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 할지라도 나는 만족한다. 어제저녁 엄마와 통화를 나눴고 방금 여자친구와 카톡을 나눴고 일어나자마자 냥냥-하며 인사하는 고양이를 쓰다듬고 팔을 뻗어 책을 꺼내 읽고, 강의 준비를 하고 저녁엔 일일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한이 없다는 건 만족하며 사는 내 인생을 말한다.
누구의 인생이나 꿈을 대신 살지 않는 온전한 내 인생 말이다.
나는 가난하고, 많이 실패하고, 무명인 데다 찌질함도 최고 레벨이지만, 꽃을 사랑할 줄 알고 가족을 돌아볼 줄 알고 사랑하는 사람을 웃길 줄 알고 낯선 이들의 꿈에 희망과 돌직구를 날릴 줄 아는 사람이니까.
자살도 싫고 병이나 타살은 더 싫지만,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이라면 난 편히 눈 감을 수 있겠다. 이 모든 건 나의 가족과, 나의 여자친구와, 나의 고양이와, 나의 책과, 수강생과 내 글의 독자분들 덕분이다. 행운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여한 없이 살 수 있는 비결은 ‘운’이라는 말과 ‘꾸준함’이라는 말 이외에는 할 수가 없다. 애석하게도 현실은 ‘운’이 상당한 작용을 한다. 그래야 꾸준할 추진력도 얻을 수 있다. 내가 다가간 혹은 내게 다가온 모든 ‘연’이라는 ‘운’이 이 순간의 나를 만들었다.
봄이라는 건 어쩌면 상징일지 모른다. 나는 봄의 무상을 보고 있다. 그리고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