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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Jul 05. 2019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를 만든 행운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누구나 다 잘 될까?

이 책과 필자는 현재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
책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중

평생 남의 장단에 맞추며 살다가 치매 위험 판정을 받은 #박막례 할머니. 손녀 유라 씨가 '이대로 할머니를 보낼 수 없다'라고 생각했고, 박막례 할머니는 '이대로 죽을 순 없다'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손녀 유라씨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할머니의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주변에서 쉽게 보는 70대 할머니 한 분의 쉽게 못 보는 무한 도전기로 유튜브를 찍은 것이다. '나이'답지 않고 '나답게'사는 할머니의 삶에 세상은 찬사를 보냈다. 결국 박막례 할머니는 유튜브 본사도 인정한 최고의 유튜버가 되기에 이른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주체성을 '잃고, 잊은' 젊은 우리에게까지 짜릿한 해방감을 안겨준다. 얼마 전 '할담비 신드롬'이 이벤트처럼 지나갔다면 박막례 할머니는 이야기가 있는 에피소드형이기에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결과인 만큼 박막례 할머니 조차 "눈치 보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하고 던지는 충고는 자칫 위험하게 들리기도 한다. 말할 자격은 충분하지만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유튜버로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행운'이 정말 많이 따랐기 때문이다.

일례로 다른 할머니와 손녀의 유튜브는 박막례 할머니가 선점한 유튜브 인기를 뛰어넘기 어려울 것이다. 자기 삶 안에서 주체적으로 캐릭터를 찾아 스토리텔링, 스토리두잉을 크리에이팅 한다는 건 무한 도전이 아니라, 무모한 도전만 남길지 모를 일이 아닌가. 물론 그러한 삶도 의미는 있지만, 하나의 반열에 오르는 건 여러 가지 운도 반드시 따라줘야 한다는 말이다. 다른 할머니가 똑같이 눈치 보지 않고 유튜브를 신나게 찍는다 한들, 그 한계는 박막례 할머니의 행운에 상대적 박탈감으로 남을지 모를 일이다.


박막례 할머니와 손녀 김유라 (출처: 김유라 인스타그램)

박막례 할머니의 행운이란 센스 있는 크리에이터 손녀라는 '사람'이, 유튜브라는 영상 (미디어) '매체'가, 거기에 요즘 '시대'라는 행운이 딱딱 맞아떨어진 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의 비용도 있어야겠고, 기획 및 편집 능력도 있어야겠고, 손녀와의 케미(관계)도 큰 몫을 차지한다. 손녀의 동기부여와 할머니 특유의 독특한 용기(성향)는 물론 건강도 한 몫했다. 영상이 퍼진 SNS와 이를 주목해 이슈화하는 언론까지 붙으니 금상첨화다. 훗날 대대손손 남아 전해질 영상에 책까지 나왔으니 이젠 역사가 되는 중이다.

시대에서 가장 오래된 사람이 트렌드가 된 것은 그의 캐릭터가 그대로 반영된 것과 더불어 그 캐릭터를 원하는 시대상과 맞물렸기에 가능했다. 그게 '최초'의 시도였기에 '최고'의 자리에도 오를 수 있던 것. 어쩌면 '이만큼이나 뜬 최초' 할머니 유튜버(캐릭터)가 아닐까.

처음엔 뷰티, 그다음은 패션으로 박막례 할머니 콘텐츠가 퍼졌다.


>> 역대 최고 조회수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영상

간장 비빔국수

맥도날드 매장의 키오스크(터치 스크린)이용기는 많은 인사이트를 남겼다

어르신 욕쟁이 할머니 + 주체성을 되찾은 이상적 현대인상의 오묘한 조화. 이건 가히 인문학적 상상력의 산물이라 말해도 좋겠다.


이 모든 건 '인생'이란 게 뭐 별 거 없다. 나를 나답게 만들자! 하는 교훈과 재미, 카타르시스를 우리에게 안겨준다. 그러나 수많은 시청자와 독자인 '나'들은 '대리만족'에 희열감을 느낄 뿐 이내 현타를 느끼며 현실에 안주하게 되지 않는가. 저런 멋진 충고의 말을 하는 것도 이젠 박막례 할머니란 캐릭터의 '시대적 역할'처럼 보인다. 나도 박막례 할머니의 현재 인생관을 일찌감치 깨달아 내 끌리는 대로 살고는 있지만, 부모님과 친구, SNS, 콘텐츠 크리에이팅, 퍼스널 브랜딩 능력이 꾸준함에 보태어지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의 저 '명언'은 그렇게 사는 사람들 + 행운이 있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명언'이다. 진보언론인 #김어준 역시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 정권교체라는 행운과 맞물려 양지에서 빛을 볼 수 있었다. 음지(?)에서는 이미 최고였지만, 지금은 지상파 통합 라디오 전체 1위 방송 진행자가 되었다. 박막례 할머니 명언과 똑 닮은 이 명언을 진작에 남기면서.


있는 그대로 드러내세요.
그걸 알아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당신의 매력을 퍼뜨릴 거야


나도 여기에 덧붙일 말이 있다. 행운은 조금 '늦더라도' 기꺼이 부딪치는 사람에게 따르는 법이라고. 박막례 할머니와 내 삶을 비춰보며 자신 있게 말한다. "망설이는 자, 그 삶을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자꾸만 무모하게 도전하고 실패도 해보는 사람이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글_#이동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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