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최근 내 주변에 있었던 아버지의 병환과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 등 많은 일들은 '소통'이란 주제로 귀결된다.
난 효자가 아니다. 성장하면서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반항하거나 가출하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도 아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함께 사는 것과 같았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너무나 어렵게 생활하였고 생존을 위해 열심히 일하셨다. 나를 낳고 키울 여력이 안되어 몇 년 동안 외갓집에 맡겨 놓은 적도 있었고, 초등학교 초반까지 장마철이 되면, 집으로 물이 넘쳐 흘러들어오는 강둑 옆에 살았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 먹기 살기 위해, 아버지는 항상 밖에 나가 있었고 밤늦게 간신히 얼굴만 보는 시절이었다.
이러한 환경 때문인지 아버지와 소통이 별로 없었다. 특히 또래 친구들로부터 형성된 나의 가치관은 아버지와 충돌하는 것이 많았고, 미래의 직장에 대한 꿈도 없었다. 그저 배 고프면 밥 먹고 숨만 쉬고 사는 것일 뿐...
다행히 중학교 때부터 가정형편이 나아졌지만, 돈에 대한 아버지의 확고한 가치관으로 인해 사이는 더욱 멀어지고 대학에 입학하고 집을 떠나게 되었을 때, 인생에서 자유를 만끽하면서 가장 행복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지냈다. 문제는 직장을 구하게 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자 부모와의 소통이 필요 없어지게 되었다. 이때부터 가치관의 충돌은 더욱 심해졌고 부모의 의지와 상관없이 완전히 나는 나대로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였다.
어느덧 나도 결혼을 하게 되고 자식을 낳으면서 어릴 적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자녀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아버지의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그렇게 강했던 분이 더 이상 자신의 생각을 강조하지 않는다. 내가 찾아가면, 웃는 얼굴로 나를 대한다. 그 모습에서 아버지의 모습에서 외로움이 느껴지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내 마음속에 생긴다.
별 말이 오고 가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말들.. '밥은 잘 먹고 다니냐', '운전할 때 조심해라', '직장에서는 생활할만 하냐'.... 뭔가 어색해서 일어나고 싶은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외로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내가 느끼는 외로움과 아버지가 느끼는 외로움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얼굴 봤으니 어여~ 가.. 바쁜데.. 내일 출근하려면, 준비하고 일찍 자야지..."
음.. 여기 온 지 20분밖에 되지 않았다. 말은 그렇게 하시는데, 마음은 다른 것 같다.
지금까지 아버지나 나나 서로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서로 성장하고 이제 조금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준비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을 나서며, 오랜만에 보는 환한 아버지의 얼굴이 모습이 여운으로 남는다.
"아버지, 내일모레 다시 들를게요."
하지만, 뵙지 못하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왔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문득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가슴이 조금 먹먹해지는 느낌이다. 어릴 적 아버지 역시 자녀와 소통하는 법이 익숙하지 않았다.
어쩌면, 어린 시절 나와 싸운 것은 나와 소통하는 방법이었을지 모른다.
문밖을 나가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도 곧 나를 그리워하며, 다음에 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좀 더 편한 소통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