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Feb 26. 2019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이동영 e-Book 에세이 <당신에겐 당신이 있다> 중에서


'네가 자전거를 좋아한다면 기꺼이 감당하고 싶어 해야 한다'는 엄마의 말씀이었다. 그건 능력을 시험하고 재단하기보다 자발성을 심어주고자 한 지혜의 한마디였다.  


어린 시절, 나는 너무 갖고 싶던 자전거를 형으로부터 물려받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신나게 동네를 달리고 오면 매번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나보다 몸집이 큰 자전거라 마당에 쉽게 들여놓질 못한 것이다.


나는 대문 문턱에서 한참을 낑낑댔다. 내 소리에 마당으로 나오신 엄마. 나는 다급히 SOS를 쳤지만, 곧바로 도와주던 형과 아빠와는 다르게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너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면 그 주인이 될 수 없다'라고.


맞다. 성인이 되고 보니 이 말은 서운한 말이 아니라 진리에 가까운 말이었다. 돈도 그렇고 집도 그렇다. 사랑도 그렇고 삶도 그렇다.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은 곧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 사는 주체적인 삶, 다시 말해 진정 감당하고 싶은 일인가를 물어가며 계속 홀로 도전하는 삶을 가리켰다.



매거진의 이전글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아모르파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