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을 읽고...
한강 소설 '흰'을 읽었다. 작가 본인만이 이해할 것 같은 내면의 소리를 표현하여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내용으로 인해 읽기를 그만두다 다시 읽기를 반복한다. 문득 나에게 '흰'것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처음 생각난 단어가 '눈'이다. 눈이 우리 삶과 닮았다는 대해 생각이 떠오른다.
차가 드문드문 다니는 거리, 눈 내리는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깨끗하다. 세상이 무엇이 어떻게 되었던 모든 것을 덮어두고 새로운 도화지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라고 한다.
카페에서 나와 한 걸음씩 걸어본다. 나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흔적에 다른 사람의 흔적이 겹쳐지고 새하얗던 거리가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다.
나의 뒤로 내가 지나온 흔적이 고스란히 남고 흔적은 내가 존재했음을.. 그리고 나를 나타내고 있다. 거기에 다른 사람의 발자국이 겹쳐지면, 본래의 나가 아닌 또 다른 내가 나타난다.
어느 것이 나의 진짜 모습일까? 처음의 발자국? 아니면, 다른 사람의 흔적으로 지저분해져 본래의 형태가 사라진 발자국?
시간이 지나면, 온갖 발자국으로 인해 나와 세상은 더러워진다. 각자의 흔적이 쌓이면서 각자의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세상은 곧 발자국의 흔적과 함께 더러움이 사라지고 본질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익숙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다시 눈이 하얗게 쌓일 때, 새로운 도화지에 과거와 다른 새로운 나의 모습이 다시 드러날 것이다.
눈 쌓인 거리를 걸으면서 누구도 밟지 않는.. 처음 남긴 나의 발자국을 보며, 나를 지켜달라는 소망과 함께 미소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