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후련함
전제적인 여행 계획과 일정은 이전 글 참고
비엔티엔이 사람들의 삶의 여유와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 방비엥은 선택에 대한 갈등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블루라군의 유명한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고 홀로 버기카로 타고 가다가 길을 잃어 헤매거나 사쿠라바와 2부 클럽에서 신나게 놀던 나의 모습은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매번 '할까?', '말까?' 갈등을 겪었고 그에 따른 결과는 후회되지 않았고 대만족이었다.
비엔티엔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아침은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았다. 체크아웃을 하고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한 Soutchai(http://soutchaitravel.com/) 여행사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비엔티엔-방비엥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지만 방비엥-루앙프라방은 현지 여행사에서 직접 예약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였다.(반값 ㅜㅜ)
잠시 후 골프 차량 같은 미니 차량이 왔고 시내를 빙빙 돌면서 예약 여행객들을 태워 버스로 향했다.
내부는 조금 낡은 버스였고 무엇보다 안전벨트를 사용하지 못하게 의자 밑으로 고정시켜 놓았다. 다른 의자도 마찬가지다. 별일이야 있겠냐만 안전벨트에 대한 의식은 확실히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예상보다 30분 늦게 출발하였다. 이제 4시간 동안 잠이나 자면서 지루한 이동 시간을 보내야 한다.
2시간 정도 지나고 잠시 휴게소에 들렀다. 마침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간단하게 주전부리 같은 먹을 것을 구입하였다.
버스는 방비엥 수차이 여행사 사무실 앞에 도착하였고 다행히 숙소와 가까웠다. 예정보다 1시간 가량 늦게 도착하여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마을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다. 햇살이 강해서 그런지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보이는 산들과 한적한 마을 분위기가 어울렸다.
점심을 먹고 투어를 신청하기 위해 여행사를 찾아갔다. 방비엥 곳곳에 투어를 위한 여행사가 많았지만 가격을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규모가 있고 유명한 'TCK' 여행사에 들려 점심이 제공되는 투어 패키지(코끼리 동굴→튜빙(동굴 투어)→짚라인→카약킹→블루라군 1)를 신청하였다.
늦은 오후라 헬스장에서 몸을 풀기 위해 TCK 근처 헬스장에 들려 간단히 운동을 하였다. 라오스가 마음에 드는 점 중에 하나가 1 Day 헬스장 이용료(15,000낍: 2,000원 정도)가 진짜 저렴하다는 것이다.(기구는 낡았다.)
헬스를 끝내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비가 쏟아진다. 마침 우산도 망가져 그냥 비 맞았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고 야시장도 다닐 겸 다시 호텔애서 나왔다. 방비엥의 밤의 아름다웠다.
방비엥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에 하나가 사쿠라 바이다. 9시 즈음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다. 맥주 한병을 사고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30분이 지나자 조금씩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고 혼자 맥주룰 마시며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 처량했는지 다른 테이블에서 자기 일행들과 함께 마시자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다른 테이블에는 중국인 4명이 있었는데, 2명은 여행을 온 신혼부부이고 다른 2명은 방비엥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오너와 여자 친구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친해지게 되었고 호텔 사장을 3일 내내 사쿠라바에서 보았다. 이 친구는 방비엥에 오래 살기도 했고 사쿠라바에 자주 와서 그런지, 트랜스젠더들을 많이 알았고 소개까지 시켜준다. 나름 트랜스젠더를 잘 구별하였지만 여기는 정말 구분이 안된다.
여기는 마음만 오픈되어 있다면 사람들과 금방 쉽게 친해진다. 분위기가 그렇게 만드는 듯하다. 나중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사람들을 뚫고 지나는데, 내 몸을 터치하며 미소를 날려주는 트랜스젠더에 별로 거부감이 없었다.(헬스로 단련된 몸과 나시티가 조금 튀는 의상이기는 했다.ㅋ)
클럽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확실히 여기는 재미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술 마시고 춤추고..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다 보니, 금세 마감시간이 되었다.
밖으로 나오니 호텔로 돌아가는 사람들, 아쉬움에 돌아가는 것을 주저하는 사람들.. 생각해 보면, 오늘은 나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혼자 클럽도 가보고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고 술 마시며 분위기에 취해보고, 처음 사쿠라바에 들어갈 때, 머뭇거림이 있었지만
'지금 아니면 앞으로 더 기회가 없을 것 같다.'
라는 생각에 일단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의외로 소심함) 하마터면 어색함과 소심함으로 인해 즐거운 경험을 놓칠 뻔했다. 즐거운 시간을 마치고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워낙 작은 동네라 금방 호텔에 도착하여 내일 액티비티 준비를 하였다.
방비엥에서의 첫 번째 밤은 이렇게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