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버림

대상의 기준을 버리다

#버림1-3

by 책 커피 그리고 삶

거제도에 다녀온지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 간다. 사실 생각해 보면, 게제도 여행은 그리 만족할만한 여행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 생각도 없이 무작정 떠난 것이라 많이 다녀볼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위안을 가진다면, 여행 전날에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조졸한 파티?이다.


그동안 많은 게스트하우스를 다녀봤지만 자신이 먹을 술과 음식은 자신이 준비하는 독특한 컨셉의 게스트하우스는 처음이었다. 더욱이 스텝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추석연휴라 사람들이 저녁에 모일 것이라는 것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외부로 나가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밤에 먹을 맥주 2캔과 과자, 안주를 사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모임 시간이 다 되었지만 아무도 참석하지 않아서 나 홀로 캔맥주나 까면서 대충 마시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다가와 합석을 요청했고 흔쾌히 술한잔 하면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유쾌한 친구들이다. 보통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여행을 주제로 재밌는 얘기들을 나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선후배 사이도 아니고 같은 직장을 다니지도 않으며, 같은 지역에 살지도 않으니 허심탄회하게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문득, 2년전 아들과 제주도 자전거 여행에 했던 이야기가 나오고 내가 아들과 단둘이 처음하는 여행에서 느꼈던 것들을 말하자 젊은 친구들은 대번에 나의 생각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였다. 당시 아들은 뜨겁고 무더우 날씨로 여행 이틀만에 거의 낙오수준이었고 카톡으로 집에 있는 엄마에게 죽을거 같다고 수많은 카톡을 날렸다. 아내는 아들 죽는다고 카톡을 무수히 날렸지만 무시하고 결국은 자전거로 제주도를 한바퀴를 돌았다.


"아니.. 생각해 보세요. 아들이 아버지에게 단둘이 여행가자고 말하기 쉽지 않은데, 고민끝에 말했을텐데, 어떻게 (자전거로 제주도를 한바퀴 돌면서) 극기 훈련을 시켜요?"


"아니.. 나는 한달 후에 군대를 가니, 미리 극기 훈련을 시킨거지.."


"아.. 여행은 즐거워야 하는데, 아들의 아빠와의 첫여행에서 고생문을 열었으니, 앞으로는 같이 가기 싫어할 같아요. 만약, 그때, 지금처럼 여유있게 여행하면서 저녁에는 게스트하우스 같은데에서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과 저녁에 한잔하면서 형뻘인 저희들을 만났으면, 즐겁게 술도 한잔하고, 무엇보다 아버님이 슬쩍 빠졌을때, 젊은 친구들만의 대화로 재미를 느꼈을 겁니다."


이런 말을 듣고 보니, 한대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여행의 기준을, 여행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나의 시선을, 나의 기준으로 아들에게 강요했던 것이다. 물론 사전에 아들과 여행 컨셉을 조율했다고 하더라도 젊은 세대의 생각을 좀 더 고려를 했어야 했는데...


대화를 통해 몇몇 것들에 세대차이를 느꼈다. 그러나 그런 세대차이가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고 또 다른 그들만의 기준이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결국은 오픈마인드라 생각했던 나도 '꼰대'였다.


이번 여행을 통해 한가지 결심이 생겼다. 1년의 한두번즈음 일부러라도 게스트하우스에 방문하여 젊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져야겠다.


https://youtu.be/MlgTu_Y66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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