 싸웠다. 버거워하기는커녕 상대가 제시한 전제 설정과 논리의 한계를 지적했다. 상대방 주장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굽히지 않는 모습도 연신 보였는데, 몇몇 장면에서 여유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다. 이날 출연에서 가장 돋보인 토론 실력을 보여줬지만, 토론 내내 김지예 변호사와의 감정적 대립은 부적절했다. 호불호가 있겠으나 끝날 때까지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비아냥 거리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하게 했다. 사회자의 중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의 주장만 앞세웠는데, 이로 인해 제대로 된 논의가 진전이 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보장된 의견 개진의 시간을 빼앗는 모습도 있었다. 이러한 토론 태도는 결국 감정의 잔재물만 남겼다.
제작진은 이날 방송에선 여성과 인권, 평등이라는 내용을 쉽게 설명해 줄 4명의 출연자를 스튜디오로 초대했다. 최태섭 작가는 그동안 여성과 인권과 관련된 <한국, 남자>라는 책을 쓴, 여성의 불평등 문제를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인물이었다. 방송에서도 언급됐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이끌고 있는 이 문제에, 다른 어느 누구보다 해당 문제에 대한 수많은 보고서와 통계에 익숙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기대치가 높았을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날 방송에서 존재감이 미비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토론 비중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부분에서도 무색무취였다. 최태섭 문화평론가는 연구자로서 자신이 알고 있는 많은 논문과 수치, 통계, 현황에 대해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자신이 주장하는 바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못했다. 심지어 방송에서는 이 자료를 찾느라 헤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면서 상대편 측의 논리적 문제와 결함을 꼬집었어야 했는데, 미흡했다. 이날 같이 출연한 세 명의 출연자들과 비교할 때, 더더욱 그러했다.
다른 누구보다 여성의 문제에, 차별을 반대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관점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데이터와 통계, 수치, 보고서라는 양적인 결과만 믿고 나온 탓인지, 그 자료 밖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지 못했다. 토론 무대에 나섰으면 상대방의 주장과 논리에 미흡함을 지적해, 그 주장을 기각하고 반박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채 끝날 때까지 헤맸다. 이날 방소에서 자신의 주관과 의견, 통찰을 많이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
돋보였다. 이날 토론에서 가장 무난한 사람은 정영진 시사평론가였다. 그는 상대측 출연자가 주장하는 바에 대해 때로는 동의하고, 때로는 논리적 반박을 하며, 어떤 점에서 자신의 주장이 타당성이 높은 지를 설명했다. 이 날 방송에서 비중은 작았지만, 가장 능수능란하게 상대방을 설득하려 했고,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자 했다.
정영진 시사평론가는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개진하면서, 상대측 논리의 모순되는 점과 불확실한 부분을 시종일관 차분한 태도로 지적했다. 금일 김지예 변호사의 주장이 그만큼 비논리적인, 인신공격성 발언이었기에 이러한 모습이 두드러진 측면도 있지만,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덕복이자 기본인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날 방송에서 정영진 시사평론가가 보여준 모습은 교과서였다. 사람마다 토론의 방식은 천양지차이지만, 적어도 토론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정 평론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도 주었는데, 이러한 모습은 토론에서 비록 이기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쉽게 지지 않을 거 같다는 인상을 남겼다. 정영진 시사평론가는 깊은 내공으로 이날 토론에서 중심을 잡았다.
이번 토론에서 가장 고생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지윤 MC다. 그녀는 진행에 있어서 큰 문제는 없었다. 무난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 김지예 변호사와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 주고받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출연자들을 제재하고, 논의를 진전시키고, 이날 시민논객으로 출연한 사람들의 의견을 간단명료하게 갈무리해 전달했다.
김지윤 MC는 지난 2018년 5월 이후, 새로운 진행자로 발탁되어 지금까지 MBC <100분 토론>를 이끌고 있다. 방송인 출신이 아니기에, 첫 방송은 다소 어색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러운 진행이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보다 더 자연스러워지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김 진행자는 이날 방송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시종일관 김 진행자의 요구와 요청을 묵살하는 김지예 변호사와 이준석 최고위원 모습을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2월 12일 MBC <100분 토론>은 말해 준다. 방송에서, 특히 토론 프로그램에서 토론자의 전문성과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나타냈다. 이날 김지예 변호사, 이준석 최고위원이 보여준 언행은 부적절했을 뿐만 아니라, 이날 이슈를 이해하는데 비효율적이었다. 시청자는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려고 밤 12시 05분에 TV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최태섭 출연자는 작가와 평론가로서 인지도가 있을지는 몰라도, 방송 토론에서 있어서 부적합하고,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모습을 방송 내내 보여줬다.
시청자는 보고 싶다. 어떠한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 치열하게 토론하고, 상대방을 설득시키며, 내 주장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일까. 아쉽다. 최근 우리 사회 가장 중요한 현안 중에 하나인 여성, 차별, 평등, 노동과 관련된 내용을 다뤘던 방송에서, 이 이슈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출연자들의 태도와 섭외가 매우 아쉬웠다. 마치 탁구를 하는 것처럼, 토론 프로그램에서 서로서로가 반대편에 앉아 논리를 주고받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지나친 욕심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MBC <100분 토론>의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