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ndevoy May 03. 2019

종교와 사립학교가 만났을 때

2019년 4월 30일 MBC <PD수첩> 편

'종교'와 '사립학교'가 만났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한 교회의 장로이자 동시에 한 사립학교의 교장인 사람이 저지른 부조리는 고약했다. 한 사람의 잘못으로 고등학교 학생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학습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지난 4월 30일, MBC <PD수첩> "누가 죄인인가, 아이돌 사관학교에선 무슨 일이...?" 편의 내용이 그러했다. 방송은 어떻게 우리 사회의 병폐를 낱낱이 보여줬을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부패


"종교+사립학교=부패"였다. 지난 4월 30일 방송에서 보여 준 서울시 구로구 궁동에 위치한 서울 공연예술고등학교의 지난 학교 운영을 보면 그러했다. 학교장은 자신과 인연이 있는 단체를 통해 자신의 학교 학생들을 무대에 내세웠다. 미성년자인 고등학교 학생들을 그렇게 영문도 모르는 술판이 벌어진 자리에서 졸지에 학생에서 어른들의 흥을 돋우는 무희가 됐다.


학생들의 인권 유린은 기업 행사에 그치지 않았다. 한 교회의 장로인 학교장은 어디서 알아왔는지 학생들을 교회 행사로 내몰았다. 학생들이 평소 갈고닦은 춤과 노래는 그렇게 전혀 이 예술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앞으로, 그 내용이 펼쳐지기 적절하지 않은 곳으로 향하게 했다. 학교는 졸업생과 재학생들을 교회 무대를 넘어 군부대 위문 공연으로 내몰았고, 같은 또래의 남고로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입에 담기 힘든 성폭력이 자행됐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바깥에서도 샜다. 학교와 학교장의 부조리는 국내를 넘어 대만으로 건너가서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꿈을 펼쳐 준다는 교장의 말만 믿고 자비를 들여 해외로 향했지만, 초라하기 그지없는 무대와 현실을 맞닥뜨려야 했다. 방송은 이러한 현실을 인터뷰와 참고 영상 등을 토대로 자세히 드러냈다. 한 교회의 장로이자, 한 학교의 교장이 그러니까 우리 사회에서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어른이 어떻게 청소년들을 방치하고 무관심하게 대했는지를 고스란히 제시했다.

 

MBC  "누가 죄인인가, 아이돌 사관학교에선 무슨 일이...?" 내용 중 일부.


마피아


재벌과 다름없었다. 마피아식 가족 경영이었다. 지난 4월 30일, MBC <PD수첩> "누가 죄인인가, 아이돌 사관학교에선 무슨 일이...?" 편에서 보여준 서울 공연예술고등학교의 학교 운영과 경영상황이 그러했다. 이날 방송에서 보여준다. 한 개인의 잘못이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됐을 때, 어떠한 패악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그래서 우리 사회 약자인 학생들이 어떻게 가장 아프게 다칠 수 있는 지를 드러냈다.


이날 방송에서 보여준 서울 공연 예술고등학교의 지난 경영은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한다. 1919년생 사립학교 이사장은 알고 보니 공연예술고등학교장 아내의 할머니다. 학교장은 아빠, 행정실장은 엄마, 행정직원은 아들, 교사는 딸이다. 학교장의 일가는 우리 사회 대기업의 폐해이자 악(惡)인 '일감몰아주기'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비단 이뿐이랴. 학생들은 춤과 노래를 실습할 공간이 없다고 아우성치는데, 정작 학교장은 한 귀퉁이에 살림집을 차려놨다. 방송은 학교장과 그 아내가 공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학교 시설을 개인 공간과 휴게실로 이용하고 있음을, 학교 옥상을 개인의 텃밭으로, 나아가 학생이 철저히 배제된 오로지 자신들과 자신의 지인들만이 바비큐 파티를 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음을 상세히 보여줬다. 말만 공연예술학교일 뿐, 학생들이 공연을 준비할 연습 공간도, 예술적 능력을 살릴 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음을 자세히 드러냈다.


MBC  "누가 죄인인가, 아이돌 사관학교에선 무슨 일이...?" 내용 중 일부.


학교는 여름엔 비가 샌다. 겨울엔 춥기 그지없다. 학교 안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정작 학생들은 이용할 수 없다. 몇몇 교직원들만이 이용할 뿐이다. 방음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학생들이 학교 주변 주민들에게 항의받기 일쑤다. 방송은 그렇게 등록금 300만 원, 1년에 약 1,000만 원이라는 비용을 지불하지만, 학생들의 교육 환경은 매우 열악함을 보여줬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나왔다고 알려졌지만, 그 화려함에 감춰진 부패와 비리의 온상을 낱낱이 고발한다.


지난 4월 30일, MBC <PD수첩> "누가 죄인인가, 아이돌 사관학교에선 무슨 일이...?" 편은 돋보였다. 한 교회의 장로인 공연예술학교의 교장이 미성년자인 자신의 학교 학생들을 종교행사와 군 위문 부대, 보험회사 등의 행사에 매우 여러 차례 동원하고, 이마저도 모자라 해외 공연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재능과 능력을 낭비한 과정을 낱낱이 드러냈다.


