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밖을 바라보니, 눈이 쌓여 있었다. 쌓인 눈을 바라보며, 출근을 걱정하였다. '푹~', '푹~' 발목까지 올라오는 눈, 어느새 신발 틈으로 들어와 양말을 젖힌다. 무엇보다 출근해서 눈을 치우는 일을 생각하려니, 벌써부터 몸에 힘이 빠진다.'
누군가 나에게 '눈'에 대해 물으면, 아마 저 생각이 먼저 들지 않을까 합니다.
어릴 때, 눈이 참 좋았습니다. 눈사람 만드는 것에 설레였고, 눈싸움에 신이 났지요. 시린 손을 입김으로 녹이며, 열심히 투척용 눈덩이를 뭉쳤지요. 어느새 온몸은 땀으로 젖었고, 콧물을 훌쩍이고 '하하~'거리며, 뛰놀던 생각이 나지요.
눈이 좋았던 이유는 눈 때문에 내가 옷을 빨 일이 없었고, 내가 눈을 치울 일도 없었으며, 1년에 한번씩 이때만 즐길 수 있는 놀이였기 때문이지요. 눈 때문에 발생하는 뒷일은 나의 일이 아니었으며, 나와 상관없기에 지극히 순수하게 그것을 즐길 수 있었지요.
눈을 본격적으로 싫어하는 시작한 시기는 군대였습니다. 기상 나팔이 울리기 한 참 전, 새벽에 일어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눈을 치우것에 진절머리가 났지요. 그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리는 쓰레기라는 표현하였습니다.
무엇인가 순수하게 좋아하기 위해서는 그 뒷일을 생각하지 않아야 할 듯합니다. 아쉽지만, 순수함을 즐기기엔 내 어깨가 감당할 많은 것들이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하지요.
슬프게도, 순수한 즐거움보다는 출근길이 어렵고, 눈을 치워야 하는 책임감이 더 앞서니, 눈을 순수하게 바라보기 어렵게 되었지요.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오랫만에 순수함을 느끼며, 다시 어린 시절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집니다.
첫 눈.. 그래서, 기다립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P.S. 첫눈을 순수하게 대할 수 있다면, 상대방도 편견없이 바라보게 될 듯...
https://youtu.be/gWZos5_Tg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