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에 당첨되기를 기다리는 순간,
여행을 떠나기 전 짐을 챙기는 순간,
좋아하는 사람과의 데이트를 앞둔 순간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설렘이다.
‘설렘’이라는 두 글자만 떠올려도
괜히 입꼬리가 올라가고,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 단어를 잊고 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지갑 속에 있던 오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들고
로또 명당집 앞에 서 있는 사람들 뒤로
자연스럽게 줄을 섰다.
별 기대도 없던 행동이었는데
번호를 고르는 짧은 시간 동안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 이 감정.
잊고 지냈던 설렘이었다.
그날 이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삶에 남아 있는 또 다른 설렘은 무엇일까.
곰곰이 떠올려보니
나는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좋다.
무언가를 잘 써야 한다는 부담도 없이
그저 문장을 고르고, 생각을 정리하는 이 시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은
조용한 기대감 같은 것.
어쩌면 내게 설렘은
거창한 당첨이나 특별한 약속이 아니라
이렇게 사소한 순간에 숨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는 이 순간,
이것이 지금의 나를 움직이게 하는
또 하나의 설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