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베트남 여행은 혼자가 아닌 조카와 함께 하는 여행이었다. 원래 인도네시아 쪽으로 가려고 했으나 해외여행경험이 거의 없는 조카에게 여행하는 법이나 다양한 종류의 지형, 지역마다의 분위기 등을 고려하여 호치민, 나트랑, 달랏으로 정했다. 호치민은 대도시 느낌이고 나트랑은 휴향지, 그리고 달랏은 조용한 산골마을 느낌이다. 내 경험상, 이 3곳은 동남아의 대표적인 3가지 느낌을 잘 대변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여행을 조금 꺼렸던 것은 이전 2번의 베트남 여행(호치민, 하노이(짧은 일정), 다낭, 호이안)에서 사기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 경험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전 먀지막 하노이 여행에서 나를 호구로 보는 그 느낌에 다시는 베트남에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다양한 기후와 분위기, 그리고 짧은 여행기간 등을 고려하니 베트남이 최적일 수 밖에 없었다. 대만도 고려했지만 동남아의 느낌보다는 우리나라나 일본의 느낌이강해 제외하였다.
아.. 베트남.. 10일의 여행기간 중 7일을 소소한 사기와 거짓말로 완벽한 날이 별로 없엇다.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고 계속 신경써야 하는 압박이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켰다. 예를 들어, 호치민 벤탄시장에서 6만동짜리 2개, 5만동짜리 1개의 음식을 시켰으나 18만동이라고 하여 아무 생각없이 18만동을 주었지만 식당을 나와 생각하니 17만동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겨우 500~600원 때문에 기분을 망치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무엇보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사기 당하는지도 모르니, 돈을 지출할 때, 하나 하나 신경써야 하는 것이 많은 스트레스였다.
자연환경이라고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특별한 것이 없다. 나트랑의 분위기와 투어는 태국의 끄라비와 비교하면 나트랑이 더 아름다웠고 달랏은 미얀마의 바간이나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에 비해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볼 거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하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맛난 음식과 가성비 좋은 숙소는 그나마 스트레스 받는 여행의 위안이 되었다.
▣ 나쁜 경험들
무엇이 그렇게 나쁜 경험이었을까? 여행 전 단단히 각오하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소소한 기분 나쁨의 집합이었다. 겨우 10일동안 내가 겪었던 기분 나뻤던 경험들을 정리하면,
호치민 공항에 도착했을 때, 워낙 택시 사기로 유명하였기에 그냥 공항버스를 타기로 하였다. 요금도 저렴하여 500~600원 정도이고 시간이 조금 더 걸렸지만 만족할만한 가격이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짐가방을 옆에 놓으니 요금을 더 받았다. 나의 짐이 자리를 찾지한다는 이유인 듯하다. 사람들이 꽉차 자리가 모자란 것도 아니고 빈자리가 많았음에도 나의 가방까지 요금을 받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도 요금이 저렴하니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왠지 모르게 요금을 받는 여자분이(예전에 버스 안내양 역할) 우리를 보고 얼굴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목적지 근처 정류잔에서 내리기 위해 버튼을 누르는데, 잘 눌러지지 않았고 짜증나는 투로 뭐라하면서 대신 버튼을 눌러주는데, 당췌 화내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렇게 호치민의 첫인상이 좋지 않게 시작되었다.
호치민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고, 로컬 식당을 좋아하는 나는 저녁을 먹으로 벤탄시장으로 향했다. 먹거리 코너마다 팔을 잡으며, 자기 가게로 오라고 열심히 홍보하였다. 적극적인 호객에 자리를 잡고 앞서 말한 17만동짜리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다른 엉뚱한 가게에서 쌀국수를 가져다 주었다. 아니, 바로 앞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왜 다른 가게에서 시키지도 않은 음식을 가져다 주는지.. 나는 여기서 시켰다고 말하고 그냥 무시하니 그대로 들고 돌아갔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만약 그 음식을 받아 먹었으면, 주문한 가게와 음식을 그냥 가져온 가게 모두 음식값을 지불해야 했을 것이다. 더욱이 분명 음식값이 17만동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하듯이 18만동이라고 말하는 주인도 너무 자연스러워 아무 생각없이 18만동을 준 것도 기분을 망치는 주된 원인중 하나였다.
달랏에서 입장료가 1인당 6만동임에도 불구하고 2인에 135천동을 요구했다. 요금을 미리 확인하지 못했고 생각없이 지불하였다. 그러나 건물안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매표소 앞에 버젓이 6만동이 표시되어 있는 것이 생각났다. 허탈했지만, 내가 13만동을 주었다는 증거도 없고 따지자니 피곤하고 나에게 유리한 것이 없어 그냥 넘어갔다.
