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버림

이유없이 유난히 기분 좋은 날

by 책 커피 그리고 삶

두통을 유발한 치통과 땜방이 생긴 머리, 비로 망친 여행… 엉망진창인 주말이 ‘나쁜 운’으로 불행을 느낄 수 있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는 카페의 커피 한잔에 어느 순간보다 행복감을 느낍니다. 너무 행복감이 넘쳐 소름이 돋을 지경이지요. 세이 쇼나곤이 말한 사라져도 그립지 않은 진정한 기쁨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 카페에 흐르는 부드러운 음악, 구름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모든 것이 사랑스럽습니다. 아무런 욕망도 욕구도 없는 그저 이시간이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지요. 내가 드디어 미쳤나 봅니다. 아니 나도 인지하지 못한 깨달음을 느낀 것인지도 모르지요.


어제 비를 맞으며, 꾸역 꾸역 다녀온 홍대 근처의 카페에서 모처럼 ‘참 좋다’라고 느낀 책 한권을 읽다 왔지요. 비록 반정도뿐이 읽지 못했지만, 지난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어제 책속에서 만난 철학자들 중 시몬 베유는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요. 이해가 쉽지 않아 몇번을 반복해서 읽었습니다.(시몬 베유가 쓴 에세이 원본이 아니라 설명한 내용이라 이해하기 쉽다?라는 점에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지요)


내가 영어공부를 하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그 대상의 문제보다는 나 자신이 남보다 잘나고 싶은 욕망의 덩어리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한마디로 순수하지 않은 것이지요.


주말동안의 근손실에 스트레스 받고, 늘지 않은 영어에 의욕이 저하되며, 오늘 글은 무엇을 쓸까에 신경이 예민해집니다.


시몬 베유의 관점에서,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은 사랑하는 것이 아닌 나의 욕심을 채우는 과정이지요. 그렇기에 언제나 목표를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겠지요. 베유는 그저 그 행동의 과정과 결과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더라도 흘러가는대로 놔두는 것을 말하지요.


순수한 관심의 삶을 살았던 시몬 베유의 말에 100%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 욕망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에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범인인 나를 목적을 향해 움직이게 하는 것과 에너지 또한 욕망이기에, 순수함과 욕망의 적절한 밸런스가 필요하지요.


그런 점에서 ‘버림’이란 주제로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나에게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시몬 베유에 대해 수박겉핥기 수준의 이해로 그 생각의 깊이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조금은 더 순수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 저것을 떠나, 오늘 아침에 느끼는 이 행복감은 아무런 욕망도 없는 순순하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둘 수 있는 순수한 ‘관심’이 이 행복감을 끌어오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내 생각… ‘욕망은 과정의 순수함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https://youtu.be/40vynd0Ks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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