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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Aug 29. 2021

#02_이동영의 모닝 인사이트(9/1 07:15~)

키워드: 낮은 자존감, 취약한 자신감, 피드백에 저항

'이동영 작가의 모닝 인사이트'의 대본은 카카오 음mm에서 9/1(수) 아침 7시 15분~ LIVE 방송(무료)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 음 이동영 작가 모닝 인사이트 방송 예고

저는 여러분과 함께 9월을 자존감의 달, '내 자존감 지킴이달'로 지정하고 싶습니다. 괜시리 외로워지고 쓸쓸해지면서 스산한 느낌이 드는 계절로 확 진입하면 사람이 홀로 있을 때 종종 무너지기가 쉬우니니까요.

이제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으실 거예요. 자기존중감,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란 뜻의 준말이 '자존감'이죠. 많은 분들이 자존심이나 자신감과 자존감을 혼동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사전적으로는 비슷한 면이 있지만 명백한 차이가 있습니다.


자존심이란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는 마음'이지만, 그것의 지속을 방해하거나 지키는 원인이 외부로부터 생겨납니다. 흔히 타인이나 환경에 영향을 받아서 자존심이 위축될 때 우리는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 자존심 상해."


자존감이란 자기 내면의 신념으로부터 생성됩니다. 내 능력과 무관하게 스스로를 평가하는 생각이자, 결핍을 그대로 받아들이는데서 오는 거죠. '1등 하면 어떠하고, 꼴찌라면 어떠하리, 나라는 존재는 소중한 것 아닌가?'

(오은영 박사는 자존감을 = '자기효능감(성취 신념)+ 외부로부터 사랑받는 느낌의 총합'이라고 정의함)


자신감은 어떤 미션의 난이도와 내 역량을 비교하거나 상대적인 성취능력을 외부와 비교하는데서 생겨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 1등 할 수 있어!'와 같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역시도 과업 자체보다는 외부로부터 상대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자신감이라는 감정은 그 자체로 취약합니다. 비교 우위 혹은 비교 열등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죠.


나에게 천만 원이 있을 때를 가정해보겠습니다. 1억이 있는 사람을 보면 열등감에 빠져 자신감이 위축되는 경우가 있죠. 백만 원 밖에 없는 사람을 보면 비교 우위에 선 자신감에 우쭐대는 경우 모두 취약한 감정임을 나타내는 방증이죠.


그러나 자존감은 조금 다릅니다. 결핍을 인정해요. 부족함을 받아들인다는 건 내면을 지키는 굳건하고 강력한 힘입니다. 외부의 평가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데 자존감이 취약해질 때가 있어요.


뼈 때리는 말에
발끈할 때


빨리 수용하면(받아들이면) 되는데 그걸 자신을 지키겠다는 고집으로 결국 관계를 멀게 하고, 요즘 말로 분위기를 '곱창(?)나게' 하고,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자신에게 더 많은 생채기를 내죠. 최근에 사람에 대고도 '급발진'이란 말을 많이 쓰죠?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오토 컨버그는 이런 유형의 자기애를 두고 '굶주리고, 분노하고, 비어 있는 자아(a hungry, enraged, empty self)'에서 벗어나려는 과도한 방어태세라고 말합니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오토 컨버그

잠시 제 이야기를 좀 들어서 해볼게요.


제가 글쓰기 강의를 할 때 가장 유의하는 것이 '피드백'입니다. 이것은 피드백해주는 사람의 에너지가 정말 많이 쓰이는 작업임에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잘 모릅니다.


결과만을 기다리기 때문이에요. 그건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인정투쟁에 불과한데, 피드백으로 가장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물론 진실한 피드백을 받고 성장하기 위한 사람들도 많겠지요.


이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다 보니 패턴이 익숙합니다. 혹여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수강생이 발끈하는 경우를 염두에 두고 피드백 전에 꼭 멘트를 던집니다.

글쓰기 강의 중 피드백하는 이동영 강사

"1차적으로 꼭 피드백을 받고 싶다고 자원하는 사람만 해주겠다"고요. 이미 유료 강좌임에도 선착순으로 해서 특혜를 받는다는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조언이나 충고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나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거잖아요?


물론 자원하는 사람 중에서도 '상처를 받을 수 있다'라는 농담 섞인 전제를 받아들인 수강생에 한해서만 피드백을 해줍니다. 당연히 이렇게 말해놓고서 제가 상처를 남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확신합니다.


오히려 칭찬을 더 많이 해주기 때문인데요. 먼저 그 용기, 여러 사람들 앞에서 부족함을 인정하고 피드백을 받겠다는 자존감에 박수를 공개적으로 보냅니다. 가끔 자존감이 아니라, 근거 없는 자신감(자기도취)으로 들이대는 분들은 결과적으로 내가 인정받거나 자랑하고픈 심리가 작용해서인데, 그땐 가차 없이 말씀드립니다.


