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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Jun 26. 2019

관음증

The National Anthem 공주와 돼지 편 (1)

※ 스포일러(spoiler, 헤살)가 많이 있습니다. 



줄거리


어느 날, 왕실의 공주가 납치가 됐다. 페이스북을 하고 환경주의자이며,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수잔나 공주가 괴한의 손에 떨어졌다. 인질범의 요구 조건은 단 한 가지였다.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포로를 석방하라는 흔한 요구도 아니었다. 인질범 요구는 지상파, 케이블, 위성 방송으로 한 나라의 총리와 돼지가 관계를 갖는 장면을 내보라는 것이었다. 허무맹랑하고 터무니없는 요구조건이었다.

처음엔 그랬다. 여론은 인질범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여론은 공주의 안전이 위협받자 급격하게 바뀌게 된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공주가 인질범에게 핍박받는 영상이 유튜브로 삽시간에 퍼졌다. 공주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차분하게(?) 이 문제를 바라보던 대중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인질범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쪽으로 바뀌었다. 여론이 움직이니 왕실과 정치권의 압박도 총리에게 가해졌다. 결국 한 나라의 총리는 돼지와 수간(獸姦)을 생방송으로 하게 된다.

 

인질범은 총리에게 생중계로 돼지와 수간(獸姦)을 하라고 요구한다.


국가와 정부는 통제한다. 신문사와 방송국의 보도를 규제한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하나를 지우면 6개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다. 아무도 보도를 하지 못/안 하고 있는데, 신문사와 방송국을 통제하려던 계획도 점차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 페이스북에선 공주의 납치와 총리의 수간(獸姦)을 둘러싸고 영상을 공유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마치 봇물이 터진 것처럼,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와 방송이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퍼진다. 

결국 총리는 하게 된다. 인질범의 요구대로 돼지와 '수간(獸姦)'을 하게 된다. 하는 것도 모자라 TV를 통해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신의 행위로 "공주가 무사히 돌아오기 바란다"며, 자신을 이렇게 만든 세상에 읍소한다. 그렇게 몰락한다. 어제까지는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총리였는데, 오늘부터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떨어지게 된다. 방송국과 소셜미디어의 영상 조회수와 시청률은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선정적인 동영상을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선 이러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관음증


기시감이 든다. 넷플릭스 <The National Anthem, 공주와 돼지> 편을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의 연속이다. 특히,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는 듯하다. '공주와 돼지' 편은 국내외 유명 인사들의 비밀이 간직된 동영상과 사진이 누군가에게 공개되고, 그럴 때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우리 사회 현실을 반영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홍역을 앓았다. '버닝썬'으로 대표되는 유명 인사들의 은밀한 사생활과 이 과정에서 불법 몰래 촬영이 있었다는 사실이 세상에 공개됐다. 과거엔 모 가수의 성관계 영상이 불법으로 촬영되어 대중에게 공개됐던 것처럼, 버닝썬의 수사 사실이 알려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자료를 얻기 위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검색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넷플릭스 '공주와 돼지' 편은 누가 진짜 가해자인자 질문한다.


현재 대중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의 개발과 방송 기술의 개선에 힘 입어, 기존의 방송 중심에서 유튜브,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중계로 정보를 공유한다. 넷플릭스 <The National Anthem, 공주와 돼지> 편은 이러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누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유명 인사이기 전에 존중받아야 할 한 개인임에도, 오히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자세히, 더 다양하게 한 사람의 은밀한 사생활에 열광하는 우리의 현실을 꼬집는다. 

   
넷플릭스 <The National Anthem, 공주와 돼지> 편은 '수간(獸姦)'이라는 행위를 하게 한 것이 바로 '대중'임을 지적한다. 사건의 시작이 인질범이었을지 몰라도, 그 임무를 직접 수행한 사람이 총리였을지라도, 이러한 상황과 분위기, 행위를 한 주체가 바로 '대중'임을 꼬집는다.


그래서 '공주와 돼지' 편은 잘 보여준다. 유명인사를 기어이 TV 앞에 내세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라고 입장표명을 하게 만드는 우리의 현주소를, 사생활이 공개된 피해자가 이 끔찍스러운 상황을 '직접' 수습해야 함을, 시간이 지나 해결된 것처럼 보일 뿐, 아무리 지우고 지워도 온라인 공간과 사람들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은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사실감 있게 제시한다.

오늘도 일반인, 유명인사 가릴 것 없이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과 관련 사건이 터지고 있다. 누군가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린다. 누군가의 사생활이 다운로드되고, 저장된다. 대중은 열광한다. 욕하면서 본다. 누가 '진짜' 가해자일까. 누가 가장 나쁜 놈일까. 미디어는 현실을 반영한다. 넷플릭스 <The National Anthem, 공주와 돼지> 편은 이러한 현실을 잘 반영한 수작(秀作)이다.  


누가 '진짜' 가해자일까.




[브런치 X 넷플릭스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블랙 미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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