달랏에서 한국인들의 리뷰가 많이 달렸던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로컬 식당에 비해 비싼 음식이었지만 그동안 길거리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보자는 생각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관련 식당에 대한 블로그 내용을 살펴보았고 나쁘지 않은 평에 음식을 기대를 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 물수건을 달라고 했는데, 영어를 조금 알아듣는 배달기사로 보이는 사람이 "노 워터슈~"라며 물수건이 없다고 한다. 처음에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해 안쪽에 있는 종업원에게 다시 물어보는데, 대답이 없다. 그래도 한번 더 물어보는데, "노 워터슈~ 노워터슈~"하면서 나에게 화를 내었다. 참 황당하다. 더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 그냥 '오케이' 하고 앉았지만 더러워지는 기분이 밀러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내가 왜... 돈을 내고 여기서 음식이 아니라 욕을 먹는지 이해가 안간다.' 대충 얼른 먹고 식당을 나섰다. 식당을 나와 생각해보니, 그 사람의 말은 '노 워터 티슈'였던 것 같다.
나트랑 야시장에서 티셔츠를 20만동이었지만 깍아서 그 반값인 10만동에 구입하는 등 뭔가 그냥 부르는대로 사면 호구가 되는 느낌에 뭘 사고 싶어도 멈추게 된다. 기본적으로 여기는 부르는대로 사면 그냥 호구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장착이 되었다.
나트랑 섬 투어에서 투어를 하는 동안 음료수를 사기 위해 100,000동 정도를 준비했는데, 섬에서 비치 베드를 빌리려고 돈을 냈다가 실수로 10,000동만 가져온 것을 알게 됐다. 문제는 10,000동을 내는 나를 바라보면서 30,000동이라고 무시하는 말투와 눈빛에 돈이 없으면 무시당하는 기분을 뻐저리게 느꼈다.
야간에 횡단보도 표시가 된 길을 건널 때, 차량도 거의 없어 그냥 아무생각없이 건너는데, 오토바이 한대가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다가왔고 깜짝 놀라 멈추자 나에게 소리를 버럭 지르고 가버리는 오토바이 운전자... 어쩌면 한국에서 상상도 안되는 일들을 경험에 화가 났지만 그냥 참을 수 밖에 없었다. 횡.단.보.도. 였다고......
그밖에 소소한 일들이,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신경쓰지 않았던 사기를, 음식값을 미리 계산해야 하고 이 물건이 정말 맞는 가격인지 알아봐야 하는 등, 여기에서는 신경써야 하고 정신차려야 한다는 압박으로 다가왔다. 실수로 돈을 적은 금액을 내면 화부터 내는 모습에 여행의 즐거움을 크게 감소시켰다.
▣ 감사했던 사람
반대로 고마웠던 일들도 있었다. 클룩으로 나트랑에서 달랏으로 이동하는 버스를 예약했는데, 클룩 홈페이지에서 표시된 출발 장소가 전혀 엉뚱한 곳이었다. 버스시간이 다 되었지만 아무리봐도 버스 탑승장소 분위기가 아니었다. 클룩 홈페이지의 사진으로 나온 곳과 아무리봐도 다르다. 그래서 곤란해하면서 헤매다가 작은 카페 주인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보았고 여기가 아니라 택시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이라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그랩을 불러 주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아.. 클룩.. 달랏에서 호치민으로 가는 야간버스의 출발장소도 달랐다.)
▣ 베트남 사기와 이유
베트남의 세번째 방문이라 왠만한 사기를 알고 있고 대비하지만 살짝만 정신 안차리면 어느 순간 당하는 곳이 여기이다. 왠만하면, 해외여행 후에 다시 오고 싶은 수많은 나라들과 달리 매번 베트남은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작은 사기와 불친절도 쌓이면 짜증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국가이다. 이번 여행도 조카가 아니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다.
유튜브에 '베트남 사기'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사례들이 나온다. 대부분 택시 사기, 밑장빼기, 그랩사기 등이 대표적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랩의 번호판을 꼭 확인하고 구입하기전 미리 금액을 물어보고 돈을 지불할 때, 금액을 몇번씩 확인하여 피할 수 있었다(매번 이렇게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비교적 가격이 비싼 음식점이나 깨끗하게 갖추어진 카페 등에서는 이런 자잘한 사기들이 없었고 편하게 지불할 수 있었다.
문득, 베트남은 왜 이렇게 사기가 넘치는지 궁금하였다. 아마 남을 속이는것을 죄로 생각하지 않는 태도인 것 같다. 사기를 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고 당하면 상대방이 멍청한 것이고 따지면 자신의 실수라 말한다. 개인적으로 베트남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늙어가는 대한민국과 달리 수많은 젊은이들의 비율이 많고 곳곳에 아직 발전할 수 있는 요소들이 숨어있다. 심지어 나의 아들과 딸에게 베트남이나 태국에서 사업의 기회를 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스스로 그들이 도덕성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가능성은 그대로 멈출 것이라 생각한다.
베트남이란 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나에게 '사기'라는 단어가 함게 떠오르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아무리 좋은 인상을 가지려고 하지만 매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을 생각나게 한다. 매번 해외 여행을 하고 난 후에 일정이나 느낌 등을 글로 남기는데, 처음으로 글쓰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정리하는 것으로 바뀔지 모르나 그저 관광지의 간단한 소개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