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Aug 20. 2017

여행은 발견이다

그때 흔들리던 나무들은 다음 계절, 어김없이 꽃을 피웠다.

이 글은 글쓰기 클래스 4기 수업(8/20) 중 20분 백일장으로 제가 쓴 글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여행'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을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이 사전적 정의를 따르지 않았다. 지금부터 내가 정의한 여행을 소개하려 한다.

이전에 살았던 곳이 마포-공덕(대흥역-공덕역) 사이 경의선 숲길 공원이었는데, 이사를 하고 얼마 안 되어 생긴 터라 처음엔 다니는 사람도 몇 없었다. 도심 속에서 사람보다 많은 나무를 볼 때면 언제나 짜릿한 기운을 받는다. 얼마 되지 않아 이곳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되었다. 어디 멀리 가는 걸 즐기지 않는 내가 보일러도 없는 원룸에 살면서도 1년을 꼬박 살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가 되어 주었다.


당시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운 좋게 바로 직장을 다니게 된 것인데, 출퇴근 길이 바로 이 길이었다. 매일 9시에 출근하기에 아침 8시부터 나와 천천히 걸으며 여유롭게 책도 읽고 사진도 찍었다. 여기에서 찍은 사진은 그야말로 전부 작품이었다. 엽서로도 제작했는데, 그 당시 사장님께서 엽서를 보시고는 사진 잘 찍는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나는 더 기분이 좋아서 이곳의 사계절을 촬영했다. 같은 장소, 다른 계절의 풍경. 내겐 그 자체로 황홀함이었다. 누가 말했던가, 계절이 바뀜을 느낄 수 있는 한 누구나 청춘인 거라고. 그렇다. 청춘일 뿐 아니라, 잘 사는 인생인 거다. 인간답게. 척척박사 알파고는 절대 '느낄 수' 없다.


양쪽 가로수 나뭇잎이 액자가 된 하늘을 바라볼 때의 내 감정과 생각은 날마다 달라졌다. 퇴근길을 걸으며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노을 물든 하늘이 아름다워서 걸음을 멈춘 채 하염없이 바라볼 때도 있었고, 노을이 든든해서 그저 노을에 기댄 적도 있었다. 그때 흔들리는 나뭇잎은 다음 계절, 어김없이 꽃을 피웠다. 이때부터 나는 일상을 여행이 되도록 살겠다고 늘 말하며 살고 있다. 나에게 여행은 일상의 발견이다.

실제 경의선숲길공원 출근길에.(아이폰6)

지금은 또 이사를 와서 이 풍경이 무척이나 그립지만, 요즘은 강좌와 모임을 하면서 사람이라는 풍경을 본다. 만날 때마다 함께 여정을 떠난다. 사진을 찍지 못해도 마치 유행어처럼 '내 마음속에 저장'하는 거다. 대상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여행은 사랑이다.


http://pf.kakao.com/_abhVd






매거진의 이전글 떠나다(감성글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