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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May 05. 2022

내가 좌우명대로 산다면 바꿔야 하는 것들

한 번쯤 생각해보셨나요?

혹시 이 글을 읽는 작가 or 구독자님의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아래 댓글로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공개 선언을 하면 무언가를 해낼 확률 훨씬 더 높아진다고 하잖아.


제 좌우명을 먼저 밝혀볼까요. 브런치에도 몇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삶을 살자


제가 살아가며 '늘 지향하고자 하는' 좌우명이죠. 지향하는-이 아니라, 지향하고자 하는-이라고 늘여 뺀 것은 의도가 있어요. 이 방향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어 여전 희망사항이라는 말입니다.


제가 희망하는 이 좌우명이 탄생한 '기'랄까요, 영감을 받았던 결정적 계기가 있습니다. 언젠가 가까운 이의 죽음을 목도했을 때, 장례식장에서 역설적인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거든요.


내가 살아있구나!


이내 현실은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나 역시 언젠간 죽겠구나. 그건 갑작스러운 사고일 수도 있고, 예견된 무엇 혹은 자연사일 수도 있겠죠.


그때 여한이 없는 삶, 후회보다는 복기하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삶. 마지막 순간엔 위트 있는 한마디 남기고 내 곁을 지키는 이의 유쾌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홀연히 떠나는 삶, 묘비를 세우기라도 한다면 날 찾아온 사람이 잠시라도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삶. 그보다 궁극적으로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삶, 언제든 떠나도 좋은 삶을 매일 살아내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꼭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당장 어디론가 이사를 가거나 여행을 떠날 때 짐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저는 맥시멀리스트에 가까운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미니멀한 삶으로 빠른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제가 설정한 위 좌우명대로 산다면 바꿔야 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수시로 생각합니다. 평소 생각하는 대로 살지를 않고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큰 문제이지, 생각이 없는 건 아니거든요. 수시로 생각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단 사놓은 책부터 처리하자.

- 집 안에 옷보다 책이 압도적으로 더 많습니다. 정확히 세보진 않았지만 대략 1,200권 가까이 있다고 예상해봅니다. 전자책까지 합한다면 만 권은 훌쩍 넘고요. 집 안에 꽂혀있거나 쌓여있는 종이책만 보면 그렇다는 겁니다.


제가 책이 많다고 하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오! 역시, 작가님이세요."


부끄럽지만 1,200권 중에 '제대로' 읽은 책은 200여 권이나 되려나요. 그마저 내용을 설명할 수 있는 책은 100권도 안 될 겁니다.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이 많아 그나마 기억이 남는 책들이 그 정도 되는 거죠.

뭐, 제가 책을 읽는 습관이 소설을 제외하곤 거의 발췌독(필요한 부분이나 영감, 인용문을 얻기 위해 읽는 독서법)이다 보니 책의 모든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저에겐 그리 중요한 건 아니긴 합니다.

그렇습니다. 언제든 떠나도 좋은 삶이 좌우명인데 이 책들은 다 어떻게 하나요. 중고 책방에 다 내다팔기라도 하면 몇 십만 원은 족히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거의 다 '새 거'니까요. 그러나 저는 팔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좌우명을 지키려면 이걸 바꿔야 하는데 제일 바꾸기 어려운 거죠.

(좌) 정재승 교수의 책으로 가득한 집(출처=행복이가득한집) / (중)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파이아키아(출처=위즈덤하우스) (우) 김정운 교수의 여수 작업실 서재
상단 커버이미지 역시 정재승 교수님의 집(책이 2만여 권이라 함)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나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 이동진 영화평론가처럼 멋진 서재가 있는 집이나 작업실, 별채 등을 가지면 좀 달라질 순 있겠습니다. 훗날 내가 생을 마치면 대대손손 물려주거나 도서관처럼 운영하면 좋겠지만. 아직 저에게 그런 상상은 꿈 같은 목표이자 방향성을 수시로 일러주지표입니다.


예로 든 들은 책을 많이 소유한 만큼 독서한 값으로 돈을 또 버는 지식인들이니 제 훌륭한 롤모델입니다. 저는 저만한 경지에(절반 이상이라도) 오르기 위해 10년 정도는 바라보고 있습니다.


