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24
며칠 전,
"형~! 그냥 빨리 사~! 환율도 오르고 더 오를 거 같은데, 나중에 더 비싸질수도 있어.. 그리고 나중에 병 생겨~!"
후배가 산 애플워치를 보면서 그 영롱함에 나도 살까 말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후배가 구입을 독촉한다.
"형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인생 뭐 있어?"
나는 속으로 '물론 살 수 있지.. 하지만 아내의 잔소리로 내가 죽는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말없이 후배의 워치를 처다본다.
아직도, 나는 내가 하고 사고 싶은 것에 망설임을 갖는다. 40살 이후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없이 도전하는 편이지만, 물건을 사는 것만큼은 내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나의 인생은 40살을 기준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바뀌 계기도 우숩게도, ’그냥‘이었다. 39살 가을 추석 연휴 며칠전, 찬바람에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하였고, 그 순간 과외로 해오던 많은 것들에 손을 떼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업무능력과 성실성에 대해 한창 인정을 받고 있었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20대 결혼을 하고 난 이후, 삶의 목표는 가족보다는 명예에 중점을 두고 살았다.
’이왕 태어났으면 세상이 한번 놀랄 일을 해야지‘
이런 생각에 이름(명예, 지위 등)을 날리는 것에 집중하였다. 10년 이란 시간동안 열심히 노력하여 내 직장과 관련된 분야에서 나름 인지도를 얻었고 매년 주기적으로 강의도 하면서 지냈다. 미래에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최고의 단계를 생각하면서 살았다. 남의 시선이 중요했고 남의 인정에 매우 목말라 했다.
그러나 이제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의 미래에, 남들의 인정과 시선에 영향을 받는 행복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그것은 자신의 행복을 갈아먹는 독이라는 것을 너무나 처절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의 삶에 매우 만족한다. 남들이 생각하는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를 얻는 것이 아닌 그저 지극히 평범한 삶이지만, 최소한 내가 주체적으로 가꾸어 가는 삶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남이 바라보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끝나는 삶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만 생각할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나의 미래를 그려본다.
‘퇴직하고 작은 카페에서 앉아 맥북을 켜고 글을 쓰면서 커피 한잔하고 있다. 잠시 후, 워치의 알람에 '꼴때리는 노인네의 평범한 철학'이라는 에세이 3편 관련 출판 문의가 들어와 있었고, 에어팟을 귀에 꼽고 아이폰으로 통화하고 있다.(애플 4단 콤보)’
‘머리가 희끗해진 은빛 머리가 햇볓에 더 빛나고 해변에서 나이대에 비해 젊은 사람 못지 않은 근육을 자랑하며, 파도를 친구삼아 서핑을 즐기고 있다.’
‘며칠째 이어지는 산티아고 순례길를 걷고 있다. 등에 짊어진 짐이 참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에 도착하고 만족감을 얻는다. 저녁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트래킹하면서 만난 각 나라의 친구들과 맥주하면서 웃으며 줄겁게 대화를 한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하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높이이다. 남아공 블루크란 다리에서 최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멋진 포즈를 하며 번지점프를 시도한다. 다행히 심장마비없이 내 심장은 잘 뛰고 있다.‘
’침대에 몰어쉬는 숨이 참 힘들다. 하지만, 내 인생에 후회는 없다.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경험했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지만,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옆에는 아들과 손자가 나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에게 말한다. “누가 방귀를 뀌었어”라고 말하며, 웃음을 주며, 눈을 감는다.
'나의 장례식에 50대 초반에 찍은 바디프로필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걸어놓는다. 나에게 조문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피식 웃으며, 골때리는 노인네를 생각한다. 나를 보내는 순간, 슬픔이 아닌, 안타까움이 아닌, 미소를 마지막으로 선물한다.'
참 재미있는 상상이다. 하지만 상상이 아닌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오늘도 나에게 질문한다.
마무리 잘하시고 행복한 월요일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P.S. 워치쯤 아무 생각없이 살 수 있는 로또가 답이다....
https://youtu.be/BF16SGxsZg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