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딸기 철이면 카페에서 딸기로 만든 신메뉴를 먹는다. 가격이 거의 설렁탕 한 그릇 값인데. 이내 그 맛에 실망하고 만다. 처음엔 왜 이렇게 싱겁냐며, 여기 음료 제조 참 못한다고, 신메뉴가 뭐 이리 맛이 없냐며 투덜거린다. 그러다 맨 마지막에 빨대를 쪽 빨았을 때, 달디단 건더기와 시럽이 쫙 가라앉아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아, 인생도 그런 것이리라. 지금 싱겁다고 해서 끝까지 싱거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언젠간 내게 달디단 인생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는 자에게 복은 온다. 그 믿음이 그 믿음이 아닐지라도. 불만은 비우고 담담하고 담대하며 담백하게 살면 그만이다. 너무 달디단 인생을 초반에 맛보면 인생이 점점 싱겁게 느껴질 것이니까,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이다.
다만 알지도 못하는 그 훗날을 위해서 싱거운 지금을 마냥 안주하며 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미련한 짓이다. 아까 카운터 옆 픽업대에서 직원이 음료를 건네주며 말했던 걸 무시했었다.
"끝까지 잘 저어 드세요"
그래, 알 수 없는 저 미래와 살고 있는 이 현재를 적절히 섞어야만 적당히 맛있는 인생이 된다고. 그저 생각 없이 말아먹지 말고 여유 있게 저어 먹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