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Feb 16. 2019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아모르파티

진짜 자기 인생을 누리는 진한 삶의 주문,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_이동영 작가

내일모레면 지구가 멸망한다고 한다. 당신은 지금 평소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고 있을까? 매우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자기 자신에게 가치 있는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물음이 아닐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런 일을 선택했다. 진행형이다. 강의하고 글 쓰고. 다행이(고양이)와 함께 있는 매일 하루가 언제 생이 끝나도 미련 없는 삶인 것이다. 주기적으로 가족이나 연인, 베프와 오롯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여기에는 우선순위가 분명하다. 또한 지금은 나에게 최고의 설렘이지만, 설렘을 좇다 보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것들이다. 나에게 사랑은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떠나보낼 수 있어야) 진정하고 온전하다는 철학이 있다. 뭐 이렇게 살다 보면 텅장의 비애로 가끔은 무너져 내리지만 죽음을 떠올린다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어떤 영화에서 보았다. 진짜 며칠 후면 지구가 멸망한다는 설정이었다. 한 교통 경찰관이 평소와 다름없이 딱지를 끊는다. 신호 위반자가 지금 지구가 멸망하는 판에 좀 봐주라고 너스레를 떨어보지만 경찰관은 단호하다. 신호 위반자는 답답해한다. 난 이 경찰관이 융통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어쩌면 진짜 자기 삶을 사는 사람이다. 이 상황에서 미련한 사람은 전전긍긍하거나 두려워서 벙커를 찾거나 갑자기 미안한 가족이나 연인을 찾거나 다 내려놓고 방탕과 쾌락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닐까?


물론 내 생각도 정답은 아니다. 생의 마지막이 조금씩 도래한다는 설정 자체가 상징하는 바를 나는 이렇게 이해했을 뿐이다. 죽음이란 게 혹여 예고되더라도 알아차릴 수 없이 찾아드는 것이라, 평소에 어떻게 사느냐가 마지막 순간 가장 의미 있고 덜 후회하는 삶이라고 말이다.


나는 진짜 내 삶을 사는 사람이다. 눈치 안 보고 살려한다. 그게 신이든 부모든 선생이든 누구든 간에 말이다. 내 인생의 주인이고 싶고 결정권자이고 싶고, 모든 기준이 되는 중심이고 싶다. 그리고 내 주변에 그런 주체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다소 이해가 안 가고 고지식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관점을 달리 보면 훌륭한 삶을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오해는 마시길. 내가 기준이 된다는 말이 예의 없게 산다거나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다.


위인전에 나오는 스토리가 가장 훌륭한 삶이라고 믿었던 어린 시절엔 그저 착하고 순종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거절할 줄도 몰랐고 스스로 결정하는 법도 서툴렀다. 툭하면 의존하려 했고 조금 튀어 보려고도 했다. 꾸미지 않아도 멋있는 사람이 되는 걸 몰랐다. 자꾸만 상처를 회피하려고 했고 현실을 직면하는 게 힘들었다. 게다가 그동안 개인의 설렘을 좇는다는 건 완벽한 준비, 대비를 하는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미련한 짓으로만 치부되지 않았나. 여전히 그게 맞다고 믿는 사람에겐 그게 정답이겠지만 나는 달리 생각한다. 이젠 해소하는 법을 알았고, 나의 우선순위를 알았으며, 미래에 저당 잡힌 삶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훌륭한 삶의 기준은 나에게 있으면 그만이다. 머리로만 안 것을 넘어 깨달아 지금을 살고 있는 것이다.


진짜 자기 삶을 누리는 건, 되고 싶은 꿈을 하고 싶은 일로 그걸 다시 하고 있는 일로 바꾸며 사는 거라고 말이다. 당신은 무얼 하고 싶은가? 그리고 무얼 하고 있는가?



http://podbbang.com/ch/1770258?e=22857112


매거진의 이전글 잘 저어 드세요, 인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