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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커피 그리고 삶 Sep 02. 2019

라오스(비엔티엔) 여행

비엔티엔에서 느끼는 역동과 삶의 여유로움

홀로 해외로 떠나는 4번째 여행으로 라오스와 태국으로 정했다. 이번 여행은 몇 년 전에 지인의 추천으로 라오스를 여행하고 싶었고, 태국은 지난 겨울, 방콕에 대한 깊은 인상과 여운이 남아 지난번 미처 가보지 못한 치앙마이와 여러 유적지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야간열차에 대한 낭만적인 동경을 가지고 있어 치앙마이와 방콕을 연결하는 야간열차를 꼭 타보고 싶었다.


이번 여행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큰 맥락은 ‘선택에 대한 갈등과 결정에 따른 후련함’으로 이루어진 여행이었다. 그것은 여행 내내, 결정 장애를 가진 소년이 하나에서 열까지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최고의 만족감을 느끼는, 마치 하얀 백지장에 나만의 여행을 그린 그림으로 같은 것이었다. 각 도시별로 느껴지는 고유한 분위기와 그에 따른 감정이 여행을 풍요롭게 만들고 지루한 틈을 주지 않았다.



▣ 여행 개요

1. 전체 여정

라오스(비엔티엔→방비엥→루앙프라방)→태국(치앙마이→방콕)


2. 방문지

 가. 라오스

  - 비엔티엔(대통령궁, 왓 씨싸켓, 왓 씨므앙, 빠뚜싸이, 탓 루앙, 야시장)

  - 방비엥(블루라군[1, 2, 3], 액티비티(집라인, 카빙, 동굴튜빙)

  - 루앙프라방(왓 폰싸이, 왓 호씨앙, 왓 타, 왓 마이, 왕궁박물관, 푸시산, 야시장, 왓 농씨쿤므앙, 왓 쌘, 왓키리, 꽝시폭포)


  나. 치앙마이, 방콕

  - 치앙마이(치앙마이 대학교, 올드타운)

  - 방콕(왓 아룬, 왓 라캉, 왕랑시장, 탐마삿 대학, 딸랏 네온 야시장, 빠뚜남 시장, 짐톰슨의 집)


3. 교통수단

라오스(생태우), 방콕(BTS, MRT, 시내버스)


4. 여행 경비(인원 1명)

항공료, 숙박료, 액티비티 투어, 사원 입장료, 교통비, 식비 등 대략 160만원 정도 지출(11박 12일)



▣ 구글 지도 공유

  - https://drive.google.com/open?id=1QW8G7vvsjxpA1DF2bExJb-dvRYGCXPsH&usp=sharing



▣ 여행계획 및 예산 계획

※ 엑셀 파일은 여행 전, 이동 계획과 예약 내역으로 현지에서 지출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음.





여행을 가기 전, 라오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였다. 많은 블로그 글과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이동 동선과 목적지를 정했다.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라오스에 대한 낭만적인 상상은 나를 즐겁게 하였다. 나에게 라오스는 사회주의 국가, 자연과 순수한 사람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란 단어로 정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접한 라오스는 나의 상상과 많이 달랐다.


늦은 밤에 공항에 도착하였지만 미리 클룩(https://www.klook.com/) 사이트에 공항 픽업 서비스를 신청해 놓아 쉽게 호텔로 갈 수 있었다. 배가 몹시 고팠다. 저가 항공이라 기내식이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비행기 안에서 밥을 계속 기다렸던 나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일단, 호텔 주변에 편의점을 찾아보았고 다행히 가까운 거리에 있어 굶주림을 해결할 정도의 음식을 샀다. 주머니에 달라밖에 없어 급한 대로 달라로 구입했지만 조금 손해 본 느낌이다.



▣ 12시에 문을 닫는 호텔

호텔로 들어가기 전 담배 한 대 피면서 내일 일정을 정리하는데, 갑자기 호텔 문을 잠그려고 한다.


'엉?'


수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밤 12시에 문을 잠그는 호텔은 처음 본다. 일단 밤도 늦었으니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몸을 뉘었고 라오스의 첫날밤은 이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조식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왔다. 호텔 방도 그렇고 조식도 그렇고 뭔가..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다. 뭐랄까 관광에 특화된 지역의 호텔은 푸짐함과 다양한 종류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여기는 우리나라 80년대에 온 느낌이다. 조식은 깔끔하지만 수수한 느낌이다.

조식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종류가 많지 않다. 왼쪽은 자유롭게 가져올 수 있지만 오른쪽은 주문해야 한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대략적인 동선을 확인하고 환전을 위해 우산을 쓰고 길을 나섰다. 이때만 해도 우기(雨期)를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나중에 감기로 인해 며칠 앓았다는 ㅜㅜ)

이동 경로



▣ 대통령 궁, 왓 씨싸켓

호텔 근처 환율이 괜찮은 은행에서 환전을 마치고 대통령 궁으로 향했다.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어 있기에 건너편에서 잠깐 바라보고 왓 씨싸켓으로 향했다. 손잡이가 망가진 우산이 신경 쓰였으나 대충 사용하다가 버릴 생각이라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환전한 은행과 대통령궁

왓 씨싸켓은 비엔티엔에서 가장 오래된 태국의 양식으로 지어진 사원이다. 중앙에 대법전이 있고 주변에 화랑으로 둘러싸여 있다. 화랑의 벽면에는 작은 구멍(감실)을 만들어 작은 불상을 보관하고 있는데, 그 개수가 6,840개라고 한다. 예전 방콕에서 워낙 거대한 사원들을 보아서 그런지 큰 감흥은 없었다.

