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18
나의 인생을 채움과 비움으로 나눈다면, 비움보다는 채움이 많은 것 같습니다. 채움은 나이가 들면서 채워지는 물질적 비물질적 성장과 관련이 있으니 당연한 결과이지요.
어린 시절은 놀이와 재미, 그리고 학습으로 채웠고, 20대에는 육체적 강함과 성적 욕망을 채웠지요. 30대에는 명예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혀 살았고 40대에 내적 ‘채움’을 끝내고 처음으로 '비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비가 오는 지난 주말, 카페에 앉아 주변을 정리하기로 합니다. 그 시작으로 카톡 리스트를 정리하기 시작했지요. 목록을 살펴보니, 지난 1년간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5%도 안되는 사람들만 연락을 주고 받았지요. 가끔 목록에 뜨는 남들의 생일에 관심이 없었고, 변경되는 남들의 프사는 궁금함이나 호기심이 없는, 아무 느낌이 없었지요. 카톡 목록을 정리하다가 프사를 보면서 연락을 해볼까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내 뜬금없는 것 같아서 이내 포기하지요.
나와 한없이 약한 연결로 이어진 사람들이 의미없게 느껴져 친구목록에서 삭제하기 시작합니다. 업무 때문에 잠시 연락처를 저장했던 사람, 2년 이상 연락하지 않은 사람, 서로 상처로 남아 연락하기 꺼려지는 사람, 처음에는 상호 활발한 관계였으나 오랜 시간이 지나 나의 존재가 상대에게 의미없는 된 사람들이 삭제됩니다. 그런데, 참... 애매한.. 사람들.. 연락한지 꽤 되었지만, 목록에서 지우면 진짜로 인연이 끊어질 것같은 인연은 남겨둡니다.
인연에 대한 미련이지요.
'일단 보류..'
한참을 정리하고 보니, 50%정도 삭제가 되었고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이쯤에서 멈췄습니다. 왠지 깔끔하고 상쾌한 느낌이 듭니다. 그것은 알게 모르게 나와 연결된 사람들에 전해지는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고 정리된 몇몇 사람들에게 좀 더 의미있게 집중이 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개인적인 성향으로 인해, 남들에 비해, 오래동안 연락하며 지내는 친구들이 많지 않지요. 아니 10손가락이면 충분할까? 그만큼 사람과 대화를 좋아하나 인연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톡 목록에 남아있는 애매한 사람들, 인연에 미련이 남은 사람들은 내 인생에 감사함이든, 미움이든(사람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준 사람들이겠지요. 또한, 카톡목록에 10명만 있는 것을 보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할 겁니다. 뭔가 사회생활 못하고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지요.
하지만, 그사람들이 언제까지 계속 나의 카톡 목록에 남아있을지 모를 일이지요. 진정 인연이 끝이 난다면, 그때 삭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끊어지지 않는 인연은 어쩌면, 그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이나 미움이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카톡 목록을 삭제하는 것은 사회망 연결의 관점에서 그리 좋은 행동은 아닙니다. 사실 나와 연결된 사람수가 많을수록 도움을 주고 받는 일들이 많아지고 생존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범위를 넘어서는 연결수는 오히려 자신의 삶의 방해가 되지요. 쉬고 싶어도 누군가를 만나야 되고,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어야 하며, 무엇보다 '고독'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됩니다.
그러한 점에서 내 마음의 크기만큼 굳이 좁은 연결을 선택해 봅니다.
뭔… 친구목록이 이리 많은지… 많아도 내가 아무생각없이 연락할 사람이 없구나..
https://youtu.be/FO7fEjE_kA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