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쓰기 특강이나 정규강좌를 1년 동안 저렴하게 진행한 이유는 딱 하나이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가 가장 큰 벽이었던 경험. 나는 막막하기만 한데, 막상 나름대로 배우기 시작하면 도리어 벽이 더 커 보일 뿐 여러모로 쉽지가 않았던 거다.
입장을 바꿔 보기로 했다. '글쓰기'를 해보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누군가가 역할을 해야 한다면 내가 해보면 좋겠다 싶었다. 글쓰기 강사가 된 건 2017년 4월 1일, 수강생들이 내가 준비한 강의에 비용을 지불하고 찾아온 그 날부터였다.
그때도 지금도 확고한 하나의 철학이 있다.
글쓰기 실력은 가르쳐서 향상되는 게 아니다. 개인의 감각을 기르는 것이기에 그렇다.
방향을 안내해주면 그 길을 걸어가며 길을 익히는 건 본인이다. 실천(행동)만 남아있을 뿐이다. 글쓰기 강사는 방향 안내자(길잡이)의 역할이다.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은 이미 시중에 나온 글쓰기 책의 이론처럼 무수히 많다.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글쓰기는 기술이나 기법이 아니라, 감각을 익히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럼 감각을 어떻게 익힐 것인가? 가 좋은 질문이 될 것이다. 다음은 그 질문에 이동영 작가(필자)가 내린 7가지 답이다.
첫째, 제대로 읽자.
다독, 다작, 다상량.
송나라 문인 구양수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선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고 했다.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전제’가 있는 것인데, 그건 바로 ‘제대로’이다. 무조건 많은 게 좋은 것일까? 다다익선보다는 과유불급이요, 기준이 없는 ‘많음’은 공허한 행위만 낳을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제대로 읽는가? 1년에 10000권 읽기나 속독법은 지양하는 게 좋다. 특히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요약본에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 본문을 깊이 탐구해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책을 깊은 독서만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면 책에 대한 거부감만 생기고 만다. 대안은 좋은 글을 고르는 눈을 가지는 것인데, 시간이 필요하다. 이건 투자다.
좋은 글을 고르는 눈은 '많이 보면서 자연스럽게 길러진다'는 걸 믿으면 된다. 서점에 가서 직접 펼쳐 보거나 온라인 서점에서도 반드시 ‘미리보기’할 것을 권장한다. 베스트셀러 차트나 표지와 머리말에 속지 않기를 바란다. 요즘은 후기도 조장된다. 조작이 아니라, ‘조장’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무료로 제공해주고 평을 써달라고 하니 나쁜 말(?)을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면 지름길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지식인이나 책을 많이 읽는 연예인들의 인터뷰를 참고해보라. 광고 말고 진짜 추천하는 책 말이다.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나 [채널예스]의 인터뷰를 추천한다. 그들의 추천도 비판적으로 보고 선택하길 바란다. 복수가 언급하는 책 중에 중복이 있다면 그건 선택해볼 만하다. 평론가들의 서평을 보고 그들의 통찰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다.
위의 방법으로 내게 맞는 좋은 책을 찾았다면 거듭해서 읽는 것도 좋겠다. 진정한 다독이란 같은 책을 거듭해서 보는 것도 포함이니까.
요즘 SNS에 올라와서 빠르게 소비되는 글들 중에는 좋지 않은 글들이 너무 많다. 온라인에 노출되는 기사나 칼럼이라고 해서 다 완성도 높은 훌륭한 글은 아니다. 자극 위주로만 올라오고 사실 근거나 글의 논리구조도 엉망인 경우가 많다. 구별할 수 있는 지혜, 통찰의 눈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글을 읽는 데서 길러진다. 우선 지금 내가 봐도 자극적으로 노출되는 타임라인은 내 무의식에 영향을 줄 것이므로 과감히 차단하고, 좋은 글을 좇아가도록 하자.
둘째, 리뷰하자.
책뿐만 아니라, 영화•전시•공연 등, 심지어 일상에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 황당한 상상, 내 앞의 풍경을 리뷰해보자. 대략 추려서 메모하는 습관은 리뷰의 토대가 된다. 다시 이것은 글의 영감으로 좋은 재료가 될 것이다.
모든 학습은 ‘복습’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우린 잘 알고 있다. 복습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다시 보았을 때 활용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는 형태로 기록해서 다시 보는 것이 여기에서 말하는 복습이다.
초보자가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기술•기법에 집착해선 곤란하다. 평소 습관으로 '어떻게 기록하는가'의 기본 태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 쓰는 게 어색하다면 먼저 말로 녹음해놓고 글로 옮겨 써보자.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려보는 것도 좋다. 나에게 하는 카톡창에 메모하고 태그로 그 메모에 해당하는 검색용 키워드를 달아두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리뷰에는 녹음, 메모, 블로그 포스팅과 함께 ‘수다’도 있다. 말을 하면서 정리가 되는 걸 활용하는 거다. 누군가와 말하다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고 정리가 된다. 이를 기록하고 다시 보는 것까지가 ‘리뷰’이다. 귀차니즘을 조금만 벗어나면 '기록'하는 습관에 익숙해진다. 소중함에 속아 익숙함을 잊지 말자. 소중하다고 해서 그냥 간직한다고 하면 잊거나 왜곡되기 쉽상이다. 기록하자. 리뷰하자.
셋째, 꾸준히 쓰자.
글쓰기에 있어서 가장 뻔한 말이다. 모든 자기계발에서 ‘꾸준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즉 '꾸준히 쓰자'는 말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꾸준히 쓸 수 있을까?
글쓰기 모임을 하는 방법이 있다. 관심이 있다면 직접 찾아보시길 바란다. 자신의 적극적인 열정이 있어도 꾸준함은 유지되기 어렵다. 쉽게 찾을수록 열정은 금세 식을 확률이 높다.
출판사 서평단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외부 환경적 반강제성이 있어야만 꾸준함이 발현된다면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글쓰기 정규수업을 듣는 방법도 있다. 필자가 하는 글쓰기 수업에서는 매일 글을 쓰는 미션 프로젝트가 주어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필자가 하는 글쓰기 수업은 2018년 3월,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
중요한 건 그냥 글쓰기 수업이 아니라, '매일 글쓰기를 하는 수업'을 찾으라는 것이다. 매일이 아니라도 꾸준히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의 수업이 좋겠다. 3월 10일(토) 일일특강에서 힌트를 얻는 것도 좋지만, 기분 내기용으로 90분 내외 수강하고 글쓰기의 꾸준한 실천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물론 개인으로 습관적 글쓰기를 하는 방법도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심리학과 필리피 제인 랠리 교수의 실험에 의하면, 어떤 행동이 반복되는 습관으로 형성되기까지 최소 66일의 꾸준함이 필요하다고 한다. 개인의 힘으로 꾸준함을 기르고 싶다면 ‘66일간 최소 20분 집중하여 글쓰기’를 실천하면 된다. '최소 20분'이라는 시간 역시 글쓰기 수업에서 검증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