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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y 09. 2020

오르지 못할 나무

당당히 오르거나 오르지 않거나 정말로 어쩔 수 없거나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는 속담이 있다. 잘 아는 것처럼 자기 능력이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에 대해 처음부터 욕심조차 갖지 말란 소리다. 그런데 난 조금 달리 생각해보기로 했다.

어쩌면 내가 바라보는 저 나무가 내 능력 부족 때문에 오르지 못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말이다.

저 나무가 속이 썩어서 약해빠진 탓에 '오르지 못할 나무'일 수도 있고, 나무는 가만히 있는데 하필 비가 억수로 쏟아지거나 태풍이 불어서 '오르지 못할 나무'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내 능력을 객관화하되, 저 나무가 '왜' 오르지 못할 나무인지 판단하는 게 선행돼야 할 일이다. 냉정하게 내 능력을 키우고, 결핍을 인정하며, 동시에 내가 바라보는 목표가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도 심중히 고려해봐야 한다.

또한 오르지 '않는' 나무와 '못하는' 나무는 다르다. 오르지 못할 나무가 많다는 건 그게 어떤 이유에서건 매력이 떨어진다. 오를 수 있는데 오르지 않는 나무가 더 많거나 오르고 싶은 나무가 있다면 당당히 오를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이다. 뭐든 내 탓으로 보는 것 역시 낮은 자존감의 발로이자 합리화였는지 모른다고. 남 탓과 환경 탓을 할 때는 해야 한다. 다만 그것이 단순한 위로여선 곤란하다. 도무지 나 스스로 개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를 아프게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자존감이나 주체성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착각하지 않도록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매일의 미션이자 평생의 미션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삶이라면, 우리는 그 방향을 따라야 한다. 그랬을 때 행운도 저절로 따르게 되어 있다.

난 나와 당신의 시작이 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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