 

▣ 왓 씨므앙

왓 씨싸켓 관람을 마칠 무렵, 다행히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았고 날도 많이 덥지 않아 걷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왓 씨므앙으로 가는 도중 락 므앙이 보였다. 다른 사원들에 비해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사원이었다. 'VIENTIANE, CITYPILLAR'란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건물 안에 기둥이 있다고 한다. 나중에 알아보니, 도시의 번영을 위해 세워졌다고 한다.


왓 씨므앙은 큰 규모의 사원은 아니지만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벽면 위쪽에 부처님에 관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대략 어떤 내용인지 상상이 가능하였다.

부처님의 행적이 그려진 그림을 바라보면 그 내용을 상상할 수 있다.



▣ 빠뚜싸이

작은 비슷한 느낌의 사원에 실망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전 조사에서, 많은 여행자가 비엔티엔에는 볼 것이 없다고 하여 바로 방비엥으로 향한다는 내용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듯했다. 이제 향할 곳은 비엔티엔에서 그나마 유명한 빠뚜싸이이다.


빠뚜싸이로 이동해야 하지만 난감했다. 택시도 생태우도 보이지 않았다. 툭툭이 있지만 터무니없는 비용 때문에 쳐다보지도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대통령궁으로 걸어갔다. 라오스 거리의 참 특이한 것은 개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납거나 으르렁 거리지 않는다. 대통령 궁 근처에 도착하니 시내버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버스를 탈까 하여 사람들에게 물어도 보고 구글도 검색했지만 결국 또 빠뚜싸이까지 걷기로 했다.(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저기 멀리서 빠뚜싸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빠뚜싸이는 프랑스의 개선문과 비슷한 형태로 프랑스와 독립전쟁에서 희생한 사람들의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빠뚜싸이 앞으로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아주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


빠뚜싸이는 전망대가 볼만하므로 계단을 올랐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이나 개선문처럼 그리 친절하지 않은 느낌의 계단이다. 특이한 점은 각 층마다 기념품을 파는 매장들이 입점해 있었다. 전망대는 헉헉거리며, 땀에 젖어 오를만한 가치가 있었다. 전망대는 나에게 오늘 하루 중 가장 만족한 뷰를 선사하고 있었다.


▣ 탓 루앙

빠뚜싸이에서 탓 루앙까지 걷기에 무리가 있어 마침 지나가는 생태우를 잡았다. 관광객이라 요금을 5만낍 부른다. 너무 비싸 차라리 걸어가겠다는 생각으로 거절하자 일단 2만낍에 흥정하고 탓루앙으로 향했다.


탓 루앙을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아니면, 예전 여행에서 이미 방콕에서 보았던 웅장한 규모의 사원과 무의식적으로 비교하는 것일까? 유튜브나 사진에서 보았던 거대하고 웅장한 느낌이 나지 않았다. 아마 탑을 오를 수 있는 문을 닫아 밑에서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실망감을 느끼게 만든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고 나니 마침 점심때가 되었다. 근처에 눈에 띄는 식당이 보이지 않아 근처 켄터키 치킨 패스트푸드 점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빠뚜싸이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괜한 체력소모를 한 것 같다. 그냥 편하게 툭툭이나 생태우 잡아 편하게 올 걸... 빠뚜싸이에 도착하고 나니 호텔까지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앞에 줄지어 서 있는 툭툭이를 잡았다. 이때도 치열한 협상을 하여 2만낍(약 2,800원 정도)에 올 수 있었다.


너무 일찍 호텔에 들어오니 특별한 일정이 없어 근처 체육센터로 향했다. 나의 여행 스타일인 걷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평소에 헬스로 체력 관리를 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간단하게 몸을 풀고 호텔로 돌아와 야식장을 가기 위해 준비하였다.



▣ 메콩강변과 야시장

비엔티엔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메콩강을 끼고 펼쳐진 야시장이다. 메콩강변을 보기 위해 제방 아래로 내려갔다.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고 메콩강을 경계로 건너편은 태국이다. 강 건너편이 다른 나라라고 하니,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비는 더 이상 오지 않았고 구름 낀 하늘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한참을 둘러보고 야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다시 제방으로 올라왔다.


야시장이야 말로 내가 방비엥으로 가지 않고 비엔티엔에 오늘 있어야 하는 이유였다. 낮 동안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의 삶의 여유로움과 활기가 느껴지는, 서로 이질적인 분위기가 묘하게 섞여 있는 느낌이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행복함이 보인다.


광장에서 줌바댄스 같은 것이 펼쳐지고 가족들과 손잡고 나온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넘쳐난다.  


야시장을 대충 둘러보고 제방 아래에 펼쳐진 식당에서 대충 저녁을 해결하였다. 어둠이 깔리고 야시장의 시작점에 있는 짜오 아누웡 왕 동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누웡 왕은 옛날 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이끌었던 전쟁 영웅이다.


밤이 깊어지자 야시장이 끝이 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호텔로 돌아오면서 비엔티엔에 대한 느낌이 실망과 달리 긍정적인 인상으로 남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방비엥으로 떠난다. 방비엥에 대한 궁금증은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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