나아가 MBC <PD수첩>은 한 개인의 부조리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도 자세히 보여줬다. 학교 내부의 부조리를 낱낱이 드러냄과 동시에 교육청에서 교장을 파면, 행정실장을 해임하라고 했음에도, 사학법 때문에 교육당국의 지침과 상관없이 이들이 학교에 출근할 수 있는 상황과 배경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사립학교 교장 일가의 비위 행위를 드러내며, 2005년도에 개정되지 못한 사학법의 여파가 자금까지 이어져, 이 법의 맹점이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서 교묘하게 이용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개인과 시스템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던 방송.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드러내면서 몇 군데 옥에 티가 있었다. 


MBC <PD 수첩> "누가 죄인인가, 아이돌 사관학교에선 무슨 일이...?" 내용 중 일부.


옥에 티


고발성이 강한 시사프로그램은 인터뷰 과정에서 대역을 사용한다. 정보를 제공한 취재원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음성을 변조하기도 하며, 이러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취재원의 신분이 드러날 것을 우려 및 염려해, 대역을 쓰기도 하고 재연 배우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 4월 30일 방송은 취재원과 제보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앞선 조치들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런데 이날 방송에서 교장과 그 가족의 비리를 드러내는 인터뷰 내용에서 방송에서 제공한 음성과 화면에 비친 재연 배우의 모습이 전혀 맞지 않았다. 방송에 나온 음성은 30~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의 걸걸한 목소리였는데, 정작 제시된 방송영상은 20~30대로 보이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사전에 인터뷰된 목소리와 제시된 영상이 상이한 것이었다. 이러한 모습이 2번에 걸쳐 전파를 탔다. 방송이 시작되고 약 30분 즈음에 한 번, 그리고 39분경에 이러한 영상과 음성이 다시 제시됐다.


영상과 음성에 이어 자막에서도 실수가 있었다. 앞서 제시된 20~30대로 보이는 여성이 등장하는 영상 하나를 두고 앞부분에서 "교사"라고 했다가 다음 부분에서는 "학교 관계자"라고 자막으로 표시했다. 학교 관계자의 영역에 교사라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제작진이 서로 다른 인물의 증언과 인터뷰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면 똑같은 영상을 되풀이한 것이 아니라 영상을 달리하는 것이 더 적절했다.


이와 반대로 동일 인물의 증언을 시간대를 달리 해 앞뒤로 배치한 것이라면 똑같은 인물을 두고 "교사"와 "학교 관계자"라고 표현한 점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상식적으로 볼 때, 동일한 사람을 교사와 학교 관계자로 달리해 자막으로 제시할 필요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왜 남성의 음성에 한 여성의 모습을 제시했을까. 똑같은 인물인데 왜 자막 표현을 다르게 했을까. 궁금증을 갖게 하는 대목이었다.   


반문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실수로 넘어갈 수 있는, 이날 방송에서 다루고자 했던 본질과 무관하지 않냐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사립학교 임원진 개개인의 부조리와 구조적인 문제를 매우 꼼꼼히 다뤘던 내용을 고려해 볼 때, 이를 뒷받침하는 증인과 제보자들의 표현에 보다 더 완벽을 기했어야 했다. 더욱이 사소한 실수가 한 번이 아니었다. 실제로 해당 장면을 다시 보기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성의 목소리에 여성의 모습이 제시된 것에 이어, 자막을 재차 들여다보면 매우 이상하게(?) 보인다.


방송은 시각과 청각을 통해 시청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때로는 소리가, 때로는 영상이, 나아가 소리와 영상 모두가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보는 이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서 아쉽다. 한 개인의 부조리를 드러내며, 동시에 우리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충실히 지적했던 방송에서 영상과 음성, 자막에서 실수가 있었던 점은 다른 의미로 큰 아쉬움을 남긴다. 더욱이 이 옥에 티가 방송 전에 충분히 바로 잡을 수 있었던 사소한(?) 부분이었기에 방송 이후, 아쉬움이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앞으로 기대해 본다. 내용 전개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이 날 방송에서 말하고자 했던 의도와 내용을 충분히 잘 전달했고, 이를 증명하는 과정도 매우 충실했기에 앞으로의 MBC <PD 수첩>의 방송이 기다려진다. 예전처럼 본방송을 보게 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에 돌아올 땐, 이번 방송에서 드러난 몇 가지 실수를 참고 삼아 보다 완벽하게 돌아오기를 바라본다.



※ 끝으로 영상을 하나 첨부한다. 아래 영상은 지난 4월 30일 MBC <PD 수첩> 방송에서 소개된 자료화면의 전체 영상이다. "누가 죄인인가 -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의 피해와 불이익을 고발합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l_uzzNPnCXQ)


※ 서울 공연예술학교 학생들의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탐사보도의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