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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Jun 26. 2019

언론의 과잉취재

The National Anthem 공주와 돼지 편 (2)

※ 스포일러(spoiler, 헤살)가 약간 있습니다.


줄거리


왕실의 공주가 납치가 됐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이 된다. 왕실과 정부, 언론과 여론은 공주의 안위 파악에 사활을 건다. 납치범은 무리한 요구를 한다. 한 나라의 총리가 바로 동물과 성교를 하라는 주문이다. 모두 다 말 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정부는 협박 동영상과 메시지를 보낸 인터넷 주소를 추적한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누가 공주를 납치했는지, 협박을 하게 됐는지 주소지가 파악이 된다. 총리와 정부는 경찰관을 투입, 이 사실을 알게 된 언론사의 취재가 시작된다. 경찰특공대가 납치범을 잡기 위해 급습하는 상황, 반대편에선 언론사의 특종 경쟁도 이미 시작됐다. 


하지만 함정이었다. 납치범이 펴 놓은 덫에 정부도 경찰도, 그리고 언론도 걸리게 된다. 일촉즉발에 상황이 연신 이어 지고, 작전 실패에 따른 충격이 총리와 정부 고위 관계자를 훑고 지나간다. 사건 현장에서 경찰과 방송사의 취재기자가 마주친다. 범인을 놓친 경찰은 기자를 범인인 줄 알고 추격한다. 달음질치는 취재기자 뒤로 경찰은 총을 겨눈다. 그렇게 울린 몇 발의 총성, 달리던 기자는 피를 흘리며 꼬꾸라져 있다.   


BLACK MIRROR Season 1 <The National Anthem, 공주와 돼지>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 메시지를 던지는 회차다. 왕실의 공주가 납치를 당하게 되고, 납치범의 무리한 요구에 총리가 돼지와 수간(獸姦)을 하게 되는 긴급한 상황에서 무리한 취재를 일삼는 언론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대중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된다"는 이유로, 특종과 단독에 목매는 언론의 강박을 사실감 있게 전달한다. 재해 재난적인 상황에서 사건을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하는 언론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키우는 상황을 매우 자세히 나타냈다.


넷플릭스 <블랙 미러> ‘공주와 돼지’ 편은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워 무리한 취재를 하는 언론의 민낯을 자세히 보여줬다.


넷플릭스 <블랙 미러>는 ‘공주와 돼지’ 편은 사람의 생명을 강조하는 대신 속보와 단독, 특종으로 말하는 방송사의 태도, 사람의 목숨과 관련된 중대한 사안임에도 생명을 살리기 위한 정부와 경찰, 관련 기관 어느 누구와 조율하지 않는 언론의 무책임함을 사실감 있게 제시한다. 여기에 인질뿐만 아니라, 취재를 나갔던 기자의 안전도 위협받고, 상황은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꼬이게 만드는 주범이 바로 언론임을 잘 나타낸다.


그래서일까. 넷플릭스 <블랙 미러> ‘공주와 돼지’ 편을 보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데, <블랙 미러>에서 보여준 내용이 우리의 언론 현실과 맞닿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과잉취재가 진실을 밝히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탐욕으로 상징되는 '돼지'라는 동물이 특종에 혈안이 된 야만스러운 언론의 모습임을 상징하는 거 같다.


넷플릭스 <블랙미러> ‘공주와 돼지’편은 사건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언론의 강박을 잘 드러냈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 넷플릭스 <블랙 미러> ‘공주와 돼지’ 편은 드라마의 주된 배경인 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보았다. 1995년 삼풍백화점이 붕괴됐을 때, 취재라는 이름으로 현장을 훼손하는 '기자 정신'을 목도한 바 있다. 피해자들의 유품과 건물 잔해가 널브러져 있는, 말 그대로 지옥과 다름없는 ‘아비규환’인 상황에서 구조대보다 먼저 현장을 들어가는 취재진을 목격한 바 있다. 생명을 구조하는데 앞장서기는커녕 잘못된 생존자 수와 희생자 수, 피해 규모 보도에 “건물의 설계도를 찾았다”며 "우리 매체가 단독을 했다", "우리가 특종이다" 하던 우리 언론의 민낯을 똑똑히 본 바 있다.

우리 언론의 잘못된 관행은 1995년 삼풍백화점에서 끝나지 않고,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로도 이어졌다. 그 사이 수많은 재해 재난 보도가 있었지만, 2003년 대구에서 특히 더 그러했다. 대형 화재로 시신을 찾기 힘들고 훼손이 심각했던 현장 상황에서 1995년 때처럼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 증거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물건과 현장 잔해 위에서 보도를 했다. 구조대도 아니고, 유가족도 아닌데, ‘기자’라는 이름을 앞세우지 않았어도 될 일들을. 어쩌면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취재'라는 이름으로 손상시켰다.

   

지금은 어떨까. 과거 잘못된 보도 관행의 반성과 성찰로 현재 우리 ‘한국기자협회’는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제2장 '취재와 보도' 제4조(인명구조와 수습 우선)에서 “재난현장 취재는 긴급한 인명구조와 보호, 사후수습 등의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재난관리 당국이 설정한 폴리스라인, 포토라인 등 취재제한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준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7조 '비윤리적 취재 금지'에서는 “비윤리적인 수단과 방법을 통한 취재는 하지 않는다.”라고, 제8조 '통제지역 취재'는 “병원, 피난처, 수사기관 등 출입을 통제하는 곳에서의 취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관계기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라고 명확히 고지하고 있다.


그래서 넷플릭스 <블랙 미러> ‘공주와 돼지’ 편을 보면, 낯선 나라와 외국 드라마라는 허구를 넘어 우리 언론의 잘못된 과거가 떠오른다. 단순히 기억을 다시 떠오르는데 머물지 않고, 언론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든다. '지금 우리 언론은 그때보다 얼마나 나아졌을까.',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보도에 있어서 우리 언론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고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갖게 한다. 지금 넷플릭스가 질문에 누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어떤 매체가 우리가 바로 그 매체임을 손들 수 있을까.





[브런치 X 넷플릭스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블랙 미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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