근데 의아할 겁니다. 그냥 책들을 전부 내다 팔 거나 일부라도 기부하거나 선물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가끔 댓글로 "저한테 보내 주세요" 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럴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있는 책을 처리하려거든 저에겐 읽어야 하는 미션이 남을 테니까요. 만약 누구에게 선물하거나 내다 팔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천 권을 사모으지도 않았을 겁니다.

저는 책을 지저분하게 읽는 걸 좋아하다 보니 도서관에서 대여하는 걸 선호하지 않습니다. 책 끝을 접지도 못하고 밑줄도 못 긋고 메모도 못하는 도서관 책은 거의 빌리는 일이 없습니다. 구하지 못하는 책이 도서관에 있을 때나 급하게 빌려야 할 때를 제외하곤 신용카드를 긁어서라도 소장하는 편이 속 편하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이런 상상을 합니다. 내가 죽는 이유와 내가 죽는 날짜 중 하나를 알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죽는 이유를 알고 대비하는 것이 어쩌면 더 현명한 결정일지 모르겠으나 저는 죽는 날짜를 알고서 책을 미친 듯이 읽어 재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어쪽인가요. 밸런스 게임처럼 굳이 하나를 고른다면요.


저는 어서 좌우명을 바꾸거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거나 해야겠네요. 이렇게 쭉 쓰고 나니 제 상태가 제가 봐도 심각하긴 합니다. 역시 글로 써봐야 겨우 객관화가 되는 것 같군요.

2) 사랑하자. 여한 없이.

후회 없는 삶이 가능할까요? 후회하지 않는 삶은 가능하나 후회가 없을 순 없습니다. 그러니 덜 후회하는 삶 정도로 조율하겠습니다. 언제 떠나도 미련을 남기지 않을 여한 없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큰 미션 중 하나가 있는데요.

바로 '사랑'입니다.


20대에 했던 사랑을 돌아보면 순수 그 자체였습니다.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심장이 뛰는 대로 정말 오롯이 사랑했습니다. 완전하진 못했지만 온전하긴 했었다고 자평합니다. 부족해서 서로가 어떻게 서로를 채워줄 것인가를 안타까워하며 하며 완벽하지 못해서 더 애틋했죠.


지금은 어떠한가. 나 자신부터 사랑하고 있긴 한가. 내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얼마나 사랑을 베풀고 있는가. 떳떳할 만큼인가. 당장 오늘 밤 죽는다면 난 여한 없이 떠날 수 있을 것인가?


아니요- 라는 답이 내려지는 것이 스스로 안타깝습니다. 질문 꼬리를 물어 던져보니 좌우명대로 전혀 살지 못하고 있네요. 나를 지우고서 타인을 위해 살아보기도 하고, 세상을 향해서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보여주기도 하려면 사랑이 전부일 텐데 말이죠. 나머지는 조각일 뿐, 사랑보다 위대한 건 없을 겁니다.


그게 올바른 방향으로만 나아간다면 말이죠.

그래서 목숨 바쳐 불길 속 구조작업을 하는 소방관이나 과거 나라를 지킨 독립투사, 지금도 전쟁터에서 시간과 몸을 바쳐 평화를 위해 싸우며 국민을 지키는 군인들이 존경받아 마땅한 것처럼요.


너무 거창할 것 없이 외부세계를 향한 사명이 있다면 내가 하는 일이 평생에 유의미하게 남아 죽어서도 기려질 것입니다.


삶에 희망을 주거나 영감 혹은 유희를 제공하는 아티스트들도 그런 분들 못지않게 소중한 삶을 살고 후대에 많은 걸 남기죠. 저는 이 모든 것을 '사랑'이라고 통칭하고 싶습니다. 의사나 군인이 아니라도 말입니다. 음악으로도 문학으로도 미술로도 예능으로도 누군가를 살릴 수 있습니다. 스포츠 선수를 보며 희망을 얻어 하루를 더 살아내는 사람들도 많죠.


이 모든 게 사랑입니다. 저는 과연 사랑을 하고 있는 걸까요. 글 쓰고 강의하는 것이 하나의 사명처럼 제 삶에 스며들었습니다. 매일 여한 없이 유언처럼 글을 쓰고 분신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강의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만 같습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독자를 사랑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모든 일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삶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오늘도 다짐합니다.


또 하루를 염치없이 머물러 살아냅니다.


https://linktr.ee/leedong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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