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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Sep 27. 2017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를 보다

글쓰기 주제: 본 것(170927)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한 가지 나만의 원칙을 고수하는 편이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최소화하는 일. 굳이 감독이 누구인지, 배우가 누구인지, 관객수가 얼마인지 사전에 잘 안 본다. 심지어 가능한 한 예고편까지도. 의도적인 정보 배제이다. 왜냐고? 영화에만 몰두하기 위해서이다. 영화 좀 보는 분들이 들으면 이 말이 어폐가 있다고 느낄지 모르겠다. 마치 전시회장에서 도슨트의 해설이 훨씬 더 풍부한 감상을 도와주는 것처럼. 만약 작품에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면, 한 번 더 감상하기로 만족하고 싶다. 전시회와 영화 모두 아직은 상식의 접근 수준이 초보단계라서 그렇다.


보통 감상 직전의 영화 정보라면 우연히 알게 되는 정도이거나, 굳이 찾아보는 건 영화평론가의 한줄평, 그리고 평점 정도이다. 사실 영화평론가도 나와 다른 관점에서 평할 수 있다. 그래도 영화평론가들의 스포일링 없는 한줄평은 언제나 흥미롭다.


이번 [베이비 드라이버]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블로그를 검색해서 참조했다.  

출처: 이동진(영화평론가) 블로그
출처: 이동진(영화평론가)블로그

영화에 대한 신뢰도가 확 올라갔다. 보통 평론가도 그렇지만 이동진 평론가가 평점을 후하게 주는 편은 아니라서 그렇다. 이 말을 곱씹으며 영화를 보았다. 다 보고 나니 "영심이~ 짝짝 맞아"하는 친척동생과의 손뼉 치기 가위바위보 게임이 떠올랐다. 음악과 동작, 장면의 전환이 평론가의 말대로 아주 '짝짝 달라붙어' 딱딱 맞아떨어졌다. 스토리가 신선 했다기보다는 캐릭터가 분명했다. '캐릭터가 하는 짓'에 일관성이 있었다. 정말 저 캐릭터라면 저렇게 살 것 같았다. 'B-A-B-Y 베이비!'하는 청년은 마지막 장면까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람도 죽이고 강도짓도 공범인데 예쁜 여자친구 만나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면 너무 주인공 PASS-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마무리가 확실한 감독에게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방금, 이 글을 쓰기 전에 다른 영화평론을 보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네이버 영화 섹션에서 자주 보기는 어려운 높은 점수다. 수두룩한 7~8점이 눈에 띈다. 내 기준에서 네이버 영화 평론가 평점으로 보통 6점 이상이면 평타로 본다(만약 6점 이상의 영화를 보고 실망하면 실망감은 배가 되겠지).

한마디로 [베이비 드라이버]는 흐르는 음악에 홀리게 하는 힘이 있는 영화였다. 그 모든 게 한 악보의 완성도 높은 전개처럼 자연스러웠다. 요즘 영화 시나리오의 문제는 많이들 지적하듯이 '초반부 15분이 전부이고, 갈수록 힘을 잃는'것이었는데, 이 영화는 씨네 21 임수연 한줄평대로 '쾌속질주'였다.


아래는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과 [괴물] 봉준호 감독의 관람평이다(이 리뷰를 쓴 이후에 발견했다).

맙소사! 한 순간도 클리셰가 없다
영화 전체 리듬을 놀랍게 장악하고 있다
출처: TV REPORT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이건 감독의 실력이란 생각이 든다. 애드거 라이트, 감독을 기억해야겠다. 완전 내 취향은 아니지만 앞으로 킬링타임용으로 이 분의 영화만 한 건 없겠다 싶다. 같은 스토리와 캐릭터를 가지고 다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면 아마도 삼류가 될지도 모르는 위험성이 농후해 보이는 영화다.


이제 다른 영화 얘기를 해볼까?


요즘 [공범자들], [저수지 게임], [김광석]과 같은 국내 다큐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영화도 꽤 인기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소설 원작(작가 김영하)을 한 때 내 인생의 책으로 볼 정도라 배우만 남는 영화는 선택하기가 꺼려진다. 추석을 앞두고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할머니 소재로 깊은 울림과 호평으로 천만 관객을 아마도(?) 예고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장점은 친근함에 있다. 나 같은 영알못(영화 알지도 못하는)의 경우에는 영화 고르는 안목에 이 친근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아, 이 전에 [VIP]를 봤는데, 길게 쓰고 싶지 않다. 나홍진 감독에 이어 참 보기 불편한 (영화 만드는) 내 취향 아닌 감독(김훈정) 한 분이 추가됐는데, 차라리 일찍 알았으니 다행이랄까.


이 글의 결론: 내가 선택해서 본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는 탁월했다(음, 내가 선택한 게 맞을까? 어떤 주장에 의하면 인간은 더 이상 자유의지가 아니라고도 한다. 빅데이터에 의한 맞춤형 웹서비스로 노출되는 비중에 따라 결정하게 되어서 그렇다는데, 글쎄 '통제, 절제'가 인간 자유의지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남들 다 본다고, 나에게 추천한다고 무턱대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인간의 감성은 인공지능과도 공존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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