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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Nov 14. 2017

아는 것이 힘이다? 댓츠 노노

이젠 ‘생각이 힘’인 시대가 왔다.

‘아는 것이 힘’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젠 ‘생각이 힘’인 시대이다.
생각을 생각하다

바야흐로 이런 신조어가 등장했다.

 ‘핑거 프린스/핑거 프린세스’

손가락만 까딱하면 다 나오는 정보 범람의 시대에, 궁금한 게 생기면 묻긴 왜 묻느냐는 거다.

“검색해봐, 손가락 움직이기 싫어 왕자나 공주처럼 세상물정 모르고 대접 받으려는 거니?”라는 세태를 반영한 말이다.


불과 약 15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모르면 모르는대로 생각과 의견을 나누었다. PC방과 스타크래프트가 등장했지만 모바일이나 탭으로 내 손 안의 세상은 미래의 이야기였다. 당시 나의 별명은 뻥쟁이였는데, 어렸을 때 과학학습만화에서 본 상식이나 예화를 말하면 하나도 못 알아듣는 친구들이 붙여준 이름이었다. 나중 되니까 ‘호기심천국’이나 ‘스펀지’라는 TV프로그램에서 실험으로 검증하더라. 나는 그들(날 놀려대던 아이들)이 진짜 몰랐다는 사실에 더 놀라며 책을 읽으면 놀림을 받는구나 싶어 되레 잘 안 읽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는 IT계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고, 세계에서 유래없는 놀라운 속도로 인터넷 강국이 되었다. 포털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각 분야 집단지성의 결과물과 지식백과를 단 몇 초면 누리고 공유할 수 있는 세대가 된 것이다.


이젠 정말 ‘검색하면 다 나오는 정보 범람’의 시대- 이러한 풀이는 이제 진부해질 만큼 초등학생도 다 아는 말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롭게 대두되는 시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는 것이 힘이었던 시대는 지식의 보급이 떨어질 때의 구호였다. 이젠 ‘생각이 힘’인 시대이다.


우리의 힘은 ‘생각’으로부터 발현된다. 검색 너머의 사색이 이 시대 가장 필요한 감성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먼저, 이 생각하는 힘은 어떻게 기를까?
바로 ‘생각 근육’을 키워야 한다. 요령은 간단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 두 가지를 꾸준히 틈틈이 하면 된다.


가끔 내가 하는 글쓰기 강좌에서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참여하시는데, 그때마다 내 글에 담긴 ‘생각(사색하는 능력)’이 놀랍다고 한다. 사실 경험을 생각으로 치환하여 다시 경험으로 만든다면 그분들이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그것이 ‘연륜’이고 ‘내공’이 아니겠는가?


생각하는 노하우 - 책읽기와 글쓰기

그에 비해 아직은 한참이나 멀었지만 내 나름의 생각하는 노하우를 소개하고자 한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 1달에 2권도 안 읽던 사람이 처음부터 1년에 100권 읽기를 목표로 한다는 건 지치기 딱 좋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일기 조차 안 쓰던 사람이 매일 원고지 10장을 쓴다거나 하겠다는 건 무리수다. 마라톤 준비를 하듯 조금씩 꾸준히 기초체력을 키우면 가능하다. 참고로 초보자의 마라톤 준비는 매일 걷기부터 시작한다.


이건 실제 글쓰기 수업에 적용해 수강생들이 효과를 실감하는 영업비밀인데... 매일 최소 20분씩 온전히 몰입해서 다른 주제로 글을 쓰는 거다. 영국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심리학과 필리파 제인 랠리 교수님의 실험에 따르면 66일이면 하나의 습관이 형성되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최소 20분 동안 글쓰기를 66일 꾸준히 습관이 들 때까지 매일 해보는 건데, 쓸 것이 없으면 쓸 것이 없다고 쓰거나 필사라도 하면 된다(글쓰기 클래스에서는 수강생끼리 매일 주제를 던져주고 글쓰는 시스템이라, 함께 쓰고 피드백하기를 서로 유도한다). 이때, 분량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몰입하느냐이다. 글쓰기 클래스 정규과정에서 이렇게 매일 쓰면 좋은 점은 첫째, 나 자신과 대화를 매일 할 수 있다는 점, 둘째, 내 글을 공유해서 동료 피드백을 주고받기 때문에 객관화하는 눈을 가지며 내 세계에만 갇히지 않는다는 점, 셋째, 글쓰기가 습관이 되면 스스로 욕심이 생겨서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을 병행하기 때문에 내 안에 내재되어 있던 글쓰기 감각을 깨우친다는 점이다.


