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영 글쓰기 Dec 16. 2021

인간관계 tip)'연락처'를 정리할 시즌이 돌아왔다

2022년, 인간관계만큼은 미니멀리스트로.

연말이다. 새로운 해가 새삼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캐럴도 들려오는데 크리스마스 연휴나 연말을 홀로 보내야 한다니! 하며 코로나 방역수칙에 따른 연말 술 모임을 고대하는 이가 많을 줄로 안다.


근데 난 아니다(단호).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가족과 함께'가 늘 철칙이다. (연애를 할 때는 예외이긴 했지만.)

나는 딱 요맘때쯤이면 연례행사처럼 개인의 루틴으로 삼는 일이 있다. 바로 '연락처 정리'다.


내 휴대폰 전화번호부에는 실제로 수백 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 하지만 그중에 세 손가락 안에 뽑을 유일한 베프들에게도 연 2~3회 화를 하면 정말 많이 하는 셈이다.(만남이 아니라 전화연락) 한 해에 연락을 주고받는 이가 소수정예라서 전화번호쯤은 외워도 될 정도다.


연락처 리스트에 나머지는 다 강의 관련해서 수강생이나 강의 섭외 담당자, 출판사 관계자 분들이라 특별하지 않으면 연락할 일이 거의 없다. 수강생 분들 중에는 작년과 올해 책을 출간한 이들이 꽤 되었는데, 인스타그램이나 예전 수업 함께 들은 기수들이 있는 오픈 채팅방(단톡방)에서 소식을 듣는 게 전부다. 그러니 수강생들 연락처는 지워도 무관하다.(지금 이시각 기준으로 모든 오픈채팅방도 정리완료했다) 


독서모임이나 글쓰기 강의를 할 적에도 뒤풀이는 열 번 중에 한 번 할까 말까였다. 가뜩이나 코로나 시국 이젠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 Zoom으로조차 만나지 않는 이들이다.


그들이 내게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가 아니다. 다 소중한 인연들이다. 근데 연락을 하고 사는 것과는 또 별개인 문제가 아닌가. 내 성향이 그렇기도 하지만, 전화나 카톡 연락 등을 먼저 하는 법은 거의 없다. 연락이 오더라도 거의 강의 중이나 집필 중이라서 그다. 주로 못 받거나 잠을 자고 있어서 방해금지 모드로 해놓아 안 받는 편이다.

 

심지어 글쓰기 강의를 하기 전(약 8년 전쯤)엔 내 휴대폰 번호는 해마다 010 빼고 싹 다 바꾸는 일이 요맘때의 내 나름 이벤트였을 정도니까. 내가 누구와 따로 연락을 하거나 인맥 관리를 한다는 명분으로 인사치레를 하는 법은 거의 없다.

하고 싶어도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못하는 것도 있다.  김종민 사례처럼 말이다.

그나마 브런치, 인스타그램, 블로그의 댓글이나 메시지, 좋아요로 서로 생존(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정도다. 이렇게 살면 불편하거나 외롭지는 않으냐고? 맞다. 불편하고 외롭다. 그리고 그게 정상이라 나는 생각한다.


자연스러운 인생의 디폴트 감정이라 생각하며 살아가는 거다. 불편하고 외로운 감정은 이제 워낙 익숙해진 터라 오히려 누군가와 연락을 따로 취하는 일이 더 낯설고 번거롭게 느껴지는 경지에 이르렀다.


난 누구와 함께 밥을 먹거나 술을 한 잔 하는 것도 원래 잘하는 법이 없었던 편이지만, 코로나 시국은 내가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게 전 국민의 생활패턴이라서 상대적으론 능숙하게 지난 2년을 지내왔다고 자평해본다.


그렇다고 굳이 여기서 내가 '저는 글쓰기와 결혼했어요'따위의 드립을 치고 싶진 않다. 책을 읽는 거나 글을 쓰는 것, 강의를 하는 것, 팟캐스트나 오디오북(성우 버전 x 전자책 음성 재생)을 듣는 것, 유튜브를 보고 들으며 만 보 이상 매일 걷는 것 등은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일상이었으니까.


때문에, 아주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전부터 인간에게 피로감을 느끼는 일상으로부터 자유로운 걸 지향하던 내 생활패턴이 코로나 시국 누구나 지켜야 한다는 당위성자연스럽게 올라타게 되어 오히려 숨통이 트였다고나 할까.

관계로부터의 해방이 곧 개인으로서 자유를 만끽하게 한다

코로나 시국이란 안개가 빨리 걷히기만을 바라지만-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 현실에서, 나는 억지 인연을 맺고 억지 만남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점에 차라리 안도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다 내치는 좌뉜한~ 남좌는 아니다. '세상을 왕따 시킬 거야'하는 호기로움도 아니다. 가볍게 '인간관계 미니멀리즘'이라고 하면 좋겠다. 연락해도 되는 여지를 남기는 사람이 있고, 원천 차단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이런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헤어질 때 괜히 만났다 하고 공허한가? O X

이 사람과 대화를 하면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가? O X

=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기꺼이 시간을 낭비해도 서로의 일상에 해가 되지 않는 사람인가?

이 사람과 대화를 하고 나면 상처 받는 말이 헛헛하게 남는가? O X

이 사람과 시간을 또 함께 하는 것은 내가 책 읽고 글 쓰고 강의하는 시간을 비울만큼 가치 있는가? O X

대화의 태도와 수준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심각하게 반복되는가? O X

매사에 유연하고 감사할 줄 알며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는가? O X

나와 좋은 추억이 있는가? O X

내 글을 읽는 사람인가? O X

내 책을 사준 사람인가? O X

내 SNS(혹은 글쓰기 플랫폼)를 통해서라도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사람인가? O X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O X

서로의 부모님도 존재를 알 정도로 가까운 사람인가? O X

그리하여 이번 시즌에도 많은 탈락자들이 나왔다. (모든 항목이 다 맞는 사람은 없다)

얼마 전에는 매일처럼 대화를 나누다시피 하던 오디오 SNS에서도 탈퇴를 했다. 반 년동안 몇 천 명의 팔로워들이 있었지만 다 위의 기준으로 하면 99% 탈락자들이었기에 더 이상은 내 시간을 쏟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내가 시간을 기꺼이 내어도 좋을 사람들과의 소중한 관계를 지키며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관계는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인연은 어떻게든 다시 서로를 찾게 된다. 남의 덕을 보려는 마음만 내려놓으면 인맥의 압박으로부터는 자유로워진다. 개인의 이기심으로 인맥에 연연할 일이 아니라, 그 시간에 내 실력을 키우라는 JYP 박진영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이 글을 마친다.


https://linktr.ee/leedongyoung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책은 너무 뻔할 때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