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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Aug 01. 2022

책은 꼭 '완독'해야만 할까?(이어령 독서법 추천)

글쓰기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서 책을 읽고는 싶은데, 독서가 어렵다면?!

나는 고 이어령 선생님의 말과 글을 좋아한다. 아니 가끔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였을까. 선생님의 라이프 스타일을 진심으로 존경(Respect)했고, 지금도 여전다.


1933년 생이었지만 살아생전까지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감성을 당신의 일상에서 재현했던 비범한 분. 디지털 동기화 시스템을 거의 완벽하게 구축해 집필실에서 꾸준히 글쓰기를 한 일화는 유명하다.

책 ≪지의 최전선≫중 이어령 선생님은 Computer Aided Thinking(CAT)이라고 컴퓨터를 애칭했다.

병을 앓고 나서 도리어 하고 싶은 일에 더 매진하며 눈감을 순간까지 말과 글로 지식과 지혜를 공유했던 삶의 태도. 30대 건강한 육신에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던 내 모습을 퍽 부끄럽게 했다.


웬만한 MZ세대보다도 더 트렌디한 감각을 유지하고 발휘하신 분. 매번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으로 탁월한 이력을 쌓아온 분. 시대의 지성, 석학을 뛰어넘은 시대의 어른으로서 더 오래오래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어령 선생님의 한 인터뷰와 글에서 밝힌 독특한 독서법은 내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모든 책을 완독할 필요는 없다'는 지론이었다.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법전도 아닌데. 나는 훌훌 넘겨 자유롭게 펼친 페이지에서 우연히 만난 한 줄의 문장에서도 풍성한 영감을 얻는다."는 취지로 말씀을 하실 때 내가 받은 감명의 여운은 매우 깊었다. 물론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수없이 완독해온 그의 독서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짐작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했지만.


서사가 주요한 소설과 같은 책을 제외하고 인문 실용서를 읽을 때는 더욱 이 독서법이 빛을 발한다. 글쓰기와 스피치를 더 잘하고 싶은 분들께도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로서 자신 있게 권장하고픈 독서법이다.(이어령 선생님의 이 독서법 인터뷰를 보기 전부터 나는 내심 부끄러워 하며 발췌독을 즐겨한 바 있다. 그래서 유독 선생님께 격려를 받은 느낌이 들었나 보다.)


글쓰기든 말하기든 중요한 순간에 임팩트 있는 한 두 문장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많은 상황을 달라지게 만든다. 이럴 때 이어령 선생님이 남겨주신 독서법을 활용해보길 권장하는 거다.

누가누가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냐는, 누가누가 더 많은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고 시의적절하게 자신의 언어로 바꿔 구사해낼 수 있는가로 상통한다. 나 이동영 강사는 이를 글쓰기 강의에서 이렇게 역설한다.


이 주문을 수시로 외우세요. 무의식에 저장될 때까지.

아, 이거 써먹어야겠다

써먹는다는 말이 살짝 저렴해 보일지 모르겠다. 일부러 그런 거다. 날것같이 저렴한 표현일수록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 '써먹는다'는 건 곧 활용한다는 말이고, 다시 말해 '내 언어로 바꾸어 구사한다'는 말이다.

시의적절하게 구사해낼 만큼 풍부한 표현력은 곧 순발력 있는 연상의 탁월함이고, 그것의 기반이 되는 건 수집하고 정리하며 저장해두는 습관이다.


세상엔 완독을 해야 하는 책도 있는가 하면, 반드시 완독하지 않아도 인사이트를 얻는다면 충분한 책 역시 많이 있다. 책 속에서 얻은 그 맥락(콘텍스트)을 나름의 내 것으로 가져올 수 있는 한 두 문장(혹은 문단이나 페이지, 챕터)이라면 충분하다.


누군가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그건 '인용'을 잘했을 확률이 높다. 비유나 인용이 순간적으로 탁월한 사람에게 우리는 감탄한다. 이런 역량을 높이기 위한 독서법으로 꼭 '완독'이 아니어도 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완독의 압박 때문에 책에 대한 접근성을 스스로 낮추며 살았다면, 단 한 챕터, 단 한 문단, 단 한 문장이라도 깊이 사유하는 데 독서의 방향성을 규정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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