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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Dec 19. 2015

새해, 당신은 몇 살이 되나요?

치킨먹듯 나이도 맛있게 먹어보자

안녕하십니까, 당신은 몇 살인가요

외국인이 낯설어하는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문화 중 하나지요. 관계 형성의 시작점에서 '나이 묻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요즘은 이에 반발하는 문화도 조금씩 생겨났지만, '나이'는 참 오랫동안 첫 만남에 누군가를 판단하는 가장 흔한 잣대가 되어 왔습니다. 질문을 할 때 무척 용기가 필요한 우리나라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묻는 데는 '안녕하십니까'와 같이 서슴없는 경향을 보이니까요. 사실 눈치채셨겠지만, 이 글은 정말 당신의 '나이'가 궁금하다는 건 아니랍니다.  


당신 내면에 아스팔트처럼 깔아놓은 방황의 자락을 얼마만큼 지나왔는지 묻고싶었습니다.


'나이'라는 걸 태어난 직후부터 해마다 매기는 것이 아닌 기준으로는 제가 내년에 몇 살이 되는 지 정말이지 모르겠거든요. 이 지점에서 당신이 몇 살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어설프게 자신을 속이며 연명하고 있는지, 치열하게 자신에게 솔직해져 가며
죽어가고 있는지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네 평균수명도 지금과는 다른 빅데이터가 추출될 것 같습니다. 왠지 서글퍼지네요.


그만두고 싶어도 계속하는 이유의 주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글_이동영 / 캘리그라피_다밍캘리
당신은 성숙합니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우리가 알기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느낌 같지만, 그것은 아마도 무의식에 모래알처럼 쌓이다가 와르르 무너질 때 뇌의 어떤 부분과 가슴이 동시에 반응하는 '찰나'가 아닐까 합니다.

그만두고 싶어도 계속하는 이유의 주체가 나인지 타인인지, 용기가 없음이나 안주인지, 책임감이나 돈 때문인지, 이걸 먼저 깨닫고 나서야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리는 막막함에 기운을 차리지 못하지요. 우울증에 빠져 쉽사리 무기력한 결론을 내리기도 하고, 우울증이 아닌 냉정한 이성으로 판단하기도 하지만 이마저 상처받은 내면 아이의 어린 모습 그대로 정체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방황의 자락에서 뱅글뱅글 돌다가 자의든 타의든 새로운 시야를 가지는 기회가 찾아오면 숨통이 조금 트입니다. 키가 큰 것 같이 말이죠. 이때는 살짝 억울하기도 합니다.  


'뭐야, 다들 이런 거였어?'


언젠가의 당신이 스스로 부끄러울 만큼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는 당시와 똑같은 감정을 가지는 것보다 조금은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저 해가 바뀐다고 모든 인간이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경험적 통계에 의거해서 타자의 생각을 짓눌러버리기 일쑤이니까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자신의 신념에 매몰될 때가 오면,
깨달아야 해
진짜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나이가 들수록 지혜로워진다는 논리는 군대 가면 철든다는 말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어르신들이 지혜롭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당당함과 뻔뻔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시간으로 주어진 권위에 취해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꼰대들은 잔소리만 늘어갑니다.

수고하셨어요.
당신의 우뚝 설 날을 응원합니다


바야흐로 겨울 시즌이면 '스키 잘 타는 법'이 인기 검색어에 오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나같이 그 첫 번째는 '잘 넘어지는 법을 익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절대 넘어지지 않는 법'이 아니라, 넘어지는 걸 '잘 해내는 법'을 말합니다. 누구나 넘어지니까 다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지요. '제대로', '나중에'와 같은 날은 '지금', '서툴고 어설프게'를 부딪치지 않고는 영영 오지 않는 날입니다.


'제대로' '나중에'와 같은 날은 '지금' '서툴고 어설프게'를 부딪치지 않고는 영영 오지 않는 날이다. 글_이동영 / 캘리그라피_은실글씨

제가 쓴 글 중 [청춘에게 남아있는 '설날'만큼이나 '우뚝 설 날'도 많습니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지금 넘어지는 것, 다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멋지게 내달릴 그 날을 위해, 일단은 '잘 넘어지는 법'을 익혀서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건강하게 정진하는 것이 우리 청춘의 미션이니까요. 설날에 떡국을 몇 그릇 먹든 정신적 나이는 변함없겠지만, 우뚝 설 날을 위해 견고한 내면의 의지와 열려있는 자세를 갖는다면 우린 더 많은 것을 보고 포용할 것입니다.

다만, 우려되는 점에 추신을 달아보겠습니다.


개인의 성숙도가 '마음의 경건한 자세취하기'로만 끝나면 새로운 역사는 너무도 느릴 것 같습니다.

증후군처럼 다가오는 몇 살 몇 살마다 앓는 증상이 '사회적 시스템 안에서 조여 오는 주변의 압박에 그만 나를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라는데 공감한다면, 새해에는 그러한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지금보다 더 정치적 이슈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투표, 정당가입, 온오프라인 집회나 서명등 다양한 방법으로 목소리도 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지난 한 해도 수고하셨습니다.

당신의 우뚝 설 날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인스타그램: #이동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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