'잘 썼다고 생각하신다고요? 솔직히 자랑할 수준은 아니에요.'라고 말이죠. 뻔뻔한 태도를 누그러뜨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퇴고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초고이거나 겨우 한 두 번 고쳐와서 피드백을 받는 글쓰기 입문 수준의 수강생 글인데요.

그러니 잘 써봤자
얼마나 잘 썼겠어요?

진짜 잘 쓴 사람들은
오히려 겸손한 동시에 당당합니다.

당당함과 뻔뻔함은 다르니까요.


피드백을 하는 강사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정답은 아니지만,  정당한 대안을 제시해주면서 하나의 해답으로 참고하면 좋을 퇴고의 방향성을 제시해주지요. 그럼 생산적으로 자신이 취할 걸 취해가고, 그 외에 것은 털어버리게 되지요. 객관적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깨닫는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나 팁을 드리자면, 것이 글쓰기든 아니든 자원했던 피드백을 누군가 해줄 때는 아무리 그 순간 동의하지 못한다 해도 곧바로 저항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자존감도 낮고 실력도 별로인 사람이란 걸 스스로 인정하는 꼴입니다.


아니, 좀 냉정하게 말하면 자존감도 실력입니다. 순간 발끈하더라도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시간이 지나 자신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누는 편이 좋다는 걸 꼭 새겨두길 바랍니다.


오히려 피드백을 해준 사람에게 감사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들이 제 글을 읽거나 이 인사이트 모닝을 들으실 테니 말씀을 드리면, 나중에 좋은 기회로 출판사 등의 에디터로부터 원고 피드백을 받을 때, 이 태도가 매우 유용하게 작용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 교수는 EBS 클래스 e라는 강연을 통해 취약한 자존감에 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나에게 어떠한 외부 자극이 나를 툭 건드렸을 때, 1차적 감정으로 울컥하는 느낌에 화를 표현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법한 정당한 감정'이라고요.


하지만 보통 2차 감정은 그 자극이 사라지거나 그 자극을 준 주체가 눈앞에서 사라진 후에도 계속 '내 머릿속에 남아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는 거죠.


2차 감정은 내 아주 이전의 기억들과도 엉키고  신념들, 사고들, 특히 나의 특히 잘못된 생각들과 엉키면서 나라고 하는 자기 개념을 완전히 뒤흔들어 버린다는 겁니다.


이것이 계속 반복되는 분들이 있는데, 특징이 발끈하고 수치스러운 감정이 2차로 오는 거예요. 그 발끈했던 상황을 반추해보면서 현타가 오는 느낌 같죠.

현타와 이불킥
'내가 그때 갑자기 왜 화를 냈지?
'내가 화낼 상황까진 아니었는데..'

분명히 이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얘기였는데, 나 혼자 너무 개인적으로 이걸 받아들였다? 하고 자책하는 경우에 허 교수는 이런 솔루션을 내놓습니다.

"그 격노가 시작되는 그 시점에 최대한 빨리 다시 한번 전두엽에 힘 꽉 주고 이거 아닌데 하고 일단 입만 닫으시면 됩니다. 여기서 막 쏟아내실 필요는 없어요."

나중에 이불킥을 오천 오만 번씩 하면서 부끄럽다고 느끼는 그 수치심을 역이용하라고 허 교수는 조언합니다. 그러니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사회적인 관계의 질, 대인관계에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별 차이가 안 난다는 말을 합니다.

존감이 강한 사람들은 세상을 자기가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유혹에 약하며 자기과시적이기 때문에 담배도 술도 잘 못 끊는다는 거죠. 제가 술 담배 다 끊었는데 ㅎㅎㅎ 자존감이 낮은 게 여기서 나오나요 ㅎㅎ


허 교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특성이 더 사려심이 깊고 예민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칠까 조심하고 스스로 모니터링한다고 해요. 도리어 성격적인 성숙의 시간을 더 풍부하게 가질 수 있는 유형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는 자존감이  낮지?'라는 질문이나 평가보다 '내 낮은 자존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고,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라며 관조하는 시선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자존감은 적당히만 높은 게 가장 좋다면서 말이죠.


자존감이 높다고
우쭐 댈 필요도 없고요.
자존감이 낮다고
위축될 필요도 없습니다.


뭐든지 적당한 게 좋은 거 아니겠어요? 조금만 더 높은 자존감을 위해서 노력하면 되지. 위축되거나 비교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당신이 문제가 있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문제가 있는 겁니다.

실제로 프로이트가 모든 사람에게는 비정상이며, 정신적인 문제가 다 조금씩은 있다고 말한 바 있죠.

크게 두려워하지 마세요. 중요한 건 내가 살아있고,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거라는 사실입니다.

당신이 살아가기에 우리가 살고, 당신이 살아있기에 또 가을이 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 좋아질 겁니다.


작가 이동영이었습니다.


커버 사진 출처: https://www.canon-ci.co.kr/gallery/detail?seq=247213

참조: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 교수 - EBS 클래스 e
https://www.youtube.com/watch?v=a1hXIwdw1i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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