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동영 작가의 추천 독서법
독서법 책을 낸 저자들의 공통점이 있다.
대개는 강박(예를 들면 활자 중독 같은) 혹은 강박에 버금갈 정도로 독서를 통해 반드시 이루려는 (읽어야만 했던)목표의식이 저마다 명확했다는 것. 그건 곧 우리가 강박이 없는 상태에선 그들의 독서법을 알고도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중에 나온 독서법은 자각(自覺)을 바탕으로 한 고유의 자기 통제가 작용하지 않으면 별 소용없는 방법론에 불과하다. 거꾸로 말하자면 그러한 고유의 자기 통제가 있다면 자기만의 독서법이 만들어진단 얘기다.
'자각을 바탕으로 한
고유의 자기 통제'란 무엇인가?
자신만의 동선, 생활 패턴, 독서 스타일, 그리고 문제점을 분석하여 복기하고 개선하기 위해 '목표에 걸림돌이 되는 ‘감정, 욕망, 행동을 '통제'하여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자각은 '자신을 가치 있는 것으로써 의식하는 자의식'이다.
필자와 같은 경우 독서법은 세 가지 정도가 있다. 물론 이 방법은 필자가 작가가 되고 글쓰기 강사가 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기에 공유한다.
1. 독서모임
2. 필사
3. 훑어보고 다시 보기
필자는 일단 글을 쓰는 것엔 익숙한데, 글을 읽는 것엔 속도가 너무 느리다. 느리기 때문에 한 번 읽으면 제대로 읽기 위해 오래 걸리지만 거의 완전히 흡수한다. 처음엔 이걸 그저 고질병 난독증세라고만 생각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면 본인이 쓴 글도 잘 못 읽는 문제는 정말이지 심각했다. 이걸 고치고 통제하기 위해 내가 택한 건 독서모임이었다.
'독서모임을 할 테야!'보다는 대학에서 우연히 시작한 것을 계기로 올해로 벌써 독서모임에 참가한 지 약 10년 차가 되었다. 하다 보니 자연스레 주최•주관을 한지도 꽤 된 것이다. 지금은 [책볼래 독서모임]이라는 걸 한다. (이미 2019년 상반기는 신청이 마감되었음) 하반기 참가신청 및 알림은 아래 링크 참조(카카오톡 검색 > 이동영 작가)
한 달에 한 번 독서모임을 하면 좋은 점이 있다. 나 같이 느리거나 게으른 독서 타입의 사람조차 반 강제라도 최소 1달 1권의 책을 마스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편식하는 독서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꾀할 수 있다. 애독가들은 글쓰기를 위해서라도 1만 권 독서법이나 적게는 100권 독서법 등을 말하지만 나는 한 권을 제대로 읽는 것도 처음엔 힘겨워했던 사람이다. 단순히 내 글을 쓰는 것만 즐겼지, 남의 글을 읽는 건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할 말이 있을 때 표현할 도구가 마침 글쓰기였기 때문이었으리라.)
'빠르게 무작정 많이' 보다는 '느려도 제대로 깊이'읽게 되니 남는 게 많았다. 내 성향이 그랬던 거다. 혹 어려운 책이 선정되어도 독서모임에서 한 마디라도 하고 싶어서 눈 꾹 감고 밑줄 쳐가며 읽기에 도전했다. 누군가에게 설명할 정도로 읽기 위해선 대충 읽어선 답이 없다. 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읽은 후 누군가에게 설명해보는 것이다. 만약 이해가 가지 않거나 미처 다 읽지 못하더라도 독서모임에서 나누는 멤버들의 이야기로부터 얻는 인사이트는 굉장했다.
