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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May 23. 2019

가짜뉴스를 검증한다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2018년 11월 26일 파일럿 1회 편

진짜를 찾는다. 진짜 같은 가짜를, 가짜 같은 진짜를 구분한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쏟아지는 기사와 방송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를 따져본다.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가 그렇다. 방송은 fact(사실)과 fake(가짜)를 가려내며, 우리 언론의 민낯과 현주소를 검증한다. 이 의지와 진심 때문인지 2회에 걸친 파일럿은 결국 지난 4월에 정규편성이 됐다. 그 내용이 어떠했을까. 지난 파일럿 1회를 토대로 살펴봤다.


불문율


불문율(不文律) 은 '알게 모르게 서로 납득하여 지키고 있는 규칙'을 의미한다. 우리 언론계에는 금과옥조처럼 지켜지는 불문율이 있다. 언론사는 상대 언론사의 보도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잘못된 취재관행으로 기자들이 '기레기'라고 불려도, PD들의 갑질이 사회적 문제가 되어 '방송국 놈들'이라는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도, 언론사는 다른 언론사에서 일어난 일을 지적하거나 따지지 않는다.


그런데 한다.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따진다. MBC는 지난 2018년 11월 26일에 방송됐던 파일럿 1회는 강남 아파트 평당 1억을 외치며, 보도했던 신문사와 방송사의 실체를 밝힌다. 언론사들이 그동안 어떻게 보도를 했는지, 왜 이렇게 방송을 한 것인지, 누구에 의해서 가짜 뉴스가 만들어졌는지를 꼼꼼히 검증한다. 이러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언론사의 무책임한 보도와 방송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깬다. 이 불문율은 단순히 국내 매체를 넘어 해외 매체의 보도도 검증해 허위사실들을 하나하나 깨부순다.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국내의 오보와 허위 기사가 해외로 퍼져 있는 상황을, 검정받지 않은 해외의 기사가 다시 국내로 유입되어 유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잡아낸다. 한국과 일본이라는 국적을 넘어, 잘못된 것들이 양적으로 늘어나는 이른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실을 구조적으로 드러낸다.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기존 관행을 깨며, 언론사의 가짜 뉴스를 판별한다.


검증에 검증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타 언론사의 잘못된 취재 관행을 밝히며, 동시에 무엇이 fact(사실)이고, 무엇이 fake(가짜)인지 드러낸다. 파일럿 1회는 "평당 1억"이라고 보도된 여러 매체들의 기사들이 정말 진짜인지를 검증하는데, 단순히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왜 이런 오보와 거짓 보도가 난무하는지 구조적인 원인과 배경을 파헤친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평당 1억'이라는 보도 내용들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검증한다.


천착(穿鑿)한다. 깊게 파고든다는 이야기다. 방송은 파고 파고 들어가 끝내 도달한다. 부동산 관련 뉴스의 대부분이 철저한 이해관계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이 방송이 사실은 부동산 관계 업자들이 직접 말하는 것이었음을 밝혀낸다. 방송국은 그저 거수기였을 뿐, 출연자와 내용 모두 부동산 업자들이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음을,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오프라인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부동산 업자들이 다 한통속임을 드러낸다. 시쳇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 그렇게 방송은 부동산 타짜들에 의해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현실을 공개한다.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검증에 검증,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방송이다.


김지훈


의아했다.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파일럿 방송에는 걸출한 청년이 등장한다. 그런데 방송은 이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적절히 소개하지 않았다. 전달력 높은 목소리와 발음, 발성으로 방송 시작하자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내내 똑 부러지게 내용을 전달한 점이 돋보였던 그가 정작 어떤 인물인지 제대로 방송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MBC 아나운서인지, 아니면 내부 기자인지, PD인지 정확히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찾아봤다. 잘생긴 외모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진행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누리집을 검색했다. 그의 지난 이력과 주요 활동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배우 '김지훈'.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이전까지 배우 김지훈의 작품을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어 잘 몰랐을 뿐, 파일럿에서 보여준 그의 진행은 수준급이었다. 핵심을 딱딱 짚어주며, 어떤 점을 눈여겨봐야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그래서 방송이 무엇을 검증하고자 하는지 자연스럽게 제시했다.


능숙하다. 배우여서 그런지, 목소리 전달력이 좋다. 혼자서 진행하는 부분에서 특정 부분에서 재연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의 연기력이 해당 장면에서 십분 발휘됐다. 특히 MBC 김정현 아나운서와 주거니 받거니 하며, 특정 이슈에 대해 자연스럽게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점이 돋보였다. 그동안 어디에 있다가 갑자기 이런 사람이 튀어나왔는지, 진행자로서 김지훈 씨의 진행은 인상적이었다.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에서 배우 김지훈은 진행자로서 탁월한 솜씨를 뽐냈다.


자연스럽게 비교가 됐다.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에서 김지훈 씨가 보여준 진행은, 본 방송과 유사한 타사 프로그램과 견주어 보게 했다. 현재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진행은 배우 김상중 씨가 하고 있다. TV 조선 <탐사보도 세븐>은 배우 유오성 씨가 맡고 있다. 두 프로그램을 틈틈이 챙겨 보고 있는데,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의 김지훈 이 두 배우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돋보인다. 배우 김지훈 씨가 보여준 진행은 이 두 방송의 진행자들보다 더 자연스러웠다. 연기자와 진행자로서 선배인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김지훈 씨는 '숨은 진실을 찾는 검색자'로 변해, 방송에서 시종일관 시청자에게 친절하게 내용을 전달했다. 특히, 파일럿 1회에서 일본 내부의 혐한 단체와 사람들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한국인이지만 한국을 비방 비난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내용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더욱 그러했다. 공감을 이끌어 내는 설명이 돋보였다.


그래서일까.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됐다. 김지훈 씨를 보며, 본 방송이 파일럿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정규 편성되어서도 다른 유사한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맞붙어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 비록 평소 그의 연기활동은 잘 알지 못했지만, 확실한 건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를 보고 적어도 '김지훈'이라는 진행자의 방송을 자주 보고 싶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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