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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Sep 05. 2017

'미생' 윤태호 신작 <오리진>을 보고

001 보온 (교양만화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는 동시에, 여운을 남겼다)

나는 '윤태호 화백'이라 하면 '믿고 보는' 작가님으로 여긴다.
내 첫 번째 꿈이 만화가였는데, '만화'의 세계가 얼마나 창조적, 예술적, 철학적인지 알았기에 그 매력을 잘 살리는 작가에게, 그런 작품에 늘 꽂히곤 했다. 그 기준은 내 마음을 '울리는' 만화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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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미생

본래 웹툰을 잘 찾아 보지 않는 내가, 우연히 윤태호 화백의 대표작이 된 '미생'을 다음 웹툰에서 본 것은 아마도 운명이 아니었을까. 도저히 다음 스크롤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미처 다 못 보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공감과 감동, 특유의 위트를 가진 작가님이 글을 쓰는 작가로서 부러웠고, 종합상사 직장생활을 하지 않은 작가님이 어떻게 이런 생생한 감동을 전할 수 있는지, 위대함과 존경심마저 느끼게 되었다. 얼마전 윤태호 작가님의 신작 <오리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팬으로서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는 책을 쭉쭉 못 읽는 편이다. 생각이 너무 많은 편이어서 그렇다. 이야기에 몰입해야 하는데, 공부를 한다. 유희 이전에 분석을 하는 못 된 습관이 있다. 처음엔 가볍게 읽고 넘기면 될 것을 말이다.
근데 이 <오리진>은 정말 단숨에 읽었다. 단순히 그림책이어서가 아니라, 재밌었다는 거다. 몰입도가 상당히 높았다는 거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살인자 기억법> 이후로, 오랜만에 겪는 기분이었다.

일단 내 인생에 몇 권 되지 않는 완독한 책으로써 총평을 한마디로 해보자면, '어른용 과학 학습만화'라고 할까? 여기에서 어른 용이라는 건 어렸을 적 흥미롭게 읽었던 교양만화 시리즈를 아동용으로 기준 삼았을 때, 상대적인 개념에서 규정한 것이다. 물론 두 교양 만화 시리즈 다 아동이나 어른 누구나 보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내용이 알차다.


윤태호 화백은 이 <오리진>시리즈를 '절박감'으로 펴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작가로서 나머지 인생의 동력을 획득해야 한다는 절박감. 즉 과거의 습관으로부터 결별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고민, 나 역시 글을 쓰는 입장에서 이 베테랑 작가의 말은 너무나 아름답기까지 느껴졌다.
내가 읽은 '001 보온 편'은 계속 출간될 <오리진>시리즈의 첫 번째 편이다.



앞으로 나올 시리즈의 목차를 살펴보면 주제는 역시 인문학에 기인하고 있다. 윤태호 화백 이하, '깊이'있는 '교양'만화를 그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오리진>제작팀은 동시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던 노력을 작품으로 증명하고 있다.


친근한 로봇 캐릭터와 현실 인간 캐릭터가 만드는 스토리 전개 과정은 몰입하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실로 감성을 건드리는 특유의 문장들이 공감을 넘어 힐링 효과도 톡톡히 해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식이다.



같은 따스함이면
같아질 수 있을까
삶의 의지는
지적인 것,
감상적인 것,
물질적인 것,
정신적인 것,
가시적인 것,
묵시적인 것들이
뒤엉켜 일어나는
혼돈의 것이다.


나는
무엇 때문에 살아있는가?

<오리진>의 메시지, 즉 질문은 이러한 본질적 물음을 던지게끔 한다. 따라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근본, 기원은 곧 감사와 기쁨으로 이어진다.

또한 뒷부분 책 속 부록처럼 이어지는 <오리진 크로스>에는 정말 '쉽게' 정리되어 있는 과학교양서적을 읽는 듯한 구성이다. 스토리와 정보가 함께 흥미진진한 만화에 들어 있기란 어렵다.쉬운 고민으로 나온 책이 아니란 소리다. 누구라도 집어 든다면 이 책 한 권이 참 소중한 만화책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 같은 등장인물들로 어떻게 100권의 <오리진>의 시리즈가 이어질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윤태호 작가가 훌륭한 이유를 인터뷰에서 엿볼 수 있다. 출처는 채널 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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