필자의 독서법 두 번째는 '필사'다. 필사는 책을 베끼어 옮겨 적는 행위를 말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혼자선 '자주' 하진 않는 방법이다. 그저 독서모임과 마찬가지로 '필사 모임'을 주최해서 한 번 할 때 제대로 한다. 매번 느끼지만 필사는 할 때마다 힐링이 되고(연구결과도 있음) 글 쓰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이 역시 이동영 작가의 방법론이기 때문에 적용했을 때 안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필자의 독서법 세 가지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개인 최적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고 참고하시면 좋겠다.
필자가 주최하는 필사 모임은 독서모임과 또 다르다. 필사 모임은 각자 자유롭게 책을 가져와서 그 자리에서 약 1시간 내로 묵독 겸 필사를 한다. 그다음 남은 1시간 동안 돌아가며 자신이 필사한 문장과 관련해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다. 독서모임은 공통 도서 한 권을 미리 선정해 발제자의 발제에 따라서 토론과 수다 중간 지점에서 책의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다.
필사와 독서는 본래 개인적 행위이기 때문에 모임에서 할 수 있는 '자기 생각 나누기(그래서 다양한 생각이 존중되고 서로의 자극으로 깨우쳐지는 과정이 있다)'가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는 '훑어보고 다시 보기' 독서법이 있다. 이것은 기성 작가들의 방법을 응용한 것인데, 많은 기성 작가들은 '반복 독서'를 즐겨한다. 그들이 처음엔 어떻게 읽는지 궁금해서 작가들의 인터뷰나 책에서 분석한 결과, 공통적으로는 주로 '메모하기'와 '다시 읽기'가 있었다.
메모하기는 밑줄을 그으며 자기 생각을 페이지 귀퉁이나 맨 앞 속표지 등에 적어두는 걸 말한다. 다시 읽기는 그 메모를 토대로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 보는 것이다. 좋은 책은 다시 읽었을 때 새로운 인사이트를 준다. 어린 왕자 같은 책은 언제 읽느냐에 따라서 다른 감흥을 주는 대표적인 책이다. 유시민 작가는 '잘 쓴 문장으로 된 좋은 책'으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박경리 작가님의 토지를 꼽는다. 외우지 말고 읽고 덮고 읽고 덮고만 반복해도 충분히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다시 보기'의 힌트가 있다.
하지만 좋은 책도 아닌데 개인 취향에도 안 맞고 도저히 읽히지 않는 책이라면 덮고서 다시 볼 것도 없다. 재미, 감명, 유용한 정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없다면 그 책과는 인연이 아닌 거다. 시간이 지나 새로운 상황과 경험을 기반으로 이해할 날이 올진 모르겠다. 자신이 난독증이라서 책을 못 읽는 것이라고, 혹은 끈기가 없는 거라고 함부로 자책하지 말자. 어쩌면 그 책의 번역 탓이거나 저자가 배려 없이 어렵게 쓴 탓일 수도 있으니까.
어려운 책을 먼저 정복하라는 독서법도 유행하지만, 먼저는 독서가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어 일상이 되기 위해 접근성을 높여야(장벽을 허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독서는 포기하지 말고 읽고 싶은, 땡기는 책부터 시작하길 권장한다. 쉬운 책이나 얇은 책, 청소년을 위한 고전풀이서나 그림책부터 봐도 좋다. 앞서 말했듯 책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더 좋다. 적어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이해하며 독서하기에 그렇다.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다.
번외로. 한 작가(의 여러 작품)에 '천착하기'가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셰익스피어를 읽는다'처럼 작가의 이름으로 독서 성향을 말했는데, 요즘은 이런 경우가 드물다. 이제 개별 작품이 아니라, 작가에 탐닉해 읽어 보는 건 어떨까. 물론 이 경우에도 내가 흥미가 나서 몰입하게 하는 자연스러움이 가장 좋겠다. 내가 어떤 상황인가에 따라서 '책 운명'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그건 꼭 책이 아니라 사람이거나 아니면 연극이거나 음악이거나 미술이거나 영화 등으로 찾아오기도 하니, 책이 아니라 해서 꼭 좌절하지 않아도 된다. 열독보단 즐거운 독서를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