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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May 08. 2019

독립투사 수당 정정화 이야기

KBS <특집 다큐 '여인, 독립투사되다' 수당 정정화> 편

잘 알지 못한다. 2012년부터 매년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좇고, 독립운동가들이 걸었던 길을 걷고자 러시아로 중국으로 향하고 있지만, 일제강점기 우리의 독립운동에 대해 아직도 모르고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식민지 치하 조선인들의 흔적과 독립운동가들의 고난의 과정을 따라가고 있지만, 막상 그 현장을 마주하게 되면 그동안 역사에 있어서 얼마나 무지했는지 저절로 깨닫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책에 나온 이야기보다 현장의 모습이 더 자세했으며, 책에 한 줄로 정의된 내용보다 미처 담지 못한 사실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갑다. 2019년은 3.1 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다. 현재 다양한 매체에서 이를 재조명하고 있다. KBS도 이러한 흐름을 따른다. KBS 1는 <특집 다큐 '여인, 독립투사되다' 수당 정정화> 편을 소개했다. 수당 정정화는 누구일까. 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 중 정정화를 다뤘을까. 일제강점기의 냉혹한 시기에 그녀는 여성으로서 어떤 독립운동을 했을까. 정정화를 통해 이 방송이 시청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을까. 아쉬운 점과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수당 정정화


수당 정정화는  KBS <특집 다큐 '여인, 독립투사되다' 수당 정정화 > 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인물이었다. 방송을 보지 않았다면, 독립운동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의 국경을 넘나들던 사람이 있었는지도 모를 뻔했다. 방송을 보기 전까지 그저 역사책 한 줄에 적힌 수많은 독립운동가 중 한 사람으로서, 단지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서, 특히 현재 여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독립운동가 중 여성 한 사람을 단순히 소개하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방송은 설명한다. 여성이 아니라, 독립운동가로서 수당 정정화를 다룬다. 임시정부의 밀서를 지니고 국경을 넘나 나들었던 사람, 잡히면 모진 고문과 처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임정의 군자금을 여러 차례 옮겼던 그녀의 삶에 집중한다. 방송에서 역사학자 한홍구는"여성 독립운동가로서 가장 세게 독립운동을 한 사람"이라고 정정화를 소개하는데, 방송을 다 보고 나니 실제로 그러했다.


수당 정정화


KBS <특집 다큐 '여인, 독립투사되다' 수당 정정화 >를 보고 알게 됐다. 꼭 칼과 총을 들어야만 독립운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폭탄을 지니고 있다가 던져, 민족의 원흉을 죽이고 다치게 하는 것만이 애국이 아닐 수 있음을 생각하게 했다. 일제강점기라는 냉혹한 시절, 이러한 무장투쟁을 하기 위해 때로는 물 밑에서, 때로는 뒤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지원을 하는 것도 독립운동 중에 하나라는 사실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방송은 시종일관 보여준다. 당시 시대적 상황상 여성으로서, 그리고 며느리로서 대놓고 나서지 못했을 뿐, 뒤에서 묵묵히 임시정부의 활동을 꾸려나간 수당 정정화의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낸다. 일제의 핍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정화가 없었으면 일제를 피하기 위한 임정의 이동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었음을, 정정화로 대표되는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없었다면, 일제에 대한 항거와 조선의 독립이 더 녹록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 준다. 

 

 

전문성과 객관성


넘어간다. KBS <특집 다큐 '여인, 독립투사되다' 수당 정정화 >는 국경을 넘나 든다. 수당 정정화라는 독립운동가의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국내를 돌아다니며, 동시에 중국을 가고 상하이로 향한다. 단순히 가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정정화의 삶을 구체적으로 말해 줄 수 있는 이들을 만난다. 방송은 사람을 접하고, 그녀의 삶을 정확히 보여주기 위해 증거를 좇는다.


정정화의 독립운동은 자신의 남편과 시아버지였던 동농 김가진의 삶과 궤적을 같이 하는데, 방송은 독립운동가 김가진의 삶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인 김휘현 씨를 만나, 며느리가 아닌 독립운동가로서 정정화의 삶에 대해 설명한다. 그렇게 방송은 정정화라는 한 사람을 두고 우리 사회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달하는데, 이러한 국내외 여러 전문가의 평가는 반증한다. 그녀의 삶이 단순히 며느리로서, 누군가의 엄마이자 딸로서, 여성으로서 평가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엄연히 독립운동가로서 제대로 조명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다각도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녀의 독립운동이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음을 말해 준다.


증거에 증거를 제시하고, 전문가의 수준 높은 분석과 설명으로 KBS <특집 다큐 '여인, 독립투사되다' 수당 정정화 >는 벗어난다. 방송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단순한 민족주의, 시쳇말로 '국뽕'으로 치닫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객관성과 전문성을 토대로 비껴간다. 다양한 역사적 사료와 증거, 권위 있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설명은 우리가 이미 알았어야 할, 앞으로 우리가 알아가야 할 독립운동가의 삶을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나아가 이러한 객관성과 전문성을 토대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임정의 역사적 가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라고 요구가 대두되는 현시대적 상황을 반영한다.


KBS <특집 다큐 '여인, 독립투사되다' 수당 정정화 >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설명을 통해 수당 정정화를 객관적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 아쉬움


이 방송에는 독립운동의 역사를 소개해 줄 다양한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방송엔 역사학자 한홍구, 독립기념관장 이준식, 설리용 상하이 역사박물관 부주임 등의 국내외 다양한 전문가들이 출연, 수당 정정화에 대해 말한다. 그런데 너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뤄 상대적으로 정정화의 손녀와 그 가족이 그동안 어떠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 말하는데 분량이 부족했다. 우리 독립운동에 대한 생전 정정화의 소회가 너무 짧게 제시되는데 그쳤다.


