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앉아 그적그적 글을 쓰고 있는데, 창 밖에서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날아다닌다. 글쓰기 소재가 될 것 같아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사진을 찍어본다.
나비는 어느새 카메라의 범위를 벗어나 저 멀리 달아난다. 그냥 포기하고 다시 키보드를 두들기는데 잠시 후, 다시 나의 곁으로 다가온다. 이때다 싶어 다시 카페라를 켜고 사진을 찍으려 하지만 곧 다시 벗어난다.
1시간 동안 이 짓을 5번이나 반복했다. 나비가 말귀를 알아들으면,
"잠시 사진 좀 찍겠습니다. 날개를 펄럭이지 말고 저기 하얀 꽃에 앉아 포즈 좀 취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게 통할 리가 없다.
마지막 순간이라 생각하고 저 멀리 날아가는 나비의 뒤태를 카메라로 잡아본다.
자신의 의지를 가진 생물들은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비는 본능적으로 날아다니지만 그것은 나와 상관없는 자신의 의지(본능)일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가 보다.
아들도, 딸도, 와이프도 다 내 말을 안 듣는다. 심지어 직장에서도 내 말을 안 듣는 경우가 많다. 자연의 법칙이거늘 난 그 법칙을 무시하고 내 통제 아래에 놓아두려고 한다. 그래서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문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될 것을 한낱 인간인 주제에 신의 영역을 탐한다고 생각된다. 그것조차도 솔직히 그것도 버겁다.
가끔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지혜로운 분들이 너무 애쓰지 말라고 한다. 너무 애쓰는 나머지 스스로를 통제하여 해결할 수 없는 스트레스 속에 가둘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의지가 아니라 욕심이나 욕망일 뿐, 진짜 의지는 순간순간 단기간이 아니라 천천히 오랜 시간을 유지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방금 나비가 다시 나의 곁으로 왔다. 작은 꽃잎에 앉았다. 이번에는 카메라를 들지 않는다. 그냥 저 나비를 지켜만 본다.
'거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니 내가 원하는 것을 얻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