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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Sep 24. 2017

예스터데이

(글쓰기 주제: 어제 170924)

무슨 뜻인 줄도 모른 채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한국식 발음으로 발성연습을 했던 교과서에 실린 비틀스의 명곡. 이제는 검색하면 다 나온다. 예스터데이의 노랫말은 누군가와 사랑하던 '어제'를 추억한다. 어제를 그리는 건 언제나 오늘이겠다(여기서 어제는 과거의 대명사가 된다).


폴 매카트니는 꿈 속에서 떠오른 아름다운 멜로디를 잠에서 깨자마자 피아노 연주로 옮겼다고 한다. 자신이 무의식 중에 표절한 것이 아님을 한 달 넘게 음악관계자들에게 묻는 등의 과정을 통해 확신한 후, 가사를 붙였다고.

그렇게 현대 팝 발라드의 고전으로 남는 전설의 곡을 탄생시켰다(위키백과에 따르면, 앨범에 작사는 존 레넌이라고 쓰인 것과 다르게 실제 작사와 작곡 모두 폴 매카트니가 했다고 한다). '단순한 가사'는 비하가 아니라, 가장 위대한 것이기도 하다. 비틀스는 코드의 사용부터 단순함에서 위대함을 뽑아낸 곡들로 유명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슈퍼 그뤠잇’이다.

'그 사람'이 떠난 이유를 모른 채, 마치 모든 고통이 저 멀리에만 있던 것만 같은, 그 평화로웠던 어제를 그리워한다. 멀리 있던 고통들은 작금의 현실이 되었다며 대비한다. 노랫말을 더 들여다보면, 말없이 떠나가서 내가 무슨 말을 잘못한 건 아닌지 혼자 자책하게 만드는 '그 사람' 보다, 좋았던 시절 속의 자기 자신을 그리워하는 중이다.

     

이미 누군가를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이 단순한 가사는 많은 기억의 가지를 뻗게 한다. 실제 대중음악 사상 세계 기네스에 가장 많이 리코딩된 곡으로 기록되었다고 하니, 비틀스의 음악을 아는 우리 각자에게 ‘어제’라는 단어는 무의식 속에 이 멜로디가 흐르고 있지 않을까 한다.

이 노래를 떠올리며 나는 세 가지 생각을 했다.


첫째, 우리가 이러한 단순함에서 공감과 위로를 느끼게 된다면, 나는 더 단순하게 표현해야겠다고. 그 단순함을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복잡한 과정 속에서 퇴고를 거쳐야 할까? 천재적인 발상이 찾아온다 한들 그걸 표현하는 건 예술가(작가)의 몫이 된다. 그렇다고 단순함만이 예술의 경지에 오른 것이란 말은 또 아니다. 알맹이 없는 단조로움과 많은 걸 품고 있는 단순함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둘째, '어제'는 되돌아오는 시간이 아니다. 차근차근 복기해보는 것 빼고, 과거에 집착하는 미련함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내일'을 향해 가야만 한다. '내일'은 앞이고, '어제'는 뒤다. 오늘은 '여기, 지금 이 순간'이다. 그리고 순간은 영원하며, 어제는 스러져 간다. 이것은 진리다.


셋째,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 또한 그러한 그리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떠나지 않아도 떠나가는 건 비단 어제라는 시절뿐만은 아닐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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