정정화 당사자의 생전 증언과 독립운동가 가족의 의견을 더 많이 다루는 게 어땠을까. 특히, 가족이 바라보는 정정화에 대해, 독립운동 이후 국내에서 정정화의 삶에 대해, 어떠한 대우와 조치를 받았는지 다뤘어야 했다. 그동안 독립운동가로서 임시정부 논란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좀 더 시간을 할애했어야 했다. 전문가의 설명과 분석이 충분히 제시됐다고 봐도 무방했기에 여성 독립운동가가 말하는 독립운동에 대해 더 길게 제시했어야 했다.


KBS <특집 다큐 '여인, 독립투사되다' 수당 정정화 > 다큐멘터리에는 김선현 씨가 등장한다. 그녀는 수당 정정화의 친손녀다. 32살까지 정정화와 함께 살았다는 그녀는 다큐에서 할머니이자 독립운동가인 정정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방송에서 김선현 씨는 손녀로서 갖고 있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정정화의 독립운동 발자취를 좇는다. 방송은 이처럼 전문가의 의견 비중을 조금 줄이고, 정정화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어,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의 현주소를 더 드러냈어야 했다. 가족으로서 옆에서 지켜본 '독립'과 '운동'에 대해 좀 더 이야기했어야 했다.


수당 정정화의 손녀 김선현 씨가 방송에 출연, 독립운동가인 할머니의 흔적을 좇았다.


두 번째 아쉬움


다큐멘터리에서는 '재연'이라는 기법을 사용한다.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사용하기도 하고, 방송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를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재연 배우의 연기를 통해 내용을 전달한다. KBS <특집 다큐 '여인, 독립투사되다' 수당 정정화 >에서도 그러했다. 특히 이번 방송은 다른 다큐멘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연'의 비중을 높게 할애해 수당 정정화의 삶을 전달하고자 했다. 그런데 방송을 보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었다. 바로, '재연' 자막 고지 문제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39조(재연·연출) 에는 아래와 같이 명시되어 있다.


① 방송에서 과거의 사건·사고 등을 재연할 때에는 재연한 화면임을 자막으로 고지하여야 한다. 다만, 시청자가 재연임을 쉽게 알 수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5. 10. 15.>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사실적 기법(모자이크·음성변조·인터뷰 형식 등을 통해 실제상황인 것처럼 연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사용하여 과거의 사건·사고 등을 재연할 경우에는 시청자가 이를 실제상황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연출한 화면임을 자막으로 충분히 고지하여야 한다.  <신설 2015. 10. 15.>


③ 방송은 허구의 소재를 사실적 기법을 사용하여 연출할 때에도 제2항의 규정을 준수하여야 하며, 실제 존재했던 사건·사고가 아님을 시청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자막으로 충분히 고지하여야 한다.  <신설 2015. 10. 15.>


KBS <특집 다큐 '여인, 독립투사되다' 수당 정정화 >를 보다가 그동안 KBS에서 다뤘던 다른 다큐멘터리와 차이점이 있어서 이론적으로 접근했다. 현장의 제작환경과 관행이 어떠한 지 잘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말하고자 한다. 의견을 달고자 한다.


'재연'과 관련 의문점이 들어 제일 먼저 한 일은 방송제작에 기준이 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규정을 찾아보는 일이었다. 규정은 '재연'이라는 기법을 사용할 때, 이 내용이 '재연'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지해야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같은 규정 일부분에서 자막 제시를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규정이 시청자의 입장에서 혼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재연'이라는 자막을 '충분히' 제시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아니었다. 이번 방송이 다른 다큐멘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에 걸쳐 '재연'이라는 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이 '재연' 부분에 대해서는 규정을 다소 소홀히 한 것처럼 보였다. 내용 전달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심의규정에 따라 자막을 고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였다.


처음 재연 배우가 등장했을 때, 계속 추가로 재연 배우가 등장하고 연기가  되풀이될 때, 방송을 보면서 재연 배우인지 아닌지 아리송하게 한 몇 가진 부분에서 '재연' 자막을 고지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였다. 특히, 이번 방송에서 단 한 번도 '재연'이라는 자막을 제시하지 않았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39조(재연·연출)에 명시된 내용을 참고해 볼 때, '재연'이라는 자막을 제시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


기대되는 점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 민족의 손으로 직접 독립을 이뤄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많은 임시정부 요인들이 단순 '개인' 자격으로 국내로 복귀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이야기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폭압과 타향살이의 설움을 견디며, 목숨을 던져 헌신했음에도 당시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때뿐이었을까. 조선이 광복된 지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평가와 연구, 인정을 소홀히 해왔다.


그래서 해줬으면 싶다. KBS가 <특집 다큐 '여인, 독립투사되다' 수당 정정화 >를 시작으로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의 삶을 적극적으로 다뤄줬으면 한다. 수당 정정화의 삶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이 과정에서 전문적인 분석과 객관적인 설명이 돋보였기에, 앞으로 지금처럼 자세히 보여줬으면 한다. 이것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일이기도 하며, 동시에 다른 누구보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알리고 재조명하는데 앞장서야 할 공영방송인 KBS의 중요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방송은 힌트를 제공한다. 이 방송에는 수당 정정화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등장했다. 이것은 의미한다. 방송에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그래서 앞으로 기대해 본다. KBS <특집 다큐 '여인, 독립투사되다' 수당 정정화 >라는 명품 다큐멘터리를 통해, 앞으로도 이처럼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를 KBS에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말이다.


이번 방송처럼 우리 역사를 알리고, 재조명하는 KBS의 명품 다큐멘터리를 다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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