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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Mar 11. 2024

말레이시아 여행(말라카) 3

파모사 요새, 말라카 해상 모스크

이번 글에 대한 말레이시아 여행 계획과 일정은 이전글 참고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지 24시간이 지났다. 조금은 피곤하지만 오늘 쿠알라룸푸르 남쪽에 있는 말라카를 시외버스로 이동하는 일정이라 큰 부담이 없었다. 멍한 정신도 차리고 말라카 일정을 짜볼겸 부킷빈땅의 스타벅스에 가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하였다.


예전부터 해외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며 맥북을 펼치놓고 이리저리 검색 하는 허세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기에 느긋하게 지금의 시간을 즐겼다.



▣ 버스터미널(TBS)로 이동

11시 즈음이 되자 말라카로 향하는 시외 버스를 타기 위해 TBS로 향했다. 지하철로 이동하고 싶었으나 이동시간이 길고 시간대비 가성비가 낮아 그랩을 호출한다. TBS는 쿠알라룸푸르 버스 터미널로 상당히 많은 노선이 있었다. 하긴 말레이시아의 수도이니, 전국으로 가는 버스가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도..



생각보다 큰 규모다. 매표소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기다리기 싫어 자동발권기로 향했다. 자동발권기를 처음 사용하는 것이라 조금 주저하였지만 앞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을 관찰해 보니, 대략 사용방법을 알 듯하였다. 티켓 발권을 하면서 편도로 할지 왕복으로 할지 고민이 되었다. 내일 말라카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오는 사람이 많으면 왕복으로 끊어야겠지만 일정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일단 편도만 끊었다.



우리나라의 터미널과 비교해 보면, 여기는 티켓이 있어야 승차장 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다. 일단 티켓을 끊고 승차장 홀 입구에 설치된 QR코드를 찍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게이트를 확인하고 버스를 기다렸지만 버스가 오지 않는다. 곧 연착이 빈번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무려 40분 연착.. ㅜㅜ) 이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매번 조금씩이나마 연착이 되니, 어느 순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버스의 좌석은 우리나라 우등 버스와 비슷하다. 비교적 편안하지만 안전벨트가 고장난 의자들이 있다. 여기서도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티가 나는게, 앉자마자 안전벨트를 찾아 매는 사람이 나뿐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의자를 뒤로 젖히고 그냥 편하게 앉아 가는 모습에 약간 불안해진다.



2시간 30분쯤 이동했을까..? 드디어 Melaka Sentral에 도착하였다. 생각보다 큰 규모라 출구까지 한참 걸렸다. 목적지인 네덜란드 광장까지는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어 바로 그랩을 불러 어제 밤에 예약한 숙소로 향했다.




▣ 네덜란드 광장과 존커 거리

붉은 색으로 칠해진 서양식 건물들이 이국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재미있는 점은 길 양옆으로 붉은색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여기를 시작으로 로컬지역과 관광지역을 마치 투명한 막으로 경계를 그어놓은 것처럼 그 구분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광장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면 존커 거리가 나오는데,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서양풍의 건물에 중국풍의 색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거리 풍경이 너무 예뻐 어떤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인생샷을 건지기 충분한 배경이다. 또한, 군데 군데, 중국사원이 있어 작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 파모사 요새

존커 거리를 대략적으로 둘러보고 파모사 요새로 향했다. 날씨가 덥지만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아무런 생각없이 걸었다. 요새가 작은 언덕 위에 있어서 무더운 날씨에 올라가기에 버거운 느낌이 들었다. '언제 내가 다시 여기 오랴..' 무거운 발걸음을 한발 한발 옮긴다.

요새 입구에 벽면의 일부와 대포가 전시되어 있다.



숨을 헐떡거리며, 요새에 오르니 지붕이 없는 커다란 교회 형태로 된 건물이 보인다. 건물 중앙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니, 음습한 작은 세상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늘에서 빠르게 흐르는 구름들이 마치 건물안에 있는 나의 시간과 하늘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녹이 슨듯한 일부 벽과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표현한 듯한 검은 얼룩들이 오래된 문화유적지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어느덧 날이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었다. 간단히 주전부리로 급한 허기를 달래고 그랩을 불러 '말라카 해상 모스크'로 향했다.




▣ 말라카 해상 모스크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모스크에 도착하니, 입구의 문이 닫히고 있었다. 저녁 이후에는 신도가 아닌 일반 관광객들은 입장이 제한되어 있다. 급하게 경비하는 아저씨에게 사진 한장만 부탁하여 찍고 여기서 조금 떨어진, 모스크를 배경으로 노을을 볼 수 있는 장소(뷰포인트)로 향했다.


뷰포인트 입구에서 입장료처럼 생수를 팔고 있는 것을 보니, 아마 이곳은 사유지인듯 하다. 구글맵에서 유명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지점에서 사진을 찍는다. 생수를 챙겨 해안가로 이동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큰 카메라를 세팅하고 있었다. 오후부터 계속 걸어서 이동한지라 많이 지쳐있었다. 돌로 쌓인 작은 언덕 한쪽에 자리를 잡고 멍하니 모스크를 바라본다. 할 수 있다면, 여기 누워서 잠시 쉴 수 있다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을듯하지만 그러기에는 많은 사람들의 눈이 있어 포기한다.


해가 저물며, 쏟아지는 빛의 양이 변함에 따라 모스크도 매시간별로 다른 옷으로 갈아 입는 듯한 분위기가 난다. 제법 어둑해질즈음 모스크 외벽에 조명이 켜지고 빨강, 파랑, 연두 등 다양한 색깔들이 번갈아가며 건물을 비춘다. 색깔만으로 다양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다른 평행 세계의 모스크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느낌이다.



8시가 넘어가면서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한다. 그랩을 불러 숙소로 다시 향했다. 네덜란드 광장에 도착하자 낮에 보았던 풍경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건물과 건물로 이은 조명들이 숙소로 향하는 나의 발길을 또다시 잡는다. 강가에 길게 늘어선 bar에서 맥주 한잔 하고 싶어 그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역시 비싸다.



그냥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하나 사서 숙소로 들어간다. 땀으로 쩔은 옷을 대충 빨아 널고 침대에 쓰러졌다.


오늘 돌아다녀 보니, 말라카는 하루 일정으로 잡아도 괜찮을듯하다. 아침 일찍 말라카로 이동하여 쉬엄쉬엄 둘러보고 늦은 밤, 막차로 쿠알라룸푸르로 돌아와도 충분한 일정이다.(피곤하겠지만..) 다만, 야경은 말라카에 와야 할 가장 큰 이유가 되기에 꼭 보기를 추천한다. 아니면 하루 숙박하면서 매우 비싼 맥주 한잔 하면서 야경을 즐기는 것도 참 낭만적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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