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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Dec 23. 2021

글쓰기와 강의의 특장점

글쓰기 강사 9년 차(2022년)가 되는 이동영 작가의 생각

저는 작가이고, 강사입니다. 이 직업의 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100점이죠. 다시 직장에 들어가고픈 생각이나 창업을 하겠다는 건 지금 기준에선 상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

글쓰기와 강의의 장점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만족하는 걸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제 친구의 경우엔 작가와 강사로서 역량이 충분한대도 다른 직업을 선택해서 매우 만족한 삶을 살고 있거든요. 강사 해본 적도 있었는데, 심지어 잘했는데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저는 반대로 그 친구의 직업을 갖는다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만 같습니다. 그 친구의 회사는 첫 글자만 말해도 전 세계 사람들이 거의 다 알만한 글로벌 기업인데도 말이죠.


개인적인 만족이란 점을 분명히 해두고, 제 생각을 적어보겠습니다.


글쓰기와 강의의 가장 큰 장점, 평소엔 들어주지 않을 내 진솔(진지)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내어 들어준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자기 말을 전달하는데 충분히 해소가 되는 사람들은 굳이 글쓰기 욕망이 생기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노래나 그림이나 영상이나 말 등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충족이 되니까 굳이 글쓰기까하고 싶진 않는 거죠.(절실한 동기가 없음) 남들 앞에 서는 강의도 비슷한 경우겠고요.


집중받는 곳에서 내가 중심이 되어도 그것이 이기적인 게 아닌 것으로 인식되어지는 플랫폼. 그것이 강의를 하는 마이크 앞이고, 카메라 앞이며, 글을 올리는 블로그나 브런치와 같은 창구입니다.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일일특강) 중인 이동영 강사

글쓰기와 강의 스피치(강의하는 행위)를 찾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존재와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인데요. 문제는 자기 말을 들어줄 이가 없을 때 발생합니다. 혹은 들어줄 이를 굳이 찾아가는 성향이 아닌 사람도 그렇겠죠.


먼저 찾아오는 사람이 있는 블로그나 브런치, 책과 같은 열린(접근성 좋은) 플랫폼에 올려놓는다고 하면 내가 할 일은 글을 올리는 것 말고는 없으니까요. 강의도 내가 혼잣말을 하는 게 아니라, '강의'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서 하게 되면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거의 다르게 받아들이거든요.


확신과 감정, 맥락과 표현으로 이루어진 개인의 이야기를 공적인 차원에서 차분히 들어주는 독자를 확보하는 도구로써 글쓰기와 강의 스피치를 찾는 경우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평소에 전달을 많이 하면서도 그것을 정제하여 정리한 후 박제된 기록으로 남겨 두고두고 독자로 하여금 읽히도록 하는 도구로써 찾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란 도구를 영상으로만 바꾸고 강의 스피치를 하면 블로그나 브런치에서 유튜브 플랫폼으로 넘어가게 되겠죠.

쉽게 말해, 관종일수록 할 말이 많을수록 소심하고 예민할수록 질문이 많을수록 혼자인 시간이 많을수록 개인은 글쓰기와 강의 스피치를 찾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와 강의는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거든요. 수준이 드러나고, 스토리가 드러나고, 커리어가 드러납니다.


그 자격을 갖추려면 스스로 인정받을 만큼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되고, 지속 가능하려면 자기 계발을 멈추면 안 되거든요. 레퍼토리가 있다 해도 늘 똑같은 말만 하는 건 인공지능이 훗날 대체할 수 있으니 인간으로서는 거듭나야 합니다. 인기를 끌만한 고유한 스타일도 있어야 하겠고요. 이건 단순히 자기 계발이 아니라 자기 혁명에 가깝죠. 나를 깨달아 아는 과정이 없다면 나를 바꾸는 것도 어려운 일일 겁니다.


저는 외로울 땐 일차적으로 글을 씁니다. 기대한 반응이 없을 땐 이차로 넘어가죠. 강의를 합니다. 강의 섭외가 안 들어오면 유튜브라도 찍으면 되거든요. 라방(라이브 방송) 켜면 되고요.  아 물론 글을 쓸 때마다 대단하고 특별한 반응을 기대하는 건 아닙니다.

글을 쓰면서 외로움이 해소되기 때문에 글을 쓴 다음엔 대개 홀가분한 상태죠. 아주 가끔 '어? 이 정도 글이면 반응 괜찮겠는데? 이런 반응 정도는 오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올 때가 있는데요. 10년 넘게 글을 쓰면서 오는 촉입니다. 그게 똥촉일 때도 더러 있죠.


그럼 반응이 없다는데 실망을 하는 게 아니라, 그걸 기대한 나 자신에게 실망하게 됩니다. 나름 꾸준히 글쓰기를 해왔는데 촉이 틀리면 당황합니다. 그땐 글을 또 쓰는 게 살짝 무력해져서 '강의'를 결심하게 되지요.


