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 커피 그리고 삶 Jun 18. 2023

글쓰기와 얼굴

1년전 즈음 마음을 다잡고 1년간 글쓰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매일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성찰의 기쁨과 매일 써야 한다는 압박으로 인한 부담감이 공존하는 시기였다. 365개의 글을 모두 마치는데, 약 1년 3개월의 시간이 필요했고 최소한 그 시절, 나의 시선은 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하였고 긍정적인 의미를 찾으려 하였다.


덕분에 많은 내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이후 일상의 스트레스와 단순 무료한 반복된 일상으로 인해 그동안의 수많은 깨달음을 잊고 살았다. 얼마전 내가 썼던 몇 개의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나에게 주변의 사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능력에 놀라웠고, 글에 담긴 깊은 생각을 살펴보며, 그 시절 나는 지금보다 한참 더 성숙한 삶을 살아었다는 것을 느낀다.


얼마전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았을 때, 나의 늙어진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일상과 스트레스에 찌든 그런 얼굴이다. 1년전과 비교했을 때, 주름이 늘었거나 흰머리가 더 많아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거울에 비친 나의 기운이 힘없이 늘어져 보는 사람마저 축축 처지게 만드는 얼굴이다.


'출근해서 사람들이 내 얼굴보면 참 기운빠지겠다.'


일부러 입꼬리를 올려보기도 하고 미소도 지어보았지만, 내가 원하는 그런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한창 글쓰기를 할때에도 힘든 얼굴과 피곤함에 반쯤 눈을 감은 얼굴을 하고 있었을때도 있었지만, 나에게 뿜어져나오는 아우라는 희망과 기쁨, 호기심과 설레임이었다. 참 그때는 얼굴이 예뻤는데... 아쉬움과 실망감이 밀려온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1년전과 지금을 비교해봐도 똑같은 양의 스트레스, 똑같은 일상, 똑같은 옷.. 뭐 하나 바뀐 것이 없다. 오히려 그때가 더 힘든 시기였는지도 모르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글쓰기를 했느냐 안했느냐의 차이만 있을뿐이다.


마음에 들지 않은 얼굴에 대한 고민은 하루를 정리하고 성찰하는 일상이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때의 예쁜 얼굴을 다시 보고 싶다. 그것이 나의 일차원적인 목표이다. 그 이후에는 그 이후에 다시 생각해 보자.  


글쓰기 얼마나 좋은 계절인가? 나무는 푸르고 땅위에 온갖 곤충들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다양한 패션들은 글쓰기 소재로 넘쳐난다.


그저 나에게 필요한 것은 글을 쓰겠다는 약간의 의지와 조금은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