독서법은 자기 나름의 방법을 따르면 제일 좋겠지만 잘 모르겠다면 다음 방법을 권장한다. 책을 고르는 법은 ‘무조건 내가 끌리는 책부터 읽는다’의 원칙을 따르는 거다. 어떤 책이라도 좋다. 책 고르는 안목은 읽다보면 자연스레 생긴다. 쉬운 책도, 자기계발서도 만화책도 다 좋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내 마음이 끌리는대로 책을 고르자.

완독을 못하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도 괜찮다. 필자의 경우 병렬식 독서를 한다. 그럼 생각의 지평이 더 넓어지고 연결고리가 형성되기도 하는데, 그 예상밖의 재미도 쏠쏠하다.

같은 책이 아니라도 좋으니 하루 한 두 챕터씩만 읽어도 꽤 많은 양의 책을 읽을 수 있다. 양이 많다면 줄이거나 목차에서 보고 싶은 부분을 골라 보아도 좋다. 단, 비문학은 이런 방법이 통하는데, 문학- 특히 소설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신이 느끼기에 흥미롭다면 중간에 너무 끊지말고 끝까지 읽으면 된다. 읽다가 더 넘어가지 않으면 호흡 조절을 하거나 그쳐도 좋다. 독서의 시작 단계에서 읽기 싫은데 억지로 읽게 되면 금세 질리게 된다. 뒷장을 넘기지 못하는 이유가 너무 전개가 좋아서, 문장이 좋아서라면 충분히 음미하고 숙성시켜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만 꾸준히 실천한다면 책은 생각을 확장시키고, 가지를 뻗게 한다. 무의식에 흩어져 있는 것들을 실재와 연결시켜서 무심코 지나쳤거나 새로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이 눈에 띄게 된다. 신기하리만큼 나에게 보이는 거다.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낯설게 보기’를 하라는데, 얼마나 어렵고 막연한가?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독서법을 실천한다면 일상 속 익숙한 것에서도 새로운 발견이 가능하게 된다. 필자가 글을 쓸 때 발상법은 대개 이런 과정에서 온다.

글쓰기는 그 생각을 정리하게 해주고,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말 혹은 글이라는 도구로 설명하고 전달할 수 있다면 그만큼 ‘메타인지’가 높다는 방증이다. 이 두 가지(책읽기+글쓰기)를 병행한다면 자기 고유의 경험으로부터 끌어오는 예화도 가능해진다. 그것을 문학적으로 정리하면 에세이가 되고, 취재 및 자료조사와 더불어 상상 속 허구와 결합하면 소설(극)이 된다.


결론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인간에게 ‘아는 것이 힘’인 건 불변의 진리이다. 다만 거기에서 그치는 ‘기대’만으로는 이제 부족한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다.

컴퓨터나 인공지능보다 우월한 인간의 기능 중에 하나가 ‘모르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속도’라 한다. 데이터를 다 뒤져봐야 ‘모름’을 아는 컴퓨터에 비해 인간은 ‘모른다’는 자각이 단 몇 초만에 가능하다. ‘안다’라고 착각은 할 수 있을지라도 말이다. 착각을 줄이는 학습은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고 그걸 주체성을 가지고 표현해내는 데에서 시작될 것이다.

배움을 할 때는 학습으로 완전히 내 것이 될 때야 비로소 ‘안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는 것이 힘인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만 한다. 학습하고 사유하고 연결하고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응용하거나 활용하는 것까지, 생각의 과정과 결과는 위대하다. 그러니 이를 가리켜 ‘힘’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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