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의 글쓰기 특강
분노는 내가 글을 쓸 때 원천이 되는 소중한 감정이다. 나에게 '분노'가 일으키는 건 수많은 질문인데, 그건 곧 (분노라는) 감정을 그 질문의 결과인 '글'로써 승화시킬 수 있다는 글쓰기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분노를 즉시 말로 표출하면 문제가 생길 공산이 크지만, 글로 표현하면 훨씬 덜하다. 퇴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퇴고를 하면서 마음이 소리치는 거다.
"침착해, 침착해"
글쓰기는 최초의 감정을 토해내는 것이 아니라, 필터링한 마음을 정리하는 작업이니까. 그 과정엔 카타르시스가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가상의 상대'를 글에 적절히 녹여내는 일이다. 너무 노골적인 상대를 두고 분노를 표출하면 독자들은 그 글에 불편함을 느낀다. 정치적 공방이 아니고서야 상대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일은 생략해도 좋다. 개인이 아니라, 그 개인으로 상징되는 (내게) 분노를 일으킨 '주제'가 주체, 곧 주어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