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오전, 얼른 옷을 입고 서울에 갈 준비를 한다.
“왜 주말마다 비가 내리는지..”
약간의 원망스러운 탄식이 무심코 흘러나온다.
비가 오는 날, 어디를 나설때, 어지간히 마음을 먹지 않고는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허리 아래로 빗방울이 바지를 적시고 우산을 들기 위해 자유로운 한손을 포기해야하며,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기라도 하면, 우산이 걸리적거려 짜증이 밀려온다.
그런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기차역으로 향한다. 거센 비바람으로부터 완벽한 보호막이 되지 못하는 우산은 바지 무릎 아래에 완벽한 빗방울의 흔적을 만들었다.
청량리에 도착하여 김밥으로 간단한 점심을 끝내고 지하철을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 왕십리에 도착하였고 뭔가 허전함을 느낀다. 그때까지 난 우산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아.. 5,000원…(우산가격)‘
다시 청량리 식당으로 가면 우산을 칮을 수 있을까..? 다시 찾으러 가지 않으면 후회가 남을거 같기에 청량리행 지하철에 몸을 싫었다. 다행히 우산은 그자리에 있었다. 다행이다.
예상하지 못한 일로 시간을 많이 낭비했지만, 다시 지하철을 타고 자주가는 카페로 향했다. 충분히 나의 시간을 즐기고 다시 카페를 나서는데, 또 우산을 놓고 문을 벗어났다. 다시 돌아가 우산을 찾는다.
카페 근처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간다. 그리고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탄다. 뭔가 허전하다… 아니나 다를까 우산을 식당에 놓고 온 것이다. 다시 돌아가기에 기차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 성격이지만 하루 3번의 분실… 아마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람의 인연도 비슷하지 않은가..? 잠시 사람을 잃을 수 있기도 하고 다시 연결되기도 하고.. 다만, 처음부터 운명이 허락되지 않은 인연이라면, 결국은 자신을 벗어나기 마련이다.
만약 다시 식당으로 돌아가 우산을 찾았더라면,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놓치고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대가를 치르고 우산을 가져왔더라도 아마도, 기차에 두고 내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우산이(그 사람과의 인연이).. 그만한 대가를 치를 가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