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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Aug 15. 2017

글쓰기 특강(존나, 쓰레빠, 닭도리탕, 츄리닝)

표현과 전달


이외수 선생님은 인생에 '존버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그 뜻을 풀어보자면, '존나게 버티는 정신'이 인생을 사는데 매우 필요하다는 거죠. 존나게라는 말이 남성의 생식기에서 출발했지만, 존나가 아니면 존나를 표현할 길이 없다는 것이 선생님의 설명입니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도 '쓰레빠'와 '슬리퍼'는 연상하는 것부터가 다르다고 역설합니다. 떠올려보면 좀 다르죠? 비슷하게 난닝구엔 츄리닝이지, 트레이닝(운동)복이 아니란 거죠. 어원이나 유래가 일제 잔재라 할 지라도, 그 역사는 끝내 기억해야겠지만 우리 삶에 언어 이상으로 깊숙히 스며든 것을 억지로 밀어낼 수 없다는 데 동의합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선생님은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추정합니다. 닭볶음탕'이 오히려 실제 조리법과 맞지 않은 이상한 표현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언어를 순화해서 쓰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일상 속 대중이 주로 쓰는 말은 '표현'을 극대화해서 공감대를 자극합니다. 와 닿는 것입니다. 닭볶음탕보다 닭도리탕이라고 했을 때 침이 고이고 연상되는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분명한 이들이 많다고 하지요.

욕설도 그렇죠. 욕설 자체는 좋은 것이 아니지만,
맛있게 어여 처먹어! 하는 욕쟁이 할머니가 그 말을 대신할 표현은 없는 것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표현하여 전달하는 영역이라고 볼 때, 독자에게 가닿았다면 그것이 진짜 잘 쓴 글이 아닐까요? 물론, 좋은 글이라는 건 구분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언어순화도 얽매이면 대중의 감성을 외면하게 되지 않을까요? 과연 언어순화가 어디까지 필요한 작업인지 한 번쯤은 고민해보고 따져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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