마침 섭외가 들어오고 그게 백만 원 단위의 한두 시간 일일특강이면 미치도록 설렙니다. 이 표현이 고루하거나 오버스럽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정말 미치도록 설렙니다. 준비과정에서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게 '느껴질' 정도로 설렙니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15% 나는 또 잘하고 말겠지? 60% 에 나머지 25%는 '이렇게 하면 이때 빵 터지겠다(반응이 좋겠다)'와 같은 자료와 드립 연구에 몰두합니다. '나는 진짜 천상 작가와 강사의 기질을 타고난 게 아닐까' 할 정도로 글을 쓸 때와 강의할 때 제일 신납니다. 이 개인적 쾌락이 마치 오르가슴에 가깝다면 뒤에 오는 보상(높은 조회수, 긍정 피드백, 만족스러운 강사료, 만족스러운 인세 정산 등)은 멀티 오르가슴의 순간을 만끽하도록 돕는 정도입니다.


만약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평생 살 수만 있다면? 저는 지금처럼 글쓰기와 강의를 하며 죽을 때까지 살고 싶습니다. 현실이 꼭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먹고 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는데, 제가 스스로 일을 만드는 편입니다. 두 가지로 요약하자면 하나는 제가 워낙 게으른 작가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워낙 까다로운 강사이기 때문인데요.


강의의 경우 작년부터는 이것저것 따지는 게 많아서 섭외로 들어오는 강의를 70% 정도는 거절하는 편입니다.

강사료가 높더라도 섭외 담당자가 내(강사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주느냐, 수강생이 얼마나 적극적인 자발성을 가지고 참여하느냐(사전 질문과 참여율로 파악), 내가 실수를 하지 않느냐(실수는 거의 없지만 은근 완벽주의다 보니...) 등을 따집니다.


깐깐하죠. 2022년 부로 9년 차 강사가 되었으니 이 정도는 재도 될 짬밥이라 생각합니다. 10년, 20년이 지나면 그럴 일도 자연스레 줄어들 테니 지금은 몽니를 좀 부려도 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재능기부는 제가 70~80세 정도 되면 해볼 생각입니다. 지금은 강사료를 적당히 안 주면 단칼에 거절합니다.

몸값은 올려놓았는데 반비례로 횟수를 많이 줄여놓았습니다. 지금의 몸값으로는 한 달에 3회 정도만 해도 전에 다니던 직장보다 나은 수준입니다. 아, 글쓰기로는 아직 돈을 거의 못 벌었습니다. 제가 강의를 하는 이유가 수강생의 긍정적 변화, 존재의 다행함을 느끼며 선한 영향을 끼칠 때 오는 카타르시스 등 강의가 좋아서도 맞지만 근원적 계기는 글쓰기를 맘 놓고 하기 위한 생계 기반 마련 목적이거든요. 강의로 돈을 벌고 글쓰기는 일상에서 즐기고 싶은데, 현실은 강의를 글쓰기보다 더 완벽 지향으로 하다 보니 인생이 피곤합니다. 하하.


멈추지 않는다면 좋은 날이 오겠죠 뭐. 아직은 젊으니까 행복하면 장땡. 버틸 여력이 있을 때 몸값과 효율을 높여놓아야죠. 또 제 장점이 강의하기 전까지는 무지 따지지만 막상 강의를 할 땐 몰입도 100%입니다. 예전에 윤여정 배우가 하기 전에는 투덜거리고 따지지만 작품 시작하면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고 하던데 그 성향과 거의 일치한다고 보면 됩니다.

도교육청 주최 고등학생 글쓰기 워크숍 강의 중인 이동영 작가(21년 12월)

무엇보다도 글을 써서 올렸을 때나 강의를 할 때 제 감정 상태는 빡빡한 현실을 잊습니다. '정말 감사하다! 내가 살아있구나,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하는 느낌의 반복으로 최고조에 올라가 있죠.


만약 어제 강의처럼 강의가 다 끝나고 내 책을 들고 사인 받겠다고 줄을 기다랗게 서 있는 생들을 보노라면, 강의 중간에도 서로 손을 들고 참여하려는 수강생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그야말로 황홀합니다. 내가 쓸모가 있음을 느끼는 순간은 모든 시름을 씻어주는 느낌, 마치 신으로부터 죄 사함을 받은 느낌이 듭니다.

더 좋은 점이 있습니다. 글은 쓸수록 실력이 늘고, 강의는 할수록 배움이 는다는 점. 누군가에게 내 생각과 지식 등을 전달하려면 내가 배우고 깨닫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거든요. 저는 나이 먹는 건 막을 수 없어도 정신이 늙는 건 글쓰기와 강의로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면 늙지 않습니다.  


저는 이 글을 보는 모든 분이 다 글쓰기와 강의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런 선택도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글쓰기를 취미로 치부하지 마시고, 작가들만 하는 거라 생각지도 마시고, 강의 역시 어떤 대단한 커리어가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바로 당신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거 아세요? 이번 달부터 시작하고 새해가 밝으면 2년 차라는 거.


강연·방송 섭외: 010-8687-3335